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의 낮 기온이 이틀 연속 40.3도까지 오르는 등 이달 들어 24시간 식지 않는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유통가에서 팔리는 물건도 달라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외식 대신 보양식을, 냉방 가전은 상시 가동을 염두에 둔 제품을 찾았다. 집 밖에서는 한 번 바르고 마는 자외선 차단제 대신 들고 다니며 덧바르는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 '보양식+상시 냉방'으로 버틴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9일까지 이마트(139480)에서는 대표적인 여름 간식으로 꼽히는 옥수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 늘었다. 계절 과일인 복숭아(13%)와 수박(6%) 매출도 함께 늘었다. 롯데마트에서도 이달 1~28일 아이스크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6%, 냉장 음료가 11.2% 증가했다. 무더위에 집에서 먹는 여름 먹을거리 선호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편의점 CU에서도 이달 1~30일 과일스무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7.8% 늘었다. 컵얼음이 14.1%, 맥주가 13.7%, 스포츠·이온음료가 12.2%, 생수가 7.9% 증가했다. 다섯 품목 모두 전월 대비 신장률(14.6~55.9%)이 전년 대비보다 컸다. 이달 들어 더위가 급격히 심해졌다는 뜻이다.
보양식 수요도 뚜렷했다. 중복이 있던 이달 19~25일 이마트 계육 매출은 지난해 중복 주간보다 약 20% 늘었다. 같은 기간 델리 코너에서는 '전복 품은 양장피', '녹두삼계탕' 등이 카테고리 매출 상위권에 올랐다. 외식 물가가 오르면서 마트에서 완성품 보양식을 사 가는 소비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냉방 가전은 품목별로 온도 차를 보였다. 이마트에서는 시스템 에어컨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1.5% 급증한 반면, 스탠드형 에어컨은 8.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마트 측은 "시스템 에어컨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 미관상으로도 좋아 판매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여름철 위생 가전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음식물 악취와 벌레를 막아주는 음식물처리기 매출이 22.5% 늘며 여름철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롯데마트에서는 상시 가동이 쉬운 선풍기·서큘레이터 매출이 전월 대비 16.8%, 여름 이불이 전년 대비 15%(전월 대비 19.7%) 늘었다. 유통업체들은 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물량 확대에 나서는 분위기다.
◇ 덧바르는 선크림에 '픽서'까지… 밖에선 철벽 방어
밖으로 나가는 순간부터는 무장이 필요해졌다. 다이소에서는 이달 1~29일 선케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50% 늘었고, 미니 선풍기는 약 15%, 수영용품은 약 1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올리브영에서는 '비플레인' 녹두 쿨링 수분 선크림, '셀퓨전씨' 아쿠아티카 쿨링 썬스크린처럼 쿨링 기능을 더한 제품과 '오브제' 포어제로 오일 컨트롤 선스틱, '라운드랩' 자작나무 수분 선스틱 등 휴대가 쉬운 스틱형이 상위권에 올랐다. 아침에 한 번 바르고 마는 게 아니라, 들고 다니며 수시로 덧바르는 수요가 늘었다는 의미다.
땀과 열기에 무너지는 화장을 붙잡아 두는 제품도 주목받고 있다. 올리브영의 메이크업 픽서(화장을 밀착, 고정해주는 제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64% 급증했고, 프라이머는 46% 증가했다. 온라인몰 검색량에서도 '쿨링 노세범'이 1870%, 화장 밀착력을 높이는 '프렙'이 225%, '쿨링 스프레이'가 160% 늘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여름이 길어지면서 외출 중에도 선케어 제품을 덧바르는 '선 레이어링'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고, 베이스 단계에서 프라이머나 픽서로 메이크업 고정력을 높이는 제품 수요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외출 후 열기를 식히는 제품도 함께 팔렸다. 롯데마트에서는 햇볕에 달아오른 피부를 진정시키는 마스크팩 매출이 전년 대비 7.6%, 쿨링패치·풋샴푸 등 풋케어 상품군이 9.9%(전월 대비 13.1%) 늘었다. 두피 열감을 식혀주는 '닥터포헤어' 에어로 쿨링 스프레이, '필리밀리' 쿨링 냉매 마사저 등도 올리브영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흐름은 올여름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클 전망이다. 최근 10년 연평균 폭염일수는 18.3일로 과거 10년(1973~1982년)의 2.2배, 열대야일수는 12.2일로 3배로 늘었다는 게 기상청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름 상품이 7~8월 반짝 시즌 상품에서 5월부터 9월까지 굴리는 상시 카테고리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