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만기 대출을 앞두고 금융기관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투자심리가 악화하면서 파산 위기까지 거론되는 상황입니다."

권순기 롯데관광개발(032350) 이사는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카지노산업 법·제도 개선 정책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관광학회와 복합리조트관광연구소가 주최한 이날 간담회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 중인 카지노 정책 변화에 대한 업계와 학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서원석 한국관광학회 회장이 4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카지노산업 법·제도 개선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재훤 기자

앞서 문체부는 지난달 23일 정책토론회에서 관광진흥개발기금 최고 부담률을 현행 매출액의 10%에서 15%로 높이고, 5년 단위 카지노업 갱신허가제와 영업 양도·양수 사전인가제 등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카지노 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산업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높이는 한편, 매출 증가에 맞춰 관광산업에 대한 공적 기여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현행 관광진흥개발기금은 카지노 영업장별 총매출액을 기준으로 누진 부과된다. 정부는 1995년 이후 부담 체계가 사실상 유지된 반면 카지노 매출은 크게 늘어난 만큼 공적 기여 수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전체 사업장 매출에 15%를 일괄 적용하는 대신 새로운 고매출 구간을 만들고, 기준을 넘는 초과 매출에만 15%를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매출 기준은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확정할 방침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기금 부담이 늘면 사업권과 자금 조달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져 신규 투자와 고용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수조원을 투자한 복합리조트 사업자에게 규제와 비용 부담이 추가되면 해외 투자자의 신뢰가 훼손되고 경영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강대석 인스파이어리조트 전무는 "정부가 제시한 요건을 모두 갖추기 위해 외국 자본을 포함해 총 1조9700억원을 투자했지만 개장 2년 반이 지난 현재까지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이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투자했는데, 충분한 논의 없이 정책이 바뀐다면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정부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방상훈 롯데관광개발 이사가 4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카지노산업 법·제도 개선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재훤 기자

복합리조트의 카지노 수익이 공연·문화·관광시설을 유지하는 기반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호연 인스파이어 이사는 "인스파이어는 4000억원을 들여 국내 최대 규모 아레나를 건립했다"며 "아레나 자체만으로는 투자금 회수가 어렵지만 케이(K)팝 공연과 국제 행사를 유치해 관광산업에 기여하기 위해 투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광진흥개발기금 부담이 커지면 개별 기업의 수익성뿐 아니라 K컬처 공연장과 관광 인프라에 대한 민간의 투자 여력도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갱신허가제가 고용 불안과 채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방상훈 롯데관광개발 이사는 "제주드림타워 카지노 직원은 2020년 103명에서 현재 1000명 이상으로 늘었지만, 아직 카지노 가동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사업권에 불확실성이 생기면 채용 경쟁력이 떨어지고 게임 테이블 가동률과 매출을 높일 기반도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카지노 사업자의 투자와 수익성뿐 아니라 공공적 책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재석 강원대 교수는 "관광진흥법이 시행된 이후 30여년이 흐른 만큼 제도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카지노산업의 주관 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아니라 문체부인 만큼 투자와 주가뿐 아니라 관광산업 전반과 공공성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마카오 역시 카지노 투자를 유치하면서 사업자들에게 카지노 영업만 허용한 것이 아니라 원도심 재생 등 더 큰 사회적 책임을 요구했다"며 "국내에서도 카지노와 복합리조트의 산업적 효과를 인정하는 동시에 지역과 관광산업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것인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