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이틀째 1300원대에 머무르며 약 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올 상반기 '역대급' 실적 잔치를 벌인 백화점 업계는 소비 흐름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백화점 호황을 떠받쳐 온 가장 큰 힘이 고환율에 기댄 외국인 관광객 특수였는데, 그 전제가 흔들릴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직전 거래일보다 5.1원 내린 1392.6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지난해 9월 23일(1392.6원) 이후 약 11개월 만의 최저치다.
환율은 백화점 실적과 직결된 변수다. 고환율 국면에서는 달러로 가격이 매겨지는 면세점보다 원화로 결제하는 백화점이 되레 저렴해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진다. 외국인 관광객이 면세점 대신 백화점 명품관으로 몰린 배경이다. 실제 상반기 외국인 매출은 롯데백화점 6400억원, 신세계백화점 5800억원, 현대백화점 약 5000억원으로 3사 모두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1070만명으로 21.3%, 외국인 신용카드 관광지출액은 10조389억원으로 50.8% 각각 늘었다.
이에 따라 실적도 나란히 좋았다. 롯데백화점은 상반기 누적 매출 1조76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늘었고, 영업이익은 3109억원으로 59.4% 급증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매출 1조4794억원(14.9%), 영업이익 2499억원(39.7%)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도 순매출 1조2764억원(8.3%), 영업이익 2460억원(47.7%)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산업통상부 집계로도 상반기 백화점 매출은 20.1% 증가했다.
7월까지 신장세를 이어간 3사는 휴가철 비수기인 8월을 지나는 와중에 외부 변수가 바뀌자 셈법이 복잡해지는 분위기다. 특히 긴장하는 대목은 9~11월이다. 가을·겨울(F/W) 시즌, 정기 세일 등이 겹치는 이 기간은 아우터·패딩 등 객단가 높은 상품이 집중적으로 팔려 연간 실적을 좌우한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9~10월은 가을 패션, 11월은 패딩 같은 겨울 외투에 소비가 몰린다"며 "반팔이 팔리는 7~8월과 견줘 단가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하반기 매출 비중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환율 하락이 백화점에 미치는 경로는 두 갈래다.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매출 둔화 가능성이다. 다만 업계는 즉각적인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외국인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맞지만 기저가 낮았던 영향이 크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0% 미만이라는 것이다. 중장기로 이런 환율 안정세가 이어지면 주 매출을 책임지던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국내 백화점에서 쓰던 돈이 면세점과 해외 소비로 옮겨갈 수 있다.
또 하나의 축인 자산효과도 하반기 들어 불안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피는 지난 6월 22일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인 9114.55를 찍은 뒤 두 달 만에 25%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 20일 381.41포인트(5.89%) 오른 6852.58에 마감하며 반등했지만, 하루 등락 폭이 5%를 넘나드는 변동 장세가 이어지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수 자체는 지난해보다 여전히 높더라도, 흔들림이 커질수록 고가 소비를 떠받쳐 온 심리적 여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환율과 증시, 반도체 랠리 같은 것들은 신규 출점 같은 백화점 내부 변수가 아니라 외부 환경 변화였다"며 "이에 변화가 생긴 만큼 하반기 소비 흐름이 어떻게 나타날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관건은 환율·증시 조정이 일시적 변동인지, 추세 전환인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