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특급호텔들이 뷔페를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 가까운 형태로 바꾸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얼마나 많은 종류의 음식을 한자리에서 제공하느냐가 호텔 뷔페의 주요 경쟁력이었다면, 최근에는 셰프가 고객 앞에서 직접 음식을 조리하고 호텔을 대표하는 시그니처 메뉴를 선보이는 방식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습니다. 하나의 미식 경험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이는 것입니다.
서울 주요 특급호텔의 뷔페 가격이 주말 저녁 기준 1인당 20만원 안팎까지 오른 데다 고급 식재료와 메뉴가 상향 평준화되면서, 차별화된 경험을 통해 가격에 걸맞은 가치를 제공하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기존 뷔페 레스토랑 '더 테라스'를 '더 테라스 키친'으로 바꾸면서 주방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넓은 오픈 키친과 라이브 스테이션을 마련하고, 셰프가 주문을 받은 뒤 음식을 바로 조리하는 '알라미닛(à la minute)'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한국·일본·중국·서양식을 한 공간에서 제공하는 전통적인 호텔 뷔페의 골격은 유지하되 고객이 조리 과정을 직접 보고 갓 만든 음식을 맛보는 경험을 강화한 것입니다. 미리 조리한 음식을 진열대에서 가져가는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단품 레스토랑처럼 주문을 받고 즉석에서 완성하는 요소를 뷔페에 접목했습니다.
콘래드 서울의 뷔페 레스토랑 '제스트'도 비슷한 방향으로 변화를 줬습니다. 제스트는 지난해 3월 콘래드 서울 개관 이후 12년 만에 전면 리뉴얼해 문을 열었습니다. 오션·랜치·오리엔탈·비스트로·파티세리 등 5개 라이브 스테이션을 중심으로 공간과 메뉴를 재구성했습니다.
각 스테이션에서는 셰프가 고객 앞에서 직접 음식을 조리합니다. 완성된 음식을 대량으로 진열해 놓기보다 고객이 보는 앞에서 한 접시의 요리를 완성해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스테이션별 시그니처 메뉴를 내세워 고객이 호텔을 떠난 뒤에도 기억할 만한 대표 메뉴를 만드는 데 힘을 줬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다른 특급호텔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JW메리어트 호텔 서울 '플레이버즈'는 세계 각국 요리를 라이브 스테이션에서 주문 즉시 조리하는 방식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 키친'은 '키친 피아자' 라이브 스테이션을 통해 셰프의 조리 과정을 고객이 직접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비스타 워커힐 서울 '더뷔페'는 다양한 요리에 엄선한 와인을 곁들이는 페어링 경험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 '더 마켓 키친'은 라이브 쿠킹과 24K 골드 초콜릿 분수 등을 통해 음식뿐 아니라 공간과 볼거리까지 하나의 경험으로 만들었습니다.
◇ 20만원 뷔페… 고급 식재료만으로는 차별화 어려워
호텔들이 뷔페를 고급화하는 배경에는 높아진 가격을 소비자에게 납득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이 있습니다. 서울 주요 특급호텔 뷔페는 주말 저녁 기준 1인당 가격이 20만원 안팎까지 올라왔습니다. 이 같은 가격대에서는 단순히 메뉴 수를 늘리거나 랍스터·대게·스테이크 등 값비싼 식재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가격에 걸맞은 만족감을 주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특히 특급호텔에서 사용하는 식재료와 메뉴가 상향 평준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대게와 랍스터, 양갈비, 스테이크 등 과거 일부 고급 호텔에서만 볼 수 있던 메뉴를 여러 호텔이 비슷하게 선보이면서 무엇을 제공하는지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이에 따라 경쟁의 초점도 '어떻게 조리하고 어떤 방식으로 경험하게 하느냐'로 옮겨가는 모습입니다. 같은 스테이크나 랍스터라도 고객 앞에서 바로 조리하거나 호텔만의 소스와 플레이팅을 더해 하나의 요리로 완성하는 식입니다. 뷔페의 다양성은 유지하면서 파인다이닝의 조리와 서비스 방식을 일부 접목하는 셈입니다.
오마카세와 파인다이닝 등 고급 외식 경험이 대중화되면서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진 점도 호텔 뷔페 변화의 배경으로 꼽힙니다. 라이브 쿠킹과 오픈 키친은 이런 수요를 충족하는 동시에 볼거리도 제공합니다. 와인과 샴페인 등 주류를 음식과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특정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제안하는 등 식사 전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고객들이 음식의 완성도나 서비스, 색다른 경험까지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호텔들도 비슷한 메뉴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라이브 쿠킹이나 시그니처 메뉴 등 각 호텔만의 차별점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