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배모(67)씨는 홈플러스가 영업을 재개한 지난 13일 온라인몰에서 한우 등심 약 2㎏을 주문했다. 주말에 가족들과 먹을 생각으로 홈플러스 월곡점에서 배송되는 상품을 주문하고 결제까지 마쳤다. 하지만 배송 예정일인 15일 당일 돌연 주문 취소 문자를 받았다. 주문 당시에는 구매 가능한 상품으로 표시됐지만 이틀 뒤 배송 당일 품절을 이유로 주문이 취소된 것이다.
홈플러스가 재개장한 후 한우 반값 등 대규모 할인 행사에 힘입어 고객을 다시 끌어모으고 있지만, 상품 수급은 여전히 원활하지 않은 모습이다. 오프라인에서는 일부 인기 상품이 개점 직후 동나고, 온라인에서는 주문·결제까지 완료한 상품이 뒤늦게 취소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13일부터 전국 67개 점포의 영업을 재개한 뒤 닷새간 매출이 영업 중단 전보다 3배 가까이 뛰며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이 중 59개 점포에서는 온라인 주문·배송도 다시 시작했다.
홈플러스는 영업 재개에 맞춰 '홈플 이즈 백(is Back)' 행사를 열고 대규모 할인에 나섰다. 일부 점포에서는 개장 전부터 고객들이 줄을 서는 이른바 '오픈런'까지 벌어졌다. 특히 한우, 돼지고기 등을 최대 반값에 판매한 축산 코너에는 고객이 몰리면서 준비한 상품이 몇 분 만에 동나기도 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닷새간 총매출은 437억원으로 영업 잠정 중단 전인 7월 2~6일의 150억원보다 19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평균 매출은 약 30억원에서 87억원으로 증가했고, 일평균 고객 수도 13만8200명에서 23만9600명으로 74% 늘었다.
홈플러스는 특정일에만 매출이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이 아니라 재개장 이후 닷새 동안 고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영업 잠정 중단 전과 비교해 매출 규모가 약 2.9배로 확대되고 재개장 이후 고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향후 정상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지표"라고 했다.
하지만 고객이 돌아오는 속도만큼 상품 수급이 빠르게 정상화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영업 재개와 함께 다시 시작한 온라인 주문·배송 과정에서 주문 당시 구매 가능한 것으로 표시돼 결제까지 마친 상품이 배송 전 품절 등을 이유로 취소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홈플러스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비슷한 경험담이 여러 건 올라왔다. 한 회원은 "여러 상품을 주문했지만 그중 달걀이 별도 동의 없이 취소된 채 나머지 상품만 배송됐다"고 했다. 이미 주문과 결제가 끝난 상품이라면 배송 물량을 미리 확보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왔다.
주문 취소는 한우나 달걀 등 신선식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숯이나 물놀이용 튜브 등 공산품을 주문한 뒤 품절을 이유로 취소 안내를 받았다는 사례도 있었다. 배송을 기다리던 중 상품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돼 결국 다른 판매처에서 다시 구매해야 했다는 고객도 있었다.
실제 홈플러스 온라인몰에는 품절 상품이 적지 않다. 배송 지역에 따라 재고 상황에는 차이가 있지만 일부 점포에서는 한우를 비롯해 닭고기, 돼지고기 등 축산 원물 상품 상당수가 품절로 표시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도 주요 행사 상품은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우 등 인기 행사 상품은 개장 직후 준비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온라인상에서는 원하는 상품을 사려면 사실상 '오픈런'을 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홈플러스는 영업 중단 이전부터 자금난으로 일부 납품업체의 상품 공급이 끊기거나 축소되면서 매대 곳곳이 비는 등 수급 차질을 겪었다. 영업 재개를 앞두고 상품 확보에 나섰지만 재개장 이후에도 온·오프라인에서 품절과 주문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홈플러스는 오는 21일부터 사흘간 '고객 감사 특가 세일'을 열고 추가 할인 행사에 나선다. 한우, 돼지고기 등 일부 축산물을 최대 50% 할인하고 꽃게, 달걀 등 신선 식품도 특가에 판매한다. 주요 행사 상품 일부는 온라인 판매에서 제외되며, 홈플러스는 점포별 재고 수준에 따라 조기 품절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
홈플러스는 최근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을 확보했지만 납품업체와의 미지급 대금 문제도 여전히 과제로 꼽힌다. 전날 납품업체들은 약 7939억원의 미지급 상거래 공익채권에 대한 구체적인 변제 계획을 회생계획안에 반영해 달라고 법원에 요구했다.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은 다음 달 4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