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매장 입구. 오전 10시 영업시간에 맞춰 손님들이 줄을 서 입장하고 있다. /정재훤 기자

13일 오전 10시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매장 입구는 할인 행사 소식을 듣고 찾아온 고객들로 북적였다. 올리브영과 아트박스, ABC마트, 배스킨라빈스, 다이소 등 입점 업체들도 상품을 진열한 채 평소처럼 고객을 맞고 있었다. 익숙한 홈플러스 CM송도 매장 안에 반복해서 울려 퍼졌다.

한 달간 임시 휴업을 거쳐 이날 정식으로 다시 문을 연 홈플러스는 예상보다 빠르게 과거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과일·채소 코너에는 수박과 복숭아, 토마토, 사과, 배 등 국내산 과일부터 바나나와 키위 등 수입 과일까지 다양한 상품이 진열됐다. 축산 코너에도 홈플러스 대표 상품인 '보먹돼'를 비롯해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매대를 채웠다.

13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내 과일·채소 코너에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정재훤 기자

사실상 비어 있던 주류 매대도 상당 부분 다시 채워졌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국순당, 서울장수 등 주요 업체의 소주와 맥주, 전통주가 줄지어 놓였다. 장류 코너에서도 샘표와 청정원, 해표, 순창, 해찬들, 백설 등 익숙한 브랜드 제품 대부분을 찾아볼 수 있었다.

매장 곳곳에서는 자체 브랜드(PB) 상품의 존재감도 컸다. 일반 제조사 상품보다 많게는 절반 가까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PB 상품이 상당수 매대를 채우고 있었다.

13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매장 내 진열대에 홈플러스의 자체 브랜드(PB) '심플러스' 제품이 다수 진열된 모습. /정재훤 기자

다만 매장 전체가 완전히 정상화됐다고 보기에는 곳곳에 빈틈이 있었다. 상품 종류는 상당 부분 회복됐지만 물량이 충분하지 않은 곳이 적지 않았다. 장류와 냉동식품 코너는 매대 앞 한두 줄에만 상품이 놓여 뒤쪽이 비어 있었고, 직원들은 수시로 남은 상품을 앞으로 당겨 빈 공간을 메웠다.

과자 코너에는 크라운제과·해태제과·롯데웰푸드·농심 등 주요 제조사가 모두 들어왔지만 홈런볼, 오예스, 몽쉘, 새우깡 등 각 업체의 대표 상품들만 진열돼 있었다. 주류 코너에서도 위스키 등 양주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와인은 고작 3종만 놓였고, 남는 매대 공간에는 프링글스가 자리를 대신했다. 과거 양주 등을 판매하던 넓은 주류 전문 코너는 불이 꺼졌고, 의류 판매 공간으로 바뀌어 있었다.

13일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매장 내 소고기 진열대가 대부분 비어 있는 모습. /정재훤 기자

식품 매장 밖에서는 영업 공백의 흔적이 더 뚜렷했다. 과거 가전·의류·잡화 등을 판매했던 3층으로 이어지는 내부 에스컬레이터는 막혀 있었고, 가전 코너에는 불이 꺼져 있었다. 4층 식당가 역시 일식·중식·칼국수 매장 등 일부 점포만 영업 중이었다.

지난 7일 가오픈 당시 홈플러스의 상품 입고율은 약 30% 수준이었다. 불과 엿새 사이 주요 식품과 생필품 공급이 상당 부분 복구됐지만, 아직 상품 가짓수와 재고 등은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13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매장 내 주류 코너 모습. 본래 위스키와 와인 등을 판매하던 구역이나, 물건이 입고되지 않아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정재훤 기자

홈플러스는 이날 임시 휴업했던 전국 점포 67곳을 다시 열고 이달 말까지 대규모 할인 행사에 들어갔다. 한우를 최대 50% 할인하고, 14일부터는 당당후라이드치킨을 절반 가격인 3490원에 판매하는 등 고객 유치에 나섰다.

정치권도 힘을 보탰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 등 정치권과 노동계 인사들은 이날 강서점을 찾아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장보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과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장도 노사 공동 상생 메시지를 내고 조기 정상화에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한병도(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이 13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열린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장보기 캠페인'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서울회생법원은 지난달 초 운영 자금 부족을 이유로 회생 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그러나 메리츠금융그룹의 2000억원 규모 긴급운영자금(DIP) 지원이 결정되면서 지난달 21일 폐지 결정을 취소했다. 회생 계획안 가결 기한은 오는 9월 4일까지로 20일가량 남았다.

홈플러스는 영업 재개 과정에서 미국 식료품 체인 '트레이더조(Trader Joe's)'와 유사하게 상품 가짓수를 줄이고 PB와 판매량이 많은 핵심 상품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제한된 운영 자금으로 과거와 같은 폭넓은 상품 구색을 한꺼번에 복구하기보다 회전율이 높은 상품을 중심으로 매대를 구성해 재고 부담을 낮추고 현금 회수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조 사장은 "과거 홈플러스가 할인 행사를 진행할 때처럼 오늘도 많은 사람이 찾아온 모습을 보니 뭉클하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며 "앞으로도 영업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