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컬리가 내놓은 2분기 실적은 화려했습니다. 매출 7348억원에 영업이익 274억원으로, 분기 영업이익 기준 역대 최대입니다. 판관비율은 1년 전 33.5%에서 31.5%로 2%포인트 낮췄습니다. 인건비도 광고선전비도 매출 대비 비율이 모두 내려갔습니다.
딱 하나 예외가 포장비였습니다. 작년 2분기 135억원에서 175억원으로 30% 늘었습니다. 매출 증가율(27%)보다 빠릅니다. 회사는 이에 대해 "이른 하절기 진입에 따른 포장 부자재 사용 증가가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컬리는 포장법을 약 100가지로 운영한다고 했습니다. 절기별로 쪼개고 하루에도 기온에 따라 바뀌며, 그날의 방식은 매일 포장 작업대 앞에 가이드로 붙습니다. 냉장·냉동·상온을 어떻게 나눠 담을지, 얼음팩·드라이아이스를 어디에 놓을지까지 포함됩니다. 석유화학 공정 부산물로 만들어 나프타 수급 영향을 받는 드라이아이스는 업계 전반이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컬리는 관계사를 통해 물량을 쥐었지만 무기한 늘릴 수는 없어 은박 포장재를 한 겹 더 씌우는 고육지책까지 동원했습니다.
그런데도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선 "다 녹아서 왔다"는 불만이 이어졌습니다. 경영진이 고객 불만 글을 참고해 수시로 회의를 열어 대응할 정도였지만 "날씨를 이길 순 없었다"는 게 회사의 토로입니다.
새벽배송은 낮보다 밤이 문제입니다. 밤 11시 주문을 받아 물류센터에서 포장하고, 새벽 내내 차에 실려 다니다 오전 7시 문 앞에 놓입니다. 올여름은 그 밤이 식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는 7월 22일부터 8월 7일까지 17일 연속 열대야(밤 최저기온 25도 이상)가 이어졌습니다. 이 기간 드라이아이스가 버티지 못한 박스가 늘어나며 소비자 불만이 집중된 것으로 보입니다.
폭염 속에서 신선도를 지키려는 몸부림은 업계 전반이 비슷했습니다. 쿠팡은 드라이아이스·얼음팩 투입량을 평소보다 10~20% 늘렸고, SSG닷컴은 하절기 보랭제를 2배 이상 추가 투입하고 채소류 운영 기한을 최대 50% 줄였습니다. 오아시스마켓은 아이스팩과 냉동 생수를 보냉재로 병행해 쓰고 냉동 제품은 이중포장 원칙을 이어갔습니다.
폭염 청구서는 3분기에 본격적으로 날아들 전망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6~8월에 역대급 더위가 이어졌던 만큼 3분기 포장비가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더위가 길어질수록 신선식품 온라인 거래는 늘어나지만, 그 물량을 녹지 않게 나르는 비용도 함께 커지는 구조입니다. 여름철 장보기를 온라인에 맡기는 소비자가 늘어난 만큼, 배송 품질을 지키는 일이 업계의 새로운 숙제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