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로고가 박힌 에코백 하나가 50달러. 원화로 7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이지만 원하는 제품을 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일대에서 운영 중인 프리미엄 슈퍼마켓 체인 에레혼(EREWHON) 이야기입니다.

에레혼은 헤일리 비버 등 유명인과 협업한 스무디와 고가의 건강식 제품으로 이름을 알린 곳입니다. 유기농·자연식품을 주로 취급하는데 매장에는 자체 상표를 단 식료품이 빼곡합니다. 최근에는 에레혼 로고가 박힌 에코백, 텀블러, 의류 등 굿즈까지 LA 여행객 사이에서 인기 기념품으로 통합니다.

미국 프리미엄 슈퍼마켓 에레혼에서 판매 중인 쇼퍼백. /에레혼 홈페이지

지난 16일(현지 시각) 찾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에레혼 베벌리힐스점. 매장에서 사용하는 종이 쇼핑백과 색상·디자인이 거의 같은 36달러짜리 워셔블 크라프트백은 마지막 한 개까지 팔리면서 재고가 동났습니다. 에레혼 로고가 크게 박힌 50달러짜리 캔버스 쇼퍼백은 진열대가 빌 때마다 직원이 수시로 새 제품을 채웠습니다.

매장 한쪽에는 가방뿐 아니라 텀블러, 양말, 모자 등 굿즈를 모아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었습니다. 대부분 에레혼 로고를 전면에 내세운 제품입니다. 가격표를 보면 마트 굿즈라는 말이 무색합니다. 양말 한 켤레는 36달러, 모자는 75~95달러, 후드티는 170달러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마트 굿즈가 인기를 끈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에레혼에 앞서 트레이더 조(Trader Joe's)의 에코백은 미국 여행의 단골 기념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역명과 로고를 활용한 다양한 디자인에 가격도 비교적 저렴해 여행객들이 많이 찾습니다.

특히 2.99달러짜리 미니 캔버스 토트백은 출시 때마다 품절 사태가 벌어질 정도로 인기입니다. 지난해 4월 한정판 제품을 판매했을 당시 미국 주요 매장 앞에는 문을 열기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고, 일부 매장은 구매 수량을 제한하기도 했습니다. 현지 매장에서만 살 수 있다는 희소성까지 더해져 온라인 중고 시장에서는 정가를 한참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미국 올리브영 매장에서 판매 중인 에코백. /권유정 기자

유통업계의 굿즈 마케팅 자체가 새로운 건 아니지만 최근에는 굿즈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본업에 딸린 부가 상품에 그치지 않고 굿즈가 소비자를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장을 보러 갔다가 에코백을 사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에코백을 구하기 위해 마트를 찾는 식입니다.

◇ 올리브영 타포린백 등 韓 굿즈도 주목

국내 유통업계도 자체 MD(기획상품)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올리브영은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는 가운데 가방, 파우치 등 굿즈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는 올리브영을 상징하는 아이템도 생겼습니다.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증정하는 대형 타포린백입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올리브영에서 구매한 화장품과 각종 쇼핑 물품을 이 가방에 담아가면서 인천공항에서는 타포린백을 든 모습이 익숙한 풍경이 됐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는 한국에서 올리브영 쇼핑을 했다는 일종의 인증인 셈입니다.

백화점들도 자체 굿즈를 내놓고 있습니다. 신세계백화점 하우스오브신세계 청담의 프리미엄 식료품점 트웰브(TWELVE)는 로고를 새긴 페이퍼백과 캔버스 쇼퍼백 등 다양한 가방을 판매합니다. 하우스오브신세계 기프트숍에서는 자체 개발한 디자인과 한국적인 감성을 더한 가방과 보자기, 참 등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에 자체 기념품숍 더현대 프레젠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더현대 서울의 디자인을 활용한 에코백과 우산, 여행 소품을 비롯해 현대백화점의 시그니처 캐릭터 흰디를 활용한 문구류와 리빙 용품 등을 판매합니다. 더현대 서울의 대표 공간인 사운즈 포레스트의 향을 구현한 디퓨저와 캔들도 상품으로 내놨습니다.

유통업체 입장에서 굿즈는 쏠쏠한 마케팅 수단입니다. 판매를 통한 추가 매출은 물론 에코백이나 텀블러처럼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제품은 소비자가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습니다. 화제가 된 상품은 새로운 소비자를 매장으로 불러들이는 역할도 합니다.

소비자들이 굿즈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사은품이나 판촉물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직접 돈을 주고 사는 하나의 상품군이 됐습니다. 어느 마트에서 장을 보고, 어느 백화점을 찾는지도 취향의 일부가 되면서 유통업체의 로고에도 값이 붙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