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임시휴업 중인 67개 점포의 영업 재개를 앞두고 점포당 초도물량을 160팔레트, 금액으로는 6억4000만원 규모로 확정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그러나 협력사별 납품 개시일이 최대 닷새 이상 벌어져 있는 데다 물량의 상당 부분이 개점 직전에 몰려 있어, 재개장 시점은 당초 목표인 7일에서 10일 또는 13일로 밀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선비즈가 입수한 홈플러스 내부 업무공지에 따르면, 회사는 재개장 점포마다 3일부터 8일까지 총 160팔레트의 상품을 입고시키기로 했다. 팔레트는 바닥에 까는 플라스틱판 위에 상품을 쌓아 트럭으로 실어 나르는 물류 단위다. 홈플러스가 내부적으로 잡는 1팔레트당 평균 상품가액은 400만원 수준으로 총 6억4000만원 규모다. 재개장하는 67개 점포로 환산하면 430억원 안팎이다.
상품 입고는 일부 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 CJ제일제당과 대상 등 일부 대형 제조사는 물류센터를 거치지 않고 점포로 직접 납품하는 방식으로 상품을 넣고 있다. 여기에 휴업 전 경기 안성물류센터에 쌓여 있던 자체브랜드(PB) 비축 물량과 지난달 13일 휴업 직전 각 점포에 배분하려다 멈춰 세운 상품 일부도 함께 풀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는 기존 재고를 소진하는 성격으로, 신규 발주를 통한 본격적인 상품 입고는 메리츠금융그룹의 긴급운영자금(DIP) 2000억원이 실제 입금돼야 가능하다.
복수의 협력사에 따르면 유통기한이 한 달가량 되는 냉장·냉동 가공식품은 6일 또는 10일부터,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은 11일부터 납품하라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신선식품 공급이 11일 이후에 시작된다면 홈플러스 측이 목표로 하고 있는 7일 정상 개점은 사실상 어려울 수 있다.
협력사 측에 납품 기한을 9월 3일까지로 못 박은 점도 눈에 띈다.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은 9월 4일로, 이 시한을 넘기면 회생절차가 폐지된다. 그 하루 전까지만 물건을 대라는 것으로, 회사의 존속 여부가 확정되기 전에는 한 달 치 이상 거래를 확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재개장이 사실상 한 달짜리 시한부로 출발하는 셈이다.
입고 일정 자체도 뒤로 쏠려 있다. 계획상 3일 10팔레트, 4일 20팔레트, 5일 10팔레트로 주 초반 물량은 40팔레트에 그친다. 반면 6일부터 8일까지 사흘간은 매일 40팔레트씩, 모두 120팔레트가 몰려 있다. 전체의 75%가 개점 직전·직후에 집중되는 구조다. 특히 목표 재개장일인 7일과 다음 날인 8일 입고분만 80팔레트로, 초도 물량의 정확히 절반이 문을 연 뒤에야 도착한다. 휴업 중이던 직원들의 출근 일정조차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새 영업 모델도 계획과 현실의 간극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홈플러스는 기존 2000평 안팎의 복층 매장을 600~1000평 규모의 식품 중심 단층 매장으로 줄이고, 미국 '트레이더조'처럼 PB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구상을 밝혀왔다. 그러나 면적 축소에 필요한 매장 레이아웃과 상품 배치도가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실제로는 상품별 매출 기여도와 무관하게 모든 품목의 진열 면적을 똑같이 맞추는 형태의 재개장이 이뤄질 전망이다. PB 확대 역시 진열 면적이 넓어질 뿐, 취급 아이템 수 자체가 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점포 관리자들 사이에서는 준비가 덜 된 개점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목~토 물량 집중으로 직원 노동강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데다, 진열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객을 맞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신선식품 비중이 높은 만큼 콜드체인 관리도 변수다. 내부 공지에도 "입고장에 물량을 방치하지 말고, 관리 온도에 맞춰 신속히 냉장·냉동고로 이동하라"는 지시가 담겼다. 오프라인 매장과 같은 날 재개되는 온라인몰 역시 주문 기능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나온다.
재개장의 전제인 자금 유입도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 홈플러스는 메리츠금융그룹의 DIP 2000억원이 전날(3일)까지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입금은 이뤄지지 않았다. 회사는 지난달 31일 서울회생법원에 2000억원 사용 승인 계획을 제출했으며, 실제 입금은 4~5일쯤으로 전망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현재 기준으로 2000억원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개장일을 확정해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