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 내 상품 보관 구역에서 피킹(picking) 로봇이 격자로 된 레일 위를 움직이면서 제품을 이동시키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지난 7일 찾은 롯데마트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 냉장 상품 저장고로 들어서자 거대한 바둑판을 연상시키는 격자형 레일 설비가 공간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각 칸에는 채소와 과일 등 신선식품부터 각종 음료까지 다양한 상품이 담겨 있었다. 격자 규격에 맞춰 설계된 수백대의 피킹(picking) 로봇은 마치 대형 인형 뽑기 기계처럼 레일 위를 분주하게 오가며 상품을 집어 출하 구역으로 옮겼다.

두꺼운 철문을 열고 냉동 상품 저장고에 들어서자 영하 25도의 찬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극한의 저온 환경에서도 피킹 로봇은 쉼 없이 레일 위를 움직이며 냉동 제품을 나르고 있었다. 상품 보관 공간에서는 작업자를 찾아보기 어려웠고, 몇몇 엔지니어만 창고 외부에서 시스템 이상 유무를 살피고 있었다.

이형석 롯데마트 고객풀필먼트센터(CFC) 개발운영부문장은 "센터 면적은 약 1만2000평에 달하지만 상주 인력은 300여명에 불과하다"며 "제품 입고와 최종 포장 등 일부 공정을 제외하면 최대 1000대의 로봇이 대부분의 작업을 수행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래픽=챗GPT DALL·E

이곳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은 롯데마트가 2022년 11월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Ocado)와 파트너십을 맺은 뒤 약 2000억원을 투입해 구축한 첫 CFC다. 2023년 12월 착공해 약 20개월의 공사를 거쳐 지난해 8월 준공했고, 올해 7월까지 통합 테스트를 마친 뒤 최근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롯데마트가 대규모 자동화 물류센터 구축에 나선 것은 온라인 장보기의 고질적인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정재우 롯데마트 온라인사업단장은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서는 여전히 채소가 시들거나 배송이 늦는 등의 고객 불만이 많다"며 "신선식품 품질과 상품 누락, 원하는 시간 배송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한다면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센터에는 오카도의 통합 솔루션인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이 국내 최초로 적용됐다. 최대 1000대의 로봇이 격자형 설비인 '그리드' 위를 이동하며 상품을 운반하고, 인공지능(AI)이 수요를 예측해 상품 배치부터 피킹·포장·출하·배송 경로까지 최적화한다.

소비자가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할 변화는 배송이다. 롯데마트는 부산과 영남권 400만세대를 대상으로 기존 하루 3차례 수준이던 배송 회차를 최대 13회까지 늘렸다. 이에 따라 롯데마트 제타 이용 고객은 새벽부터 저녁까지 2~3시간 단위로 원하는 배송 시간을 지정할 수 있다.

롯데마트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에서 사용자가 주문한 물건을 담은 바구니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패킹 및 출하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상품 구색도 기존 대형 마트보다 크게 늘렸다. 센터는 최대 3만5000개의 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데, 일반 롯데마트 점포보다 약 1만개 많은 수준이다. 이 가운데 냉장·냉동 상품만 1만여개에 달하며 냉동 상품은 최대 4000개까지 운영한다. 일반적인 대형마트가 취급하는 냉동식품이 약 1700개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배 이상 많다.

신선식품 경쟁력의 핵심인 온도 관리도 강화했다. 냉장·냉동 상품은 센터 입고부터 배송까지 상온 상품과 분리해 관리한다. 차우철 롯데마트·슈퍼 대표는 "다른 물류센터에서는 보기 어려운 완전한 콜드체인(Cold Chain·저온유통체계)을 구축했다"며 "입고부터 고객 배송까지 신선식품의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마트는 부산과 창원·김해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별도 배송 거점을 확보해 대구와 울산까지 서비스 권역을 넓힐 계획이다. 지난해 경기도 고양시에도 두 번째 스마트센터를 착공해 향후 경기·수도권 온라인 장보기 수요에도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7일 롯데마트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에서 차우철 롯데마트·슈퍼 대표이사가 센터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정재훤 기자

제타 스마트센터는 롯데마트의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 성패를 가늠할 시험대이기도 하다. 온라인 식료품 배송은 인건비와 물류비 부담이 커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사업으로 꼽힌다. 롯데마트는 개별 CFC가 운영 5년차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 흑자를 내고, 6년차부터는 영업이익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마트는 30년 이상 쌓아온 신선식품 소싱 역량과 오카도의 자동화 기술을 결합해 경쟁 업체와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정 단장은 "롯데마트는 30년 이상 전국 산지와 거래하며 신선식품 조달 역량을 축적해 왔다"며 "쿠팡·컬리 등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과 비교해 충분한 경쟁 우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차 대표는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은 롯데마트의 신선식품 노하우와 오카도의 AI 로봇 물류 기술을 결합한 차세대 온라인 물류센터"라며 "부산과 영남권 400만세대에 산지의 신선함을 정시 배송해 국내 온라인 장보기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