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브랜드들이 세계 최초의 플래그십이나 새로운 형태의 특화 매장 거점으로 잇달아 서울을 선택하고 있다. 과거 팝업 스토어나 한정 상품을 통해 한국 소비자의 반응을 살피는 데서 나아가, 최근에는 새로운 리테일 포맷 자체를 서울에서 상설 공간으로 구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소비 트렌드와 높은 디지털 활용도, 케이(K)컬처의 영향력, 외국인 관광객 증가 등이 맞물리면서 서울이 글로벌 브랜드의 새로운 유통 전략을 시험하는 무대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10월 서울 성수동에 들어서는 버거킹의 플래그십 매장 외부 조감도. /버거킹 제공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버거킹은 오는 26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플래그십 스토어 '플레임그라운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1954년 미국에서 출범해 전 세계로 매장을 확대해온 버거킹이 별도의 플래그십 매장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버거킹은 이곳을 브랜드의 상징인 직화구이 방식을 앞세워 일반 매장과 차별화한 메뉴와 콘텐츠를 선보이는 공간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쉐이크쉑도 지난해 5월 성수동에 세계 최초의 쉐이크 특화 매장을 열었다. 전 세계 쉐이크쉑 매장 가운데 처음으로 별도 '쉐이크 바'를 설치해 다양한 토핑과 조합으로 소비자가 취향에 맞는 음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패션·뷰티 업계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가방 브랜드 잔스포츠는 최근 성수동에 브랜드 최초의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백팩 위주의 기존 매장에서 벗어나 의류와 모자 등 라이프스타일 상품군까지 한자리에서 선보이고, 소비자가 직접 가방을 꾸밀 수 있는 체험 공간도 마련했다.

잔스포츠(JANSPORT) 플래그십 스토어 서울숲점. /무신사 제공

프랑스 스포츠 브랜드 살로몬은 지난 4월 서울 서촌에 세계 최초의 트레일러닝 전문 매장 '트레일 런 서울'을 열었다. 인왕산과 북악산 등 산과 도심이 가까이 맞닿아 있는 서울의 특성을 활용해 트레일러닝 특화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러닝 커뮤니티의 거점 역할까지 수행하도록 설계했다.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맥(M·A·C)도 지난달 잠실 롯데월드몰에 전 세계 최초의 '스토어 오브 더 퓨처(Store of the Future)'를 열었다. 기존 화장품 매장이 제품 진열과 판매에 집중했다면 새 매장은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발견하고 체험하는 과정에 무게를 둔 차세대 매장 포맷을 적용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계열사 로에베 퍼퓸도 지난 2월 성수동에 전 세계 최초의 독립 매장을 열었다. 그동안 로에베 매장이나 백화점 등을 통해 판매하던 향수 사업을 처음으로 별도 공간으로 분리한 것이다. 향수뿐 아니라 홈센트와 배스 제품까지 로에베 퍼퓸의 전체 제품군을 한곳에서 선보이고, 공간 곳곳에 한국적인 디자인 요소를 적용해 서울 매장만의 차별화된 경험을 강조했다.

이처럼 글로벌 브랜드들이 서울을 세계 최초 매장의 무대로 택하는 배경으로는 트렌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빠른 반응과 높은 콘텐츠 확산력이 꼽힌다. 한국 소비자들은 새로운 브랜드와 트렌드를 빠르게 받아들이면서 취향 변화도 빨라,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상품이나 매장 콘셉트에 대한 시장 반응을 단기간에 확인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분석이다.

로에베 퍼퓸(LOEWE PERFUMES)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 외국인 관광객 증가도 한 몫

최근에는 K컬처의 영향력 확대에 더해 외국인 관광객까지 늘면서 서울이 국내 소비자뿐 아니라 글로벌 소비자의 반응을 함께 확인할 수 있는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823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21.3% 늘었다. 이들이 서울에서 사용한 카드 결제액은 5조6172억원으로 56.8% 증가했다. 전체 소비액 가운데 쇼핑 비중은 46.4%로 가장 높았다.

글로벌 패션·유통 전문 매체 보그 비즈니스(Vogue Business)에 따르면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 기업 세빌스의 닉 브래드스트리트 아시아·태평양 리테일 총괄은 "서울의 차별점은 젊고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층과 K컬처의 세계적인 영향력이 결합돼 있다는 것"이라며 "많은 트렌드가 서울에서 시작돼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하기 때문에 글로벌 브랜드들이 서울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서울 내에서는 특히 최근 수년간 글로벌 브랜드 매장이 몰리고 있는 성수 상권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해 성수를 찾은 외국인은 전년보다 82% 증가했다. SNS상 성수 관련 언급량도 2023년 13만4000건에서 2025년 15만9000건으로 늘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성수는 글로벌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 진입해 소비자 반응을 검증하고, 이후 플래그십 및 장기 매장으로 확장하는 전략적 출발점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