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여성복과 구두·핸드백 등 잡화가 차지하던 백화점 핵심 공간에 케이(K)패션과 스포츠, 제조·유통 일괄형(SPA) 브랜드, 유명 맛집이 들어서면서 전통적인 상품기획(MD) 공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단순 상품 판매만으로는 집객이 어려워지자 젊은 고객과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콘텐츠에 영업면적을 재배분하며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3월부터 약 17개월간 진행한 노원점 리뉴얼을 최근 마쳤다. 전체 영업 면적의 80%인 약 1만평을 새로 꾸미면서 층별 MD도 대폭 바꿨다. 1층을 약 300평 규모의 뷰티 전문관, 2층은 마뗑킴 등을 앞세운 K패션 전문관으로 특화했다.
8층에는 나이키·아디다스·뉴발란스를 중심으로 스포츠 메가숍을 조성했다. 자라는 매장을 350평 이상으로 확대했고 무인양품도 기존보다 넓은 공간으로 옮겼다. 여성복과 잡화가 차지하던 공간에 젊은 고객을 겨냥한 브랜드가 대거 들어섰고, SPA 브랜드의 규모도 커졌다.
지하 1층에는 약 500평 규모의 프리미엄 푸드홀과 디저트 전문 공간 '디저트 피아자'를 새로 만들었다. 프리미엄 식료품점 '레피세리'도 선보이고 유명 맛집과 디저트 브랜드 등 25개 매장을 한데 모았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잠실점 2층 기존 하이마트 자리에도 약 1500평 규모의 K패션 전문관 '키네틱 그라운드'를 열었다. 마뗑킴·더바넷·세터 등 영패션 브랜드와 캐릭터 지식재산권(IP) 콘텐츠를 채웠다. 올해 1월에는 백화점 최초로 '무신사 스토어'도 유치했다.
다른 백화점들도 핵심 점포를 중심으로 F&B와 영패션 브랜드에 넓은 공간을 배정하는 추세다. 신세계(004170)백화점 강남점은 지난해 8월 약 1200평 규모 델리 전문관을 열며 2년에 걸친 식품관 리뉴얼을 마무리했다. '스위트파크', '하우스 오브 신세계', '신세계마켓' 등을 합친 식품관 전체 규모는 약 6000평에 달한다. 8층 영패션관도 '뉴스트리트'로 재편해 이미스·마르디메크르디·포터리 등을 유치했다.
현대백화점(069960)도 2024년 중동점을 20년 만에 대대적으로 리뉴얼하면서 유플렉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을 영컨템포러리와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중심의 '트렌디관'으로 재편했다. 2층에는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을 들였고, 지하 1층에는 약 1010평 규모 '푸드파크'를 조성해 국내외 맛집과 디저트 등 56개 브랜드를 모았다.
이처럼 백화점들이 기존 MD 공식을 깨는 것은 소비자의 이용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가격대가 높은 여성복과 남성복, 구두·핸드백 등을 성별과 품목에 따라 층별로 나눠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온라인에서도 이른바 '백화점 브랜드' 의류와 잡화를 쉽게 살 수 있게 되면서 단순 상품 진열만으로는 방문 동기를 만들기 어려워졌다.
반면 K패션과 SPA, 스포츠는 20·30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한국 패션·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백화점의 핵심 집객 요소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F&B 역시 온라인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경험을 제공하며 방문 횟수와 체류시간을 늘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롯데백화점 노원점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5% 증가했고 신규 고객은 5만명 이상 늘었다. 20·30세대 매출은 25% 이상, K패션 전문관 매출은 35% 이상 증가했다. 식품관 매출도 리뉴얼 이후 20% 이상 늘었다.
롯데 잠실점 '키네틱 그라운드'는 지난 1년간 방문객의 약 70%가 20·30세대였고 매출의 70%가 외국인 고객에게서 발생했다. 방문 고객의 80%는 다른 상품군도 함께 구매했다.
F&B 매출도 전체 백화점 매출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롯데백화점 F&B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0% 증가해 전체 매출 증가율 15%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 F&B 매출은 29.1%, 현대백화점은 22.8% 증가해 각각 전체 매출 증가율인 23.6%, 20.7%보다 높았다. 신세계 강남점 식품관은 리뉴얼을 마무리한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누적 구매 고객이 1000만명을 넘어섰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K패션이나 스포츠, F&B처럼 젊은 고객과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테넌트(입점 점포)의 비중은 앞으로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