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오면서 장기간 침체를 겪었던 면세업계도 모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면세 상품의 원화 환산 가격이 낮아지면 고환율에 위축됐던 내국인의 면세 쇼핑 수요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덕이다.

국내 면세업계는 적자 사업장을 정리하는 등 구조 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상당 부분 개선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 하락세가 이어지면 매출 회복까지 이끌어낼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의 모습. /뉴스1

2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14분쯤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376.5원을 기록했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21일 오후 3시 30분 기준가(1386.5원)보다 10원 내린 것으로, 지난해 9월 17일 장중 저점(1375.7원) 이후 약 11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환율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면세업계는 환율 하락을 반기는 분위기다. 수입 명품 등 달러 표시 상품은 같은 달러 가격이라도 환율이 낮을수록 내국인이 부담하는 원화 금액이 줄어든다. 가령 면세점에서 1000달러짜리 상품을 구매할 경우 환율이 1500원이면 150만원이 필요하지만, 1400원이면 140만원으로 10만원 낮아진다. 환율 변동만으로 원화 기준 가격이 약 6.7% 낮아지는 셈이다.

그간 이어진 고환율은 면세점의 가격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렸다. 지난해 6월 월평균 원·달러 환율은 1366.95원이었지만 올해 6월에는 1500원대까지 치솟았다.

높은 환율이 이어지자 주요 면세점들은 지난해 11월 기준환율을 1350원에서 1400원으로 올린 데 이어 올해 3월 1450원, 지난 7월에는 1500원까지 잇달아 상향하며 가격 안정화를 꾀했다. 기준환율은 면세점이 원화로 공급받은 국내 브랜드 제품의 가격을 달러 판매 가격으로 환산할 때 자체적으로 적용하는 환율이다. 원화 가격을 기준환율로 나누는 방식이어서 기준환율을 높이면 달러 표시 가격은 낮아지고, 반대로 낮추면 올라간다.

그러나 해외 명품 브랜드는 본사의 글로벌 가격 정책에 따라 판매 가격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아 통상 기준환율 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환율 상승분이 내국인의 원화 구매 가격에 그대로 반영되는 구조다.

이에 따라 고환율이 장기화하면서 내국인의 면세점 이용 유인이 줄었고, 실제 구매 인원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내 면세점 내국인 구매 인원은 119만6865명으로 전년 동기(156만1010명)보다 23.3% 줄었다. 같은 기간 내국인 매출도 2631억원에서 2110억원으로 19.8% 감소했다.

올해 초와 비교해도 감소 폭이 컸다. 지난 1월 163만3015명이었던 내국인 구매 인원은 2월 145만2252명, 3월 136만3241명으로 줄었다. 5월 138만9530명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6월에는 120만명 아래로 내려갔다. 1월과 비교하면 불과 5개월 만에 26.7% 감소한 것이다. 내국인 매출도 같은 기간 2842억원에서 2110억원으로 25.8% 줄었다.

그래픽=챗GPT DALL·E

국내 면세업계는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수익성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 호텔신라 면세(TR) 부문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364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113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신세계면세점도 2분기 영업이익 333억원으로 전년 동기 15억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다.

롯데면세점은 영업이익 3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5% 증가하며 6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현대면세점 역시 지난해 2분기 13억원의 영업손실에서 올해 6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다만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의 고임대료 사업권을 정리하면서 큰 폭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호텔신라 면세 부문의 2분기 매출은 77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 줄었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2분기 매출이 54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는 고환율에 위축됐던 내국인 면세 수요가 살아날 경우 업체들의 매출 회복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호텔신라의 2분기 시내면세점 매출은 2% 성장에 그쳤는데, 이는 고환율로 할인율이 상승한 영향"이라며 "3분기 환율 안정으로 할인율이 다시 하락하면서 매출 증가율도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