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 Inc 의장. /쿠팡 제공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5일(한국시간)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상장 이후 최대 규모인 8350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고객이 이탈하면서 매출이 당초 계획을 밑돌았고, 사고 이전 수요에 맞춰 미리 깔아둔 물류 설비와 고정비가 고스란히 부담이 됐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그럼에도 물류 투자를 줄이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Inc는 이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결 실적 보고서에서 2분기 매출 88억5600만달러(약 13조3007억원), 영업손실 5억5600만달러(약 8350억원)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고정환율 기준 10%) 늘었지만,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부과한 6246억원 규모의 과징금이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1분기(영업손실 약 3545억원)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적자다.

김 의장은 "당사는 예측 수요 곡선에 맞춰 물류 처리량과 고정비용을 계획하는데, 물류 처리의 상당 부분은 최종 구축까지 긴 준비 기간을 필요로 한다"며 "현재 매출이 일시적으로 계획을 하회해 이런 비용들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비용을 삭감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옳은 결정은 물류 처리 능력을 점차 확대해 고객 경험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삭감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신 고객 재유치를 위해 전략적으로 늘린 마케팅 비용은 영향이 있던 기간을 지나면 내년부터 줄일 계획"이라고 했다.

적자의 직접적 원인이 된 개인정보위 과징금에 대해선 거랍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이번 분기 프로덕트 커머스 실적에는 최근 한국 규제 당국이 부과한 4억1000만달러의 과징금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과징금은 사법 판단을 거쳐야 하며 당사는 법원을 통해 이의를 제기할 계획이지만, 이번 분기에 판매관리비 항목에 반영했다"고 했다.

김 의장은 고객 이탈이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정보 사고로 영향을 받았던 지출의 대부분이 이미 회복됐고, 현재는 사고 이전과 같은 성장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며 "고객 지출의 대부분은 변동이 없고 이들의 지출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와우 멤버십 회원 수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사고 발생 전 수준을 넘어섰다"며 "신규 회원은 지출 곡선의 초기 단계에서 출발하므로, 사상 최대 수준의 회원 수는 시차를 두고 매출에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3분기에도 부진한 실적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아난드 CFO는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성장률은 고정환율 기준 8~9%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국의 추석 연휴 시기로 올해 3분기는 전년 동기 대비 비교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분기 성장률은 고정환율 기준 10%였다. 마진에 대해서도 그는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의 근본적인 개선 작업이 3분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며 "3분기 연결 기준 조정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은 전년 동기 대비 3~4%포인트 축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쿠팡Inc는 이날 공시한 2분기 보고서에서 지난 7월 인천 물류센터 화재로 인한 손실을 3분기부터 실적에 인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화재 직전 해당 시설에 있던 재고와 고정자산의 장부가액, 판매자 재고에 대한 지급 의무 등을 약 2억4600만달러(약 3500억원) 규모로 추산했다. 여기에 국세청이 지난 6월 2021~2025년 과세연도에 대한 세무조사를 마치고 통지한 추가 납부 세액도 가산세와 이자를 포함해 약 2억800만달러(약 3000억원)에 이른다. 쿠팡은 이에 불복해 행정 및 사법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