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의 점포 축소와 영업 차질로 국내 장보기 시장의 수요가 재편되는 가운데, 이마트(139480)·롯데마트가 할인점과 기업형 수퍼마켓(SSM)의 구매 물량을 하나로 합치는 '통합 매입' 전략을 통해 가격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홈플러스에서 이탈한 소비자가 이커머스(전자상거래)로 분산되는 상황에서,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고객을 끌어오겠다는 구상이다.
통합 매입은 같은 유통그룹 안에서 대형마트와 SSM 등 각 채널이 별도로 구매하던 상품 물량을 하나로 모아 발주하고, 협력사와 가격·공급 조건을 협상하는 방식을 뜻한다. 구매 물량이 커지면 유통사는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판매 가격을 낮출 수 있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슈퍼는 최근 자체 브랜드(PB) 상품 '오늘좋은 두부'와 '오늘좋은 콩나물'의 용량을 기존 300g에서 400g으로 늘리면서 가격은 20원 낮아진 980원으로 책정했다. 롯데마트·슈퍼는 지난달에도 같은 방식으로 '오늘좋은 숙주나물(380g)'과 '오늘좋은 순두부(350g)'를 각각 980원과 680원에 출시했다. 이를 위해 롯데마트·슈퍼는 예상 판매량을 합쳐 목표 판매 가격을 먼저 정하고, 이에 맞춰 상품 규격과 제조사를 선정하는 통합 매입 전략을 취했다.
이마트도 초저가 자체 브랜드(PB) 확대에 이마트에브리데이와의 통합 매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지난 3월 초저가 PB '5K PRICE'에 상품 127종을 추가해 전체 품목을 353종으로 늘렸다. 이 과정에서 통합 매입과 글로벌 소싱을 통해 일반 브랜드 상품보다 가격을 최대 70% 낮췄다.
과거 대형 마트와 SSM은 업태별로 상품 매입과 운영 체계를 따로 관리했다. 대형 마트는 넓은 점포와 폭넓은 상품 구색을 갖춘 반면, 주거지 인근의 SSM은 중소형 점포에 맞는 생활 밀착형 상품 구성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점포 포맷과 고객 수요가 다른 데다 상품코드와 상품 도입 기준, 발주·재고 시스템, 물류 구조와 관리 방식도 채널별로 달라 구매 물량을 단순히 합치기 어려웠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커머스 중심으로 장보기 시장이 재편되고 고물가로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대형 마트에도 흩어진 구매력을 결집할 필요성이 커졌다. 전국적인 점포망을 갖추고 있더라도 대형 마트와 SSM이 상품을 따로 구매하면 전체 판매 물량을 활용한 규모의 경제를 충분히 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홈플러스의 부진으로 국내 장보기 시장이 재편되면서, 홈플러스 고객 상당수가 인근 대형 마트뿐 아니라 각종 이커머스로 분산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대형 마트 입장에서는 통합 매입 역량을 앞세운 가격 경쟁력 확보가 더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합 매입을 포함한 원가 절감 전략은 소비자가 가격 차이를 즉각 체감할 수 있는 '1000원 미만' 상품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할인 행사를 통해 일시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정상 판매가격 자체를 980원이나 990원으로 책정한 상품을 늘리는 모습이다.
이마트의 1000원 미만 PB 상품은 지난해 8월 말 14종에서 현재 60종으로 약 네 배 늘었다. 롯데마트·슈퍼도 1000원 미만 PB 상품이 지난해 7종에서 현재 16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홈플러스 이탈 고객이 인근 이마트, 롯데마트로 분산되는 현상이 일부 나타나고 있지만, 상당수는 이커머스에 흡수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고객 발길을 붙잡으려면 온라인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가격과 상품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