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계가 앞다퉈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쿠팡, 무신사, 오늘의집 등 플랫폼 기업은 물론 현대백화점(069960), 롯데백화점, 주요 뷰티 기업들까지 일본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정 업종과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업계 전반이 일본을 핵심 해외 시장으로 다시 주목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일본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 '로켓나우'를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도쿄 일부 지역에서 시작한 서비스는 일본 전국 광역 지자체(도도부현) 47곳 가운데 46곳 주요 도시에서 운영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애플리케이션(앱) 누적 다운로드 700만건을 돌파했다.
쿠팡은 대만과 더불어 일본을 핵심 해외 시장으로 키우고 있다. 대만에서는 한국과 같은 로켓배송 기반 이커머스 사업을 확대하며 물류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는 반면, 일본에서는 음식 배달 서비스를 앞세워 이용자를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다.
쿠팡 외에도 일본 진출에 나선 유통 플랫폼은 적지 않다. 무신사는 올해 상반기 도쿄 팝업 스토어 흥행을 계기로 현지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름 넘게 진행한 팝업에는 약 7만5000명이 방문했고,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의 일본 신규 회원 수는 109% 증가했다. 이달 중 하라주쿠, 10월 오사카 등 추가 팝업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지속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오늘의집도 일본을 중심으로 글로벌 커머스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오늘의집은 2024년 1월부터 일본에 '오하우스' 서비스를 출시해 국내 인테리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일본 역직구 사업이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최근에는 현지 사업 조직을 재편하며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불과 몇 년 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2019년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인 '노노재팬' 당시에는 일본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 반감이 컸다. 일본 소프트뱅크 투자를 받은 쿠팡의 경우 일본 기업이라는 논란에 휩싸이며 온라인상에서 불매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본 여행과 일본 제품 소비가 일상화됐고, 일본에서도 K콘텐츠를 넘어 패션·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양국 간 소비·문화적 거리가 크게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통업계가 일본을 다시 주목하는 배경으로는 지리적 접근성, 물류 효율 등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 장벽도 꼽힌다. 미국이나 유럽보다 진출 비용, 시차 부담이 적은 데다 소비자 취향과 구매 패턴도 한국과 비교적 유사해 국내에서 성공한 상품과 서비스를 현지에 안착시키기 쉽다는 분석이다.
플랫폼뿐 아니라 전통 유통 기업들도 일본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K브랜드 해외 진출 플랫폼 '더현대 글로벌'을 통해 일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에서 다양한 K브랜드 팝업을 운영한 데 이어 지난달 도쿄 오모테산도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롯데백화점은 K패션 해외 진출 플랫폼 '넥스트랩'을 앞세워 일본 사업 확장을 본격화했다. 내년에는 일본에 '롯데백화점 넥스트랩'이라는 이름의 K패션 전문관을 조성할 계획이다. 정규 매장 형태의 상설 팝업 전용관으로, 연간 수십 개 한국 브랜드를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뷰티 브랜드의 일본 공략도 활발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의 비디비치는 올해 6월부터 기존 로프트·플라자·앳코스메에 이어 아인즈앤토르페, 샵인, 핸즈 등 일본 주요 뷰티 유통채널 120개 매장에 추가 입점했다. 온·오프라인 판매망을 넓히는 동시에 현지 인플루언서·미디어 협업, 체험형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 접점도 확대할 계획이다.
코스맥스(192820)는 일본을 핵심 전략 시장으로 삼고 현지 생산 공장을 구축할 예정이고, 아모레퍼시픽(090430)은 이니스프리, 라네즈 등 브랜드를 앞세워 오프라인 판매 접점을 넓히고 있다. 올리브영은 지난 5월 '케이콘 재팬 2026'과 연계한 '올리브영 페스타 재팬 2026'을 통해 55개 K뷰티 브랜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일본에서 K뷰티는 이미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주요 소비재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수입화장품협회(CIAJ)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부터 일본의 화장품 수입국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화장품 점유율은 30.8%였고, 올해 1분기에는 33.5%까지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