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10시 30분 경기 성남시 분당구 홈플러스 야탑점. 주차장에서 매장으로 이어지는 유리창에는 '홈플 is Back'이라는 문구와 함께 '마트·몰 정상 영업 중입니다'라고 적힌 포스터가 붙었다. 2000억원 규모 긴급운영자금(DIP)을 확보한 홈플러스는 이날부터 전국 점포 67곳을 가오픈(임시 개장)했다.
지난달 텅 비었던 신선식품 코너에는 일부 제품이 다시 채워졌다. 입구에서 가까운 과일 매대에는 바나나, 수박, 키위, 오렌지 등이 빼곡했다. 고기 대신 칼과 가위 등이 놓였던 축산 코너에는 한우, 돼지고기, 닭고기, 수산 코너에는 간고등어, 갈치 등이 소량이나마 제자리를 찾았다. 냉장 매대에서는 직원들이 콩나물과 계란을 계속 진열하며 빈 공간을 메웠다.
지난달 재고 소진에 집중하던 때와 비교하면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당시 곳곳에 붙었던 '50% 할인' '1+1' 등 할인 안내문, 멤버십 가입 유도 문구, 자체 브랜드(PB) '심플러스'로만 채운 매대는 크게 줄었다. 백설 등 제조사 브랜드(NB) 상품을 눈에 띄는 곳에 배치하고, 품목별로 진열대를 정돈하는 등 정상적인 상품 구색을 갖추는 데 공을 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정상 영업까진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였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텅 빈 진열대가 이어졌고, 상품이 들어오지 않은 자리에는 '상품 입고 준비 중'이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진열대를 아예 빼놓은 공간도 있어 지난달보다 정돈은 됐지만 물량 부족은 오히려 선명하게 드러났다. 멀리서 보면 채워진 듯한 매대도 가까이 다가가면 사정이 달랐다.
일부 코너에는 판매용이 아닌 전시(DP) 상품들이 함께 놓였다. 주방용품을 매대에선 뚜껑 일부가 깨진 냄비나 그릇도 있었다. 제품을 살펴보자 한 직원은 "그건 DP 상품이고 가격표가 붙어 있는 상품만 봐야 한다"고 안내했다. 판매 가능한 재고만으로 매대를 채우기는 아직 여력이 부족한 상황인 듯했다.
매장 밖에서도 가오픈이라는 흔적이 역력했다. 홈플러스 전용 주차장 4층은 아직 준비 중이라 통제됐고, 8일부터 다시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주문 상품의 배송 작업이 이뤄지는 공간은 불이 꺼진 채 운영되지 않았고, 카트 보관 공간 일부에도 통제선이 둘러졌다.
직원들은 상품을 진열하고 안내문을 붙이는 등 다음 주 정식 개장 준비에 분주했다. 점장을 비롯한 관리자들은 무전기를 들고 매장을 돌며 직원들과 수시로 운영 상황을 점검했다. 다만 영업 준비 상황을 묻자 "본사를 통해 소통해달라"며 말을 아꼈다.
온라인에서 홈플러스 가오픈 소식을 접하고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적지 않았다. 지난달과 비교하면 카트에 과일, 고기 등 신선식품을 담는 고객이 늘었는데, 의류 코너에서 할인 폭이 큰 바지 등을 여러 벌씩 고르는 수요도 여전했다. 일반적인 장보기와 할인 상품을 노린 소비가 공존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이날 상품 입고율은 약 30% 수준이다. 회사는 12일까지 상품 입고, 운영 점검을 이어간 뒤 13일 정식 개장할 계획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가오픈은 정식 개장 전에 실제 영업 환경에서 전반적인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미비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최종적인 영업 준비 절차"라며 "13일까지는 모든 상품이 완벽하게 준비될 예정"이라고 했다.
앞서 홈플러스 일반노동조합은 전날 상품 수급 차질이 계속되고 있다며, 납품업체와 신뢰 회복, 신선식품 공급망 정상화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특히 노조는 홈플러스 신선식품의 절반 이상을 담당해 온 농협의 납품 재개가 영업 정상화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이날 마트산업노동조합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를 이용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을지로위원회는 "국민의 장보기로 10만 일자리와 우리 동네 경제를 함께 지켜달라"며 "매장의 불을 다시 켰다고 해서 정상화가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