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 전경. 오는 10월 6일부터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다. /조선DB

유통업계가 10월 6일부터 열릴 국정감사 준비에 들어갔다. 추석과 개천절 연휴가 겹쳐 실제 준비 기간이 짧은 탓에 각 사가 예년보다 서둘러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다.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국감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홈플러스 사태와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논란, 14년 묵은 대형마트 규제 개편 문제가 함께 다뤄질 전망이다. 매일유업·아워홈 등 식품사의 잇따른 산업재해도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거론된다.

◇ 국감 직전 운명 갈리는 홈플러스

27일 업계에 따르면, 가장 확실한 국감 뇌관은 홈플러스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달 3일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지만,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이 긴급운영자금(DIP) 2000억원 전액 지원을 결정하면서 21일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9월 4일까지 연장했다. 홈플러스는 이달 13일 67개 매장을 정식 재개장했다. 그러나 9월 4일은 채무자회생법상 더 이상 연장이 불가능한 최종 시한이다. 국감 개시 직전에 존속이냐 청산이냐가 판가름 나는 셈이다.

국회는 이미 한 차례 벼르다 물러선 전례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메리츠와 MBK파트너스를 대상으로 지난달 27일 정무위원회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가, 메리츠가 2000억원 지원을 결정하면서 이를 취소했다. 대신 지난 21일 현안 질의가 예정됐었으나 국민의힘 불참으로 간담회로 열렸고, 이 자리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사모펀드 감독 부실과 금융당국의 책임을 집중 추궁했다. 대주주 MBK는 국회에 서지 않았다.

긴급자금 지원으로 당장의 청문회는 피했지만, 홈플러스 문제가 국감 테이블에서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무위에선 MBK의 인수 이후 자산 매각과 경영 과정뿐 아니라 사모펀드 감독 체계, 메리츠의 대출과 회수 구조 등이 함께 다뤄질 여지가 있다. 김병주 MBK 회장이 작년에 이어 증인 명단에 오를지도 관심사다.

홈플러스 파산 여부와 맞물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정면 충돌할 전망이다. 산자위는 지난 5월 19일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과 의무휴업 완화를 담은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로 회부했다.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오프라인 영업 규제는 유지하되 온라인 배송을 제한 없이 허용하는 내용이고,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안은 심야 영업 제한과 의무휴업 규제를 모두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업계는 상생기금 출연 등 고통 분담을 전제로 한 새벽배송 허용에 회의적이다. 새벽배송은 별도 물류 인프라와 높은 배송비 부담이 따라 실적 개선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다. 소상공인·노동계 반발이 거세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차별 주장' 쿠팡, 올해도 무대로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의 모습. /뉴스1

쿠팡은 올해도 거론될 전망이지만 성격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6246억원 과징금 부과 이후 미 하원 법사위원회가 한국 정부의 차별 규제 문제를 제기하는 등 통상 변수가 걸려 있어, 규제·제재 관련 질의는 지난해만큼 강도를 내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브라이언 매스트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지난 23일(현지 시각)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쿠팡과 같은 미국 기업들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더 많은 반도체와 선박을 제공하고 미국을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매스트 위원장은 공화당 내 강경 우파로 분류된다.

다만 노동 문제는 별개다. 지난 23일 경기 광주시 쿠팡 물류센터에서 40대 근로자가 지게차 작업 중 목이 끼여 심정지 상태로 옮겨지는 등 사고가 이어지면서,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오히려 질의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환노위에서 식품 사업장의 중대재해가 다뤄질지도 관심사다. 매일유업 평택공장에서는 이달 9일 연유 저장탱크 내부를 청소하던 50대 근로자 2명이 쓰러져 1명이 숨졌다. 아워홈에서는 지난 6월 용인2공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지난해 같은 공장에서 사망사고가 난 지 1년여 만이다. 이 근로자가 치료 중 숨지면서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수사에 착수했고, 산업안전·노동 통합 기획감독도 진행 중이다.

◇ '탱크데이' 스타벅스, 여야 갈릴 듯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논란도 국감으로 넘어올 공산이 크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해에 이어 증인 명단에 오를지가 관심사다. 지난해에는 산자위가 온라인 플랫폼 소비자 정보 보호와 관련해 정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었다.

여야 공방의 방향은 엇갈릴 가능성이 있다. 국방부가 스타벅스코리아와 체결한 장병 복지 업무협약 사업을 잠정 중단하는 등 정부 부처 차원의 대응이 이어진 사실에 대해, 정부가 개입한 불매운동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반박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스타벅스의 대정부 사회공헌 사업이 하나둘 재개되는 분위기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소비자 환불 국면에서 불거진 상품권 문제 역시 정무위 소관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잔액의 60% 이상을 사용해야 환불이 가능하도록 한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 개정 여부를 검토 중이다. 선불충전금 규제 논의로 번질 여지가 있다.

국감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통업계는 소환 대상과 논리를 가늠하느라 분주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절 성수기 대응과 국감 자료 요구가 한꺼번에 몰린다"며 "어느 상임위에서 부를지 모르니 일단 전방위로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