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핵심 사업 축이 옮겨가고 있다. 석유화학 중심이던 포트폴리오를 바이오와 AI(인공지능)용 소재, 수소로 재편하는 작업이 올 들어 결과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바이오는 인천 송도에 12만L 규모 항체의약품 공장을 완공해 상업 생산을 준비 중이고, 전지소재는 AI 데이터센터용 회로박으로 영역을 넓혀 가동률을 67%로 끌어올렸다. 한일 식품사는 싱가포르 합작법인으로 아시아 사업을 하나로 묶었다.
◇ 송도 바이오 1공장 사용승인… CDMO 진입 속도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 바이오 캠퍼스 1공장의 주요 건설을 마치고 사용승인을 받았다. 2024년 착공 이후 약 2년 만이다. 1만5000L급 배양기 8기를 갖춘 12만L 규모 항체의약품 생산시설로, 다른 제약사 의약품을 대신 개발·생산하는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의 주력 거점이 된다. 미국 시러큐스 캠퍼스가 초기 임상과 소규모 생산을, 송도가 대규모 상업 생산을 맡는 '듀얼 사이트' 운영도 가능해졌다. 신약 개발사 입장에선 임상에서 상업화로 넘어갈 때 드는 기술 이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3일 송도 캠퍼스를 찾아 "바이오는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핵심 산업군"이라고 강조했다. 회사는 하반기 시운전과 시스템 검증을 거쳐 당초보다 6개월 앞당긴 연내 GMP(우수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 기준) 인증 완료를 목표로 한다. 의약품 제조에 필수인 인증으로, 이를 받아야 실제 상업 물량 수주가 가능하다.
◇ 전지소재·수소로 화학 포트폴리오 재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는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수요가 급증한 HVLP(초극저조도) 동박에 대응하고 있다. AI 서버용 고다층 기판에 쓰이는 고부가 제품이다. AI용 회로박과 ESS(에너지 저장 장치)용 전지박 판매가 늘며 전사 가동률은 지난해 4분기 45%에서 올 1분기 67%로 반등했다. 국내 유일 회로박 생산기지인 익산공장에는 약 500억원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3700t에서 2027년까지 1만6000t으로 늘린다. 말레이시아 공장은 익산의 전지박 물량을 이관받아 ESS용에 집중한다.
수소는 롯데케미칼이 SK가스, 에어리퀴드코리아와 세운 '롯데SK에너루트'가 맡았다. 지난해 6월 20MW(메가와트) 규모 울산하이드로젠파워 2호에 이어 올 4월 같은 규모의 1호가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계열사 부생수소를 공급받아 석유화학 부산물을 발전 연료로 되돌려 쓰는 구조다. 롯데SK에너루트는 올해 12월까지 총 80MW 규모의 종합 준공이 목표다.
◇ 한일 식품사 합작법인… '롯데 3세' 신유열 전면에
롯데웰푸드(280360)와 일본 롯데제과는 싱가포르에 합작법인을 세웠다. 한일 식품사의 아시아 사업을 총괄하며 사업별로 나뉘어 있던 의사결정 체계를 일원화한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한일 내수 시장 성장세가 둔화된 만큼 해외를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판단이다.
롯데웰푸드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14.4% 늘어난 1조2205억원, 일본 롯데는 베트남·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약 9000억원을 올렸다. 한일 롯데 공동 브랜드인 빼빼로 매출은 지난해 24%에 이어 올 1분기 33% 성장했다. 합작법인은 이를 토대로 메가 브랜드 육성과 신규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