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2028년 북미 매출 12조원을 목표로 현지 투자를 확대한다. 콘텐츠와 식품을 앞세워 미국 시장을 공략해 온 가운데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뷰티 사업을 맡은 CJ올리브영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키우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석 달 만에 다시 올리브영의 미국 사업 현장을 찾았다.
이 회장은 지난 15일(현지 시각)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리브영 페스타 LA'를 방문했다. 지난 5월 미국 1호점인 올리브영 패서디나점을 방문한 지 석 달 만이다. 현장에는 이선정 올리브영 대표, 신형관 CJ ENM 음악콘텐츠사업본부장 등이 동행했다.
앞서 이날 CJ 경영진은 북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뷰티 사업의 성장세를 강조했다. 허민회 CJ㈜ 대표는 "케이(K)컬처는 이제 콘텐츠를 넘어 먹고 바르는 삶 그 자체로 확장되고 있다"고 했다. 김진식 CJ아메리카 대표는 "식품과 뷰티가 대표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데 특히 뷰티 성장세가 빠르다"며 "국내 뷰티 산업의 미국 수출 규모는 약 20억달러(약 2조8370억원)로 식품에 버금가는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했다.
K뷰티 시장이 주목받으면서 CJ그룹 내에서 올리브영의 위상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몰 성장과 외국인 수요 증가에 힘입어 그룹 핵심 계열사로 부상했고, 올해 상반기 매출은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섰다. 앞으로는 미국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뷰티 사업 몸집을 더 키운다는 방침이다.
지난 14일 찾은 올리브영 패서디나점에는 오전부터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매장은 약 800㎡(240평) 규모로 국내외 400여개 브랜드의 5000여개 상품을 판매한다. 하루 평균 방문객은 1500명 이상이고, 비(非)아시아계 고객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매장 자체는 국내 올리브영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인근 세포라와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했다. 패서디나점이 위치한 콜로라도 대로는 애플·이솝·뷰오리·제이크루 등의 가두점이 늘어선 고급 상권이다. 미국 최대 뷰티 편집숍인 세포라도 한 블록이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메이크업·색조, 글로벌 고가 브랜드 비중이 높은 세포라와 달리 올리브영은 스킨케어, 중소 K뷰티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매장 전체의 4분의 1을 스킨케어 제품으로 채웠고, 선케어·마스크팩 등 K뷰티 특화 상품을 별도로 구성했다. 제품별 특징과 사용법을 안내하고 고객이 직접 써볼 수 있는 공간을 배치하는 등 상품 정보와 체험 요소도 강화했다.
2년 전 한국에서 올리브영을 방문했다는 브룩과 줄리아씨는 LA 여행 중 미국 매장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개점 시간에 맞춰 매장을 찾았다. 브룩은 "세포라는 색조 제품이 많은 반면 올리브영은 기초 스킨케어 제품이 훨씬 다양하다"며 "어떤 제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도 더 자세하다"고 말했다.
올리브영은 매장에 이어 대규모 뷰티 축제인 '올리브영 페스타'도 미국에 처음 선보였다. 올리브영 페스타는 K뷰티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행사다. 국내에선 지금까지 8만명이 관람했고, 418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이날 행사장 안팎에서는 녹색 올리브영 타포린백에 화장품을 가득 담은 관람객들이 쉴 새 없이 오갔다. 일부 부스에선 제품을 직접 체험해 보려는 줄이 바깥까지 이어졌다. 부모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10대 관람객도 자주 눈에 띄었다. 실제 올리브영 패서디나점 역시 10~20대 고객 비중이 높은 편이라는 게 매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행사장에서 만난 엠마씨는 올리브영 페스타에 참여하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위스콘신에서 LA까지 왔다. 그는 "처음 K팝을 좋아했고 이후 K드라마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K뷰티에도 관심이 생겼다"며 "한국 사람들의 피부가 매끈하고 예뻐 보여 쌀 성분 세럼 등 K뷰티 제품을 쓰기 시작했는데 효과가 좋아 친구들에게도 많이 소개했다"고 말했다.
올리브영은 향후 K뷰티에 대한 관심을 올리브영이라는 브랜드 인지도로 연결시키는 데도 주력할 계획이다. 강명지 CJ올리브영 미국법인 MD팀장은 "K뷰티는 알고 있지만 올리브영이 정확히 어떤 채널인지 알고 방문하는 고객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며 "올리브영 자체를 브랜딩하고 입점 브랜드를 쉽고 편리하게 전달하는 리테일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J는 올리브영을 앞세운 뷰티 등 핵심 사업에 투자를 이어가며 지난해 8조원이었던 북미 매출을 2028년 12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2017년 약 8000억원이었던 북미 매출은 지난해까지 10배로 성장했다. CJ는 1995년 드림웍스 투자를 시작으로 지난 30년간 북미에 10조원 가까이 투자했으며 현재 미국에서 생산 시설 20개와 물류창고 55개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