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9월 25일)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통업계의 사전예약 판매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등 8월부터 일찌감치 대목이 열리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양극화다. 편의점 GS25는 1만2900원짜리 와인 2입 세트와 949만9000원짜리 5대 샤또 빈티지 세트를 함께 판다. CU는 2만9800원 피카츄 사과 세트와 3100만원짜리 휴머노이드 로봇을 나란히 내놨다.

물가 상승이 길어지면서 부담을 줄이려는 가성비 수요와 취향에 맞는 품목에는 '통 크게' 지출하려는 수요가 동시에 나타난 것을 겨냥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 5만원대 실속세트 잇따라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가성비 구간에서는 대형마트가 앞장섰다. 롯데마트는 지난 추석 처음 선보인 혼합과일 세트를 2품목 추가해 4품목으로 늘렸다. 용과·아보카도·애플망고 등 수입 과일을 담은 세트가 5만9900원이다. 충주 사과와 신고배도 엘포인트 회원가 4만9900원에 내놨다. 10만원 미만 축산 세트는 냉동 갈비와 양념육 등 7종을 새로 들여 미국산 LA갈비와 한우 정육 세트를 9만9000원에 판매한다.

이마트는 유명산지 사과 3.8㎏을 행사카드 결제 시 5만9500원에, 금한돈 모둠 세트를 5만9840원에 내놨다. 실속형 수산 세트도 새로 개발해 영광 백굴비 세트를 4만7840원에 선보였다.

편의점은 간소화된 차례상을 겨냥했다. GS25는 모둠전 4만5900원, 만두 세트 3만원, 갓김치 1만5900원 등 1만~5만원대 상품을 늘렸다. 이마트24는 혼자 명절을 보내는 이른바 '혼명족'을 위해 등심·채끝·부채살을 1~2인분으로 나눈 소포장 한우 세트 6종을 단독으로 내놨다.

온라인도 실속 수요를 파고들었다. 컬리는 19일부터 이달 31일까지 1800여개 상품을 최대 77% 할인하는 얼리버드 기획전에 들어갔다. 무료배송 기준을 4만원 이하 실속 세트까지 넓혔다.

◇ 1000만원짜리 프리미엄 와인도

고가 선물세트도 눈에 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북해도산 성게알과 한우, 레드샤인머스캣, 캐비어, 유기농 올리브오일을 담은 프리미엄 오색진미 세트를 160만원에 선보였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처음 뷰티·가전·식기로 예약판매 상품군을 확대하고, 스웨덴 브랜드 헤스텐스의 기능성 베개를 100만원에 편성했다.

호텔은 희소성을 앞세웠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부르고뉴 명산지 본로마네에서 나온 메오 카뮈제와 샴페인 살롱 2015 매그넘을 묶은 프리미엄 와인 세트를 1000만원에 내놨다. 소 한 마리에서 나오는 핵심 부위만 골라 담은 명품 한우 VIP 세트는 150만원, 27㎝ 이상 참조기 10마리로 구성한 법성포 영광 굴비 세트 특호는 110만원이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1++ 등급 구이용 부위를 담은 프리미엄 한우 세트를 78만원에, 최고급 아이콘 와인 몬테스 타이타를 59만원에 판매한다. 신세계백화점의 암소한우 더 프라임 스테이크는 66만원이다.

◇ 이걸 누가 사?… 로봇 개까지

CU의 2026년 추석 선물 세트. /CU 제공

편의점을 중심으로 이색 선물도 눈길을 끈다. CU는 올해 선물세트 710여종에 3100만원짜리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과 399만원 로봇 개, 270만원 안마의자를 포함했다. CU 관계자는 "지난해 추석 선물로 내놓은 7500만원짜리 위스키 '글렌그란트 65년'이 실제 팔린 적이 있다"면서 "일부 제품의 경우 인터넷 최저가보다 저렴하게 나오는 경우도 있어 의외의 수요가 붙기 때문에 보여주기식 진열은 아니다"라고 했다. GS25도 사용자 감정을 인식해 표정과 동작으로 반응하는 소셜로봇 리쿠를 550만원에, 바둑 로봇 센스로봇고를 158만원에 판매한다.

금값 강세를 반영한 금테크 선물도 늘었다. GS25는 골드·실버 상품 15종을, CU도 순금 상품 12종을 각각 내놨다. 취향을 겨냥한 캐릭터·협업 상품도 확산했다. CU는 포켓몬 지식재산(IP)을 활용한 세트를 20종 내놨고, 세븐일레븐은 헬로키티 단독 굿즈 9종과 롯데호텔 베이커리 델리카한스의 시그니처 케이크, 삼원가든·강강술래 등 유명 갈비 전문점과 협업한 육류 상품을 각각 명절 선물로 올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평소에는 아끼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는 큰돈을 쓰는 선택적 소비가 자리 잡은 결과"라며 "개인의 소비 자체가 양면적이다 보니 선물세트 가격대가 양 끝으로 벌어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