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004170)그룹 계열사들이 조선호텔앤리조트와의 협업을 잇달아 확대하고 있습니다. 조선호텔 김치와 가정간편식(HMR)을 홈쇼핑·이커머스에서 판매하는 데서 나아가 최근에는 북경오리처럼 호텔의 전문성을 살린 메뉴와 편의점 간편식 등으로 협업 범위가 넓어지는 모습입니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유통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조선호텔이라는 검증된 브랜드를 활용해 상품을 차별화하고 신규 고객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됩니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이 조선호텔과 협업해 만든 북경오리 HMR 제품. /신세계라이브쇼핑 제공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홈쇼핑 계열사 신세계라이브쇼핑은 지난 6월 조선호텔과 협업한 '붉은대게 포기김치'를 출시했습니다. 기존 포기김치와 파김치, 갓김치, 나박김치 등에 붉은대게를 활용한 제품을 추가하며 조선호텔 김치 상품군을 확대했습니다. 지난 5월에는 호텔이나 고급 중식당에서 주로 접하던 북경오리를 간편식으로 개발해 단독 판매했습니다.

신세계라이브쇼핑과 조선호텔앤리조트의 협업은 2023년 HMR 전문 조직이 신설되면서 체계화됐습니다. 내부 담당자를 지정하고 매월 임원진이 참여하는 회의를 열어 AI 분석과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신상품을 공동 기획하는 구조입니다. 과거 김치와 갈비탕·육개장 등 대중적인 상품에서 시작한 협업은 떡갈비와 LA갈비, 함박스테이크 등 20여 종의 HMR을 거쳐 최근에는 북경오리처럼 호텔의 전문성을 앞세운 메뉴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편의점 계열사 이마트24도 조선호텔 소속 손종원 셰프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에는 '셰프가 쉬는 날 일상에서 즐기는 음식'을 뜻하는 '데이 오프(Day Off)'를 주제로 제육모둠쌈밥정식과 통소시지김밥, 치킨 샌드위치 등을 선보였습니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는 셰프와 주방 직원들이 함께 먹는 일상식에서 착안한 '패밀리밀' 간편식 6종을 순차적으로 출시했습니다.

손 셰프는 조선팰리스 서울 강남의 '이타닉 가든'과 레스케이프 서울 명동의 '라망 시크레'를 총괄하는 헤드 셰프입니다. 두 레스토랑은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6'에서 각각 1스타를 받았습니다. 손 셰프는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2' 등에 출연하며 대중적 인지도도 높였습니다.

계열사 간 협업이 확대되는 흐름과 맞물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특수관계자 거래 규모도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선호텔앤리조트의 특수관계자 대상 '매출 등'은 2023년 541억원에서 2024년 747억원, 지난해 949억원으로 2년 만에 약 75% 늘었습니다.

그룹 식품 계열사인 신세계푸드(031440) 대상 매출 등은 2023년 213억원에서 2024년 225억원, 지난해 287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신세계라이브쇼핑 대상 매출 등은 같은 기간 27억원에서 87억원, 178억원으로 약 6.7배 늘어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이마트(139480) 대상 매출 등도 95억원에서 151억원, 165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이마트24가 손종원 셰프 등과 협업해 지난 4월 출시한 '미식 라인업' 제품들. /이마트24 제공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이 조선호텔과 협업을 확대하는 배경으로는 검증된 브랜드 경쟁력이 꼽힙니다. 새로운 프리미엄 식품 브랜드를 처음부터 육성하려면 제품 개발과 소비자 인지도 확보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합니다. 반면 조선호텔의 이름과 셰프 레시피를 활용하면 상품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소비자에게도 일정 수준 이상의 맛과 품질을 기대하게 할 수 있습니다.

협업 상품은 실제 고객 유입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신세계라이브쇼핑에서 조선호텔 김치는 2016년 첫 판매 이후 지난 6월까지 누적 판매액 450억원, 판매 수량 70만건을 넘어섰습니다. 2회 이상 재구매한 고객은 약 5만명에 달했습니다. 특히 김치를 구매한 고객 가운데 40%가 이후 패션 등 다른 상품을 추가로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선호텔 협업 상품이 식품 매출을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카테고리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역할도 하는 셈입니다.

최근 수년간 식품과 외식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른 점도 호텔 브랜드 상품의 소비 기반을 넓힌 배경으로 거론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지속되는 물가 상승으로 일반 외식·프리미엄 간편식과 호텔 상품의 체감 가격 차이가 줄면서, 소비자가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호텔 브랜드를 선택하기 쉬워졌다"며 "호텔 협업 상품은 숙박이나 파인다이닝보다 적은 비용으로 호텔의 맛을 경험하려는 소비자 수요도 충족해 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