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식품업계가 조리 과정과 시간을 줄인 간편식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전자레인지에 몇 분만 데우거나 냉동 상태의 제품에 물을 넣어 조리하는 제품부터 손질한 재료에 바로 부어 사용하는 소스까지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유명 식당과 협업하거나 직화 설비와 급속 냉동 기술을 적용해 전문점 수준의 맛과 식감을 구현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편의성과 품질을 동시에 갖춰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대상(001680) 청정원의 간편식 브랜드 호밍스는 최근 냉동 상태에서 물만 넣어 조리할 수 있는 '초간편 볶음요리' 5종을 선보였습니다. 불맛오징어볶음과 김치두루치기, 정통잡채, 순살간장찜닭, 뚝배기불고기 등입니다.
제품과 정량의 물을 프라이팬에 넣고 재료를 풀어준 뒤 약 3분 30초간 볶으면 요리가 완성됩니다. 고기와 해산물, 채소 등 원재료가 달라도 비슷한 시간 안에 조리를 마칠 수 있도록 공정을 표준화했습니다. 한 번에 먹기 좋은 양으로 포장해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의 이용 편의성도 높인 것이 특징입니다.
올해는 면과 국물, 안주, 식단 관리식 등 여러 분야에서 조리 과정을 줄인 제품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면사랑은 지난 6월 오장동식 간재미 회냉면과 냉우동, 냉메밀소바 등 냉동면 밀키트 3종을 출시했습니다. 냉동면과 육수, 소스, 고명을 한 팩에 담아 별도로 재료를 손질하거나 양념을 준비하지 않아도 한 끼를 만들 수 있도록 했습니다.
냉우동과 냉메밀소바는 기존 2인용 제품을 1인용으로 바꾸고 대체당을 사용해 당류 부담을 낮췄습니다. 면사랑 측은 "이번 신제품은 간편식 수요 확대와 1인 가구 증가 등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간편식의 메뉴와 품질을 외식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신세계푸드(031440)는 서울 청담동 한우 요리 전문점 '우정'과 협업해 '우정 한우스지된장전골'과 '우정 특우개장'을 출시했습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해장국 전문점 중앙해장과 협업해 출시한 한우양해장국과 한우사태곰탕이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5만개를 넘어서는 등 호응을 얻자 맛집 협업 제품을 추가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익숙한 유명 식당의 이름과 조리법을 활용하면 신제품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라며 "외식비가 오른 상황에서 전문점 메뉴를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가격으로 즐기려는 수요도 흡수할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동원F&B는 전자레인지 조리 편의성과 직화 기술을 결합한 냉동 솥밥을 선보였습니다. '양반 비빔드밥 솥밥'은 문어 톳 솥밥과 쌈장고기 고사리 솥밥, 갈릭버터 스테이크 솥밥 등 3종으로 구성됐습니다.
기존 냉동밥 시장이 김치볶음밥과 새우볶음밥 등 대중적인 메뉴를 중심으로 형성됐다면 솥밥과 스테이크 등 외식 전문점에서 접할 수 있는 메뉴로 제품군이 넓어진 셈입니다. 전자레인지 조리의 편리함은 유지하면서 직화 공정을 적용해 냉동밥에서 구현하기 어려웠던 불향과 고슬고슬한 식감을 강조했습니다.
올해 출시된 제품들을 살펴보면 간편식 시장의 경쟁 기준은 단순히 '몇 분 안에 조리할 수 있는가'에서 '얼마나 많은 준비 과정을 없앴는가'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냉동 제품의 해동부터 식재료 손질, 양념 계량, 조리 후 설거지까지 소비자가 식사를 준비하는 데 들이는 전체 시간과 수고를 줄이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철 불 앞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다만 조리 과정을 단순화할수록 맛과 식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식품업체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직화 설비와 급속 냉동, 스팀팩 포장, 농축 소스 등을 적용하거나 유명 식당의 조리법을 활용하는 것도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간편함만으로는 제품을 차별화하기 어려워지면서 외식 메뉴를 얼마나 비슷하게 구현하는지가 제품의 가격과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조리 시간뿐 아니라 냉장고와 냉동실에서 차지하는 부피, 포장을 뜯고 조리하는 과정, 조리 후 발생하는 설거지까지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새로운 경쟁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짧게 조리하면서도 외식에 가까운 품질을 구현하려는 식품업계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