이번 주 홈플러스의 생사 운명이 가려진다. 홈플러스가 제출한 수정 회생계획안을 놓고 회생채권자들이 동의 여부를 표결하는 관계인집회가 2일, 법원의 최종 인가 시한이 4일이다.
주목받는 것은 정작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 공익채권자들의 고통분담이다. 이들의 변제 분할·유예 동의가 회생계획 실행의 핵심 축인 데다, 확보되지 않을 경우 인가 이후에도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까지 개인·기관 공익채권자 9571곳이 분할상환에 동의해 동의율은 58.1%(상품공급 62.4%, 임직원 87.2%)를 기록했다. 법원의 회생계획 수행가능성 평가와 관련해 홈플러스는 "더 많은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다.
◇ 우선 변제 가능한 공익채권, 회생 최대 변수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관계인집회는 2일 오후 3시 서울회생법원 제1호 법정에서 열린다. 첫 관문인 회생채권 표결은 무난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회생계획안은 담보 유무 등에 따라 나뉜 채권자 조별로 표결하는데, 담보가 없는 회생채권자의 경우 채권액 기준 3분의 2(약 66%) 이상이 동의해야 가결된다. 금액 기준 약 42% 지분을 가진 메리츠금융그룹이 홈플러스에 2000억원의 긴급운영자금(DIP)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이에 사실상 동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수정안의 골자는 순차적 자산 매각을 통한 채권 변제다. 홈플러스는 7월 폐점한 37개 점포 중 자가점포 19곳을 2028년 2월까지 매각해 메리츠의 신탁담보채권을 전액 상환하고, 이후 담보권이 풀린 자가점포 38곳을 다시 담보로 잡아 2030년까지 6000억원 규모의 추가 대출을 일으켜 공익채권 변제 재원으로 쓴다는 계획을 담았다. 38개 점포의 감정평가액은 약 2조8000억원이다.
영업 측면에서는 2030년 매출 4조3000억원, 영업이익 1628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공익채권은 3년 내 100% 변제, 일반 회생채권은 6~10년에 걸쳐 상환하는 구조다. 잔존사업부 매각(M&A)도 인가 이후 과제로 남아 있다.
두 채권의 성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회생채권은 회생절차 개시 전 원인으로 생긴 채권으로, 회생계획에 따라 일부가 감면되거나 변제가 장기간 유예된다. 반면 공익채권은 회생절차 수행에 필요한 비용 성격의 채권이다. 절차 개시 이후 발생한 거래대금이나 근로자 임금·퇴직금 등이 해당한다. 회생계획에 묶이지 않고 수시로 전액 우선 변제받는 것이 원칙이다.
홈플러스의 미지급 납품대금이 공익채권인 것도 절차 개시 이후에도 거래를 이어온 대금이기 때문이다. 원칙대로라면 그때그때 지급됐어야 할 돈인데 자금난으로 쌓이면서 5032억원 규모에 이르렀다. 여기에 급여·퇴직금 등을 더한 공익채권 총액은 9300억원이다. 홈플러스가 3년 분할상환 동의를 구하는 것은 원칙적 지위를 스스로 내려놓아 달라는 요청인 셈이다. 공익채권자는 관계인집회에서 표를 던지지 못하지만, 법원은 홈플러스에 이들의 분할상환 동의를 받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회생채권자는 강제집행을 못 하지만 공익채권은 이런 제한을 받지 않는다"며 "동의가 안 되면 설령 인가가 나더라도 강제집행이 가능해 회생계획안 실행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인가만 되면 정상화되는 것이 아니라 공익채권자들의 이해가 선결 조건이라는 것이다. 다만 회생채권(66%)과 달리 공익채권에는 기준선이 없다. 어느 정도 동의를 확보해야 법원이 회생계획을 수행 가능하다고 판단할지 예단하기 어렵다. 결국 법원으로서는 공익채권자들의 동의율과 의견을 염두에 두고 회생채권자 동의율을 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 "파산 시 피해 더 커져" 설득전
동의율을 더 끌어올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전해진다. 홈플러스가 식품 중심으로 영업을 재편하면서, 납품이 재개되지 않은 비식품 협력사를 중심으로 반대 기류가 확인된다는 것이다. 거래가 이어지는 식품 납품사는 미수금이 남아 있어도 동의하는 반면, 가전·의류·완구·생활용품 업체들은 회생이든 파산이든 공익채권 지위에 변동이 없어 동의할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상거래 공익채권단 협의회는 지난달 24일 물품대금 변제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2차 의견서를 법원에 내기도 했다. 5032억원 중 2028년까지 변제되는 금액은 0.5%인 약 25억원에 그치는 반면, 633억원 규모 급여·퇴직금은 2028년 2월까지 전액 변제되고 1조3000억원 규모 선순위 신탁담보채권도 대부분 같은 시기 상환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문제 제기다.
홈플러스는 신탁담보 부동산 매각대금은 법률상 담보대출 상환에 우선 쓰이게 돼 있어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6~10년에 걸쳐 상환되는 회생채권과 비교하면 공익채권이 가장 먼저 변제된다는 점도 강조한다. 회사 관계자는 "모든 공익채권은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유형별로 동일한 방식으로 변제하게 돼 있어, 동의했다고 해당 채권만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부 공익채권자들의 오해로 동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했다. 홈플러스는 인가를 받지 못해 파산으로 전환되면 채권 상환율이 낮아지고 상환기간도 길어져 채권자 피해가 더 커진다는 점을 들어 양해를 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회사는 전날 8월 재개장 이후 매출이 1164억원으로 영업중단 전 동기간 대비 57% 늘었다고 밝히며 공익채권자 막판 설득에 나섰다. 운영자금 내에서 선지급이 가능한 물량만 들여오고 있다는 어려움도 토로했다. 납품이 정상화돼야 매출이 회복되고, 매출이 회복돼야 밀린 대금을 갚을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결국 법원은 공익채권 동의율과 반대 의견서를 나란히 놓고 회생계획안 인가 여부를 판단하게 될 전망이다. 요건에 미달해도 사회적 파급력 등을 고려해 강제 인가하는 길이 없지는 않지만, 명분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인가가 나면 37개 폐점 점포 중 19개 자가점포 매각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