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모회사 미국 쿠팡Inc 주가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 여진으로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 24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증시에서 쿠팡Inc(이하 쿠팡) 주가는 15.5달러로 마감했다. 52주 최저가인 14.92달러에 근접한 수준으로, 이 기간 최고가(34.08달러)와 비교하면 반 토막 났다.
쿠팡은 다음 달 4일 미 증시 마감 직후 2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한국 시각으로는 5일 새벽이다. 28일 금융정보업체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현지 증권사들의 2분기 매출 전망치 평균은 90억5000만달러(약 13조2600억원)다. 작년 2분기 85억2000만달러보다 6.2% 늘어난 수치지만,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던 1분기(8%)보다도 낮다.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0.219달러로, 1분기(-0.15달러)보다 적자 폭이 커질 전망이다.
2분기 발목을 잡는 것은 '탈팡(쿠팡 탈퇴)'이 아니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남긴 비용이다. 우선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지난달 11일 부과한 과징금 6246억8100만원이 실적에 전액 반영된다.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이후 최대 규모다. 쿠팡은 이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지만, 소송과 무관하게 회계에는 즉시 잡힌다. 쿠팡 관계자는 "미국 회계기준에 따라 나갈 돈은 바로 장부에 반영하고, 나중에 승소하면 돌려받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부담은 사과 명목으로 뿌린 할인권이다. 쿠팡은 유출 사고 이후 피해 공지를 받은 이용자 약 3370만명에게 5만원 상당의 무료 이용권을 배포했다. 사용 기한이 지난 4월 15일까지였던 만큼, 1분기에 잡히지 않은 나머지 비용이 이번 분기에 반영된다.
◇ 쿠팡 목표주가 조정 이어져
일회성 비용을 걷어내도 수익성 전망은 밝지 않다.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지난달 쿠팡 목표주가를 15달러에서 12달러로 낮추며 '매도' 의견을 유지했다. 근거는 고정비다. 쿠팡은 전국에 물류센터를 깔고 배송 인력을 직접 고용하는 구조여서, 매출이 빠르게 늘 때는 고정비가 분산되며 이익률이 좋아진다. 반대로 매출 증가세가 꺾이면 같은 고정비가 그대로 이익을 갉아먹는다. 상품을 직접 사들여 파는 직매입 방식도 매출이 부진하면 재고 부담으로 되돌아온다고 번스타인은 지적했다.
씨티는 지난 5월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추면서 쿠팡이 2026~2027년 벌어들일 이익 추정치를 최대 27% 깎았다. 신사업이 아니라 전체 매출의 84%를 차지하는 한국 이커머스 본업의 이익률 가정을 낮춘 결과였다.
반론도 있다. 모건스탠리는 이탈했던 와우 회원의 80%가 복귀했고 회사가 제시한 2분기 매출 성장률 전망이 자사 추정치를 웃돌았다며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수익성 하락도 매출 회복을 전제로 인력·물류 투자를 예정대로 집행하기로 한 선택의 결과라고 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 20일 쿠팡 앱의 하루 이용자 비중이 올 1월 저점 이후 매달 회복돼 유출 사고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며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문제는 악재가 2분기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18일 인천 서구 석남동 쿠팡32물류센터에서 난 불은 109시간 40분 만에 꺼졌다. 연면적 29만9000㎡로, 2021년 전소한 이천 덕평물류센터의 2.3배 규모다. 복구비와 재고 손실, 인근 주민 피해 보상 비용은 3분기부터 실적에 잡힌다.
보험금이 손실을 메우겠지만 시차가 있다. 보험 처리가 되더라도 합의까지 2~3년 걸리는 만큼 일시적으로는 손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그늘에서 벗어났다는 신호는 3분기 물류센터 화재 비용까지 털어낸 뒤에야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