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지누스는 매트리스를 압축해 상자에 담아 파는 '박스 매트리스'로 미국 아마존 판매 1위에 오른 회사다. 값싼 해외 생산기지에서 만들어 온라인으로 직접 파는 가성비 전략으로 2022년 매출 1조1596억원을 찍었다. 현대백화점(069960)이 그해 약 8790억원을 들여 지분 35.8%를 사들인 것도 이 때문이었다. 내수에 쏠린 사업 구조를 온라인·글로벌·리빙으로 넓히겠다는 구상으로, 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었다.

4년이 지난 현재 성적표는 정반대다. 지누스 매출은 2023년 9523억원, 2024년 9204억원, 지난해 9132억원으로 내리 감소했다. 올 상반기 매출은 28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1% 줄었고 56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반년 만에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258억원)의 두 배가 넘는 손실을 낸 셈이다.

그 258억원도 뜯어보면 흑자가 아니다. 인도네시아산 매트리스에 매겨진 반덤핑 관세가 무효라는 소송에서 이기면서 쌓아뒀던 충당금 366억원이 원가에서 환입된 결과다. 회사가 실적 설명회 자료에 밝힌 '반덤핑 제외 순수영업이익'은 107억원 적자다. 일회성 요인을 빼면 2024년(54억원 적자)에 이어 2년 연속 적자였던 셈이다.

◇ 가성비로 1등이었는데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누스 매출의 약 85%는 미국에서 나온다. 주력 공장인 인도네시아에서 만들어 아마존에 넘기면 아마존이 재고를 쌓아두고 파는 직매입 구조다. 그런데 지난해 미국이 인도네시아산 매트리스 관세율을 올리자 지누스는 10월 판매가를 인상했다. 문제는 지누스의 자리가 '가성비'였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이 곧바로 따라왔다.

지난해 4분기 미국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8% 줄었고, 올 상반기 미국 매출은 1912억원으로 48.6% 급감했다. 반면 글로벌 매출 감소 폭은 11.0%에 그쳤다. 미국만 반 토막 난 것이다. 관세율은 한때 22%까지 올랐다가 올 3월 13%로 내려왔지만 매출은 돌아오지 않았다. 흥국증권은 "경쟁사들은 관세에도 판가를 유지하며 출혈 경쟁에 나서 가격 경쟁이 더욱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연초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현지 소비심리까지 얼어붙었다.

◇ 공장 팔고 창고 줄이고… "회복 신호는 있다"

지누스는 지난해 11월 미국 조지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백화점이 인수하기 전 지누스가 지은 공장이다. 현지 인건비와 물류비를 감안하면 인도네시아에서 만들어 관세를 물고 수출하는 편이 원가가 낮다는 결론이 났다. 매각은 이달 완료되며 대금 약 1300억원은 3분기 순이익에 반영된다.

허리띠도 조이고 있다. 2015년 1개였던 물류센터는 30개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말 21개로 줄었고, 올 2월에는 미국 내 물류창고 1곳을 추가로 정리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럼에도 매출이 빠지는 속도를 비용 절감이 따라가지 못했다. 상반기 판매관리비는 1350억원으로 5.3% 줄어드는 데 그쳐 판관비율이 29.7%에서 47.0%로 뛰었다. 2분기 공장 가동률도 67.1%에 머물렀다.

다만 바닥은 지났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아마존이 몇 주 치 재고를 두고 재주문에 들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재고 회전 주기가 지난해의 약 3분의 1 수준으로 짧아졌다는 것이다. 재고가 빨리 돈다는 것은 주문이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다. 침대 프레임 등 비매트리스 매출도 2분기 659억원으로 12.6% 늘었다. 2024년 3분기 이후 이어지던 감소세가 처음으로 끊겼다.

지누스 관계자는 "고객사 주문량이 점진적으로 정상화되고 있다"며 "한국 시장에서도 유통 채널을 다변화하고 고객 맞춤형 제품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국내 매출은 전체의 5% 수준이어서 미국 시장 회복이 가시화되지 않는 한 그룹이 짊어질 부담은 여전할 전망이다. 현대백화점의 상반기 백화점 부문 영업이익은 2459억원으로 반기 최대였고 면세점도 96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가구 제조 부문(지누스)의 568억원 적자로 연결 영업이익(1781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10.7%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