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마트에는 약 1만개의 상품이 있지만 고객이 한 번 주문할 때 장바구니에 담는 상품은 평균 7개 정도입니다. 좋은 상품이 있어도 고객이 발견하지 못하면 판매되지 않고 결국 사라지죠. 고객에게 지금 필요한 상품만 정확하게 찾아주면 쇼핑 편의성과 상품 노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지난 6월 배달의민족·B마트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사내 해커톤(우아톤)에서 비개발자로 구성된 '눌러보새' 팀이 3위를 차지했다. B마트의 가격 전략과 사업 관리, 데이터 분석 등을 담당하는 허소영·박지현·정혜림·전다해씨가 만든 인공지능(AI) 쇼핑 에이전트 '쏙'이 수상작이다. 쏙은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자연어로 설명하면 AI가 요청의 의미와 맥락을 분석해 B마트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다.

'눌러보새' 팀이 지난달 27일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왼쪽부터)허소영·박지현·정혜림·전다해씨./우아한형제들 제공

자취생인데 오늘 저녁으로 매운 음식이 먹고 싶다", "단백질은 많고 당은 적은 간식을 찾아달라", "새우 알레르기가 있는데 먹을 수 있는 과자를 알려달라"처럼 여러 조건이 섞인 요청도 처리한다. 추천 근거와 영양·알레르기 정보도 검색 결과에서 바로 보여준다.

지난달 27일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에서 만난 눌러보새 팀원들은 "직접 겪은 불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30개월 자녀를 위해 상품 상세 페이지의 원재료 표시를 확대해 계란 함유 여부를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라며 "'계란이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검색해도 계란과자가 나오는 등 기존 키워드 검색만으로는 원하는 제품을 정확히 찾기 어려웠다"라고 했다. 또 "고객이 상품 하나를 담기까지 평균 1.6회가량 반복되는 검색을 하는데, 이를 한 번으로 줄이면 더 많은 상품을 살펴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눌러보새 팀은 팀원들 중 개발자는 없었지만, 매일 상품과 매출 데이터를 들여다보며 고객 반응과 사업 지표를 분석해 온 경험이 경쟁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완성도뿐 아니라 서비스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실제 사업 성과로 어떻게 이어질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우아톤은 12시간 동안 진행됐지만 행사 안내와 발표·심사 시간을 제외하면 실제 제작에 쓸 수 있었던 시간은 7시간 가량이었다. 전씨가 AI 검색 엔진과 알레르기 정보 안전장치 설계를, 박씨가 고객의 상품 탐색 경로와 사용자경험·사용자인터페이스(UX·UI) 설계를 맡았다. 정씨는 B마트 상품과 식약처 데이터 연동 및 발표 영상 제작을, 허씨는 서비스 기획서와 발표 자료 작성, 전체 작업 조율을 담당했다.다음은 일문일답.

'눌러보새' 팀이 우아톤에서 개발한 서비스 '쏙' 이미지./우아한형제들 제공

ㅡ해커톤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박지현) "회사가 생성형 AI 도구와 바이브 코딩 교육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비개발자도 실제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기존에는 개발자 중심 행사였지만 이번에는 우리도 도전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ㅡ처음부터 AI 쇼핑 에이전트 '쏙'을 기획했나.

(허소영) "당초에는 상품별 적정 할인율을 제시하는 가격 최적화 모델을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해커톤 일주일 전 공개된 데이터가 약 30일치에 그쳐, 최소 6개월치가 필요했던 기존 아이디어를 접었다. 이후 팀원들이 B마트를 이용하며 겪은 불편을 모아 상품 탐색을 돕는 서비스를 기획했다."

ㅡ쏙은 기존 상품 검색과 무엇이 다른가.

(전다해) "단어만 찾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상황과 목적을 해석한다. '자취생인데 오늘 저녁으로 매운 음식이 먹고 싶다'고 하면 1인 가구에 맞는 소용량 상품과 저녁 식사에 적합한 상품군을 함께 고려한다. '일주일치 장보기'라고 하면 필요한 상품 수량과 규모까지 추론한다."

(허소영) "추천 근거를 고객에게 보여주는 것도 차별점이다. AI가 고객의 질문을 어떻게 해석했고 왜 이 상품을 추천했는지 설명한다. 저당 간식을 찾았다면 상품 상세 페이지에 들어가지 않아도 검색 결과에서 당류 함량을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ㅡ알레르기 정보의 안전성은 어떻게 확보했나.

(전다해) "AI가 잘하는 의미 추론과 기존 코드가 잘하는 정확한 판정을 구분했다. AI는 새우와 연관된 갑각류까지 폭넓게 찾고, 실제 안전 여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알레르기 성분 데이터로 다시 검증한다. AI는 고객의 말을 검색 조건으로 바꾸고 최종 판정은 데이터가 맡는 구조다."

(정혜림) "식약처와 B마트의 상품 정보도 연결했다. 바코드 정보가 없어 상품명을 정제해 매칭했고, 식품 상품의 70% 이상인 5000개 이상의 원재료·알레르기 정보를 가져왔다."

우아한형제들이 경기 성남시 배민스타트업스퀘어에서 지난 6월 사내 해커톤 '우아톤 2026'을 진행했다./우아한형제들 제공

ㅡ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없는 팀으로서 어떤 강점이 있었나.

(전다해) "기술적으로는 개발자팀과 비교하기 어려웠다. 다른 팀의 화면을 보며 완성도 차이를 느끼기도 했다."

(허소영) "대신 우리는 매일 상품과 매출 데이터를 보고 고객 반응과 사업 지표를 분석한다. 현재 고객이 상품 하나를 담기까지 평균 1.6회 검색하는 과정을 한 번으로 줄이면 주문당 상품 수가 평균 7개에서 얼마나 늘어날 수 있는지, 공헌이익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를 숫자로 제시했다. 비개발자였지만 문제를 사업 성과와 연결해 설명할 수 있었던 점이 경쟁력이었다."

(박지현) "팀에서 사용자경험·사용자인터페이스(UX·UI) 설계를 맡았는데,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더라도 고객에게 직관적으로 전달되지 않으면 실제 효용은 떨어질 수 있다. 알레르기나 영양처럼 고객이 가장 궁금해하는 정보를 어떻게 간단하고 눈에 띄게 보여줄지를 많이 고민했다."

ㅡ실제 제작 시간은 얼마나 됐나.

(정혜림) "행사는 12시간 일정이었지만 실제 작업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약 7시간이었다. 데이터 연동과 서비스 구현, 기획서 작성, 발표 준비를 모두 그 안에 마쳤다. AI 음성을 활용한 90초짜리 시연 영상도 만들었는데, 본선 진출자를 정하는 동료 평가에서 1위를 했다."

ㅡ실제 B마트 서비스로 출시하려면 무엇을 보완해야 하나.

(전다해) "수많은 고객이 동시에 AI 검색을 이용할 때 발생하는 비용과 시스템 부하를 해결해야 한다. B마트 고객의 구매 성향을 얼마나 정확히 반영할지도 과제다."

(정혜림) "식약처 정보와 실제 상품 정보가 일치하지 않는 사례도 있고, 상품 정보가 이미지로 등록된 경우도 많다. 알레르기는 민감한 정보인 만큼 데이터를 정확하게 추출하고 검증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ㅡ이번 경험을 통해 무엇을 느꼈나.

(허소영) "앞으로는 무엇이 문제인지 정의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 같다. 구현은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현업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왜 개선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사람의 역할이다."

(박지현) "예전에는 아이디어가 있어도 기술 지식이 부족해 실제로 구현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명확하고, 업무에서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분명하다면 AI를 활용해 상당한 수준의 결과물까지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