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결정으로 가까스로 회생절차를 재개한 홈플러스가 회생 개시 이후 납품받은 물품 대금조차 갚지 않고 있다는 호소가 나왔다. 해외에서 식품 원료를 들여와 가공한 뒤 대형마트에 납품해 온 중소 제조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수입협회는 27일 "홈플러스 회생절차 과정에서 발생한 공익채권 미변제로 국내 식품 공급망이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에 긴급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협회가 회원사를 상대로 피해 규모를 조사한 결과, 응답한 10개사의 미정산 피해액은 약 27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9곳이 식품 관련 제조업체였고, 9곳 모두 해외 공급업체 결제 지연과 생산 차질, 고용 축소 등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문제가 된 대금은 일반 상거래 채권이 아닌 '공익채권'이다. 채무자회생법상 법원이 회생절차를 개시한 뒤 회사가 영업을 이어가기 위해 발생시킨 채무로, 회생채권보다 앞서 수시로 변제해야 한다. 회생 기업이 물건을 계속 납품받을 수 있도록 법이 특별히 보호해 놓은 장치다. 그런데도 이 대금이 상당 부분 지급되지 않으면서 식품 원료 공급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 협회 측 설명이다.
협회는 "피해 기업들은 단순 수입상이 아니라 해외 식품 원료를 국내에서 가공·제조해 대형마트에 공급하는 제조기업"이라며 "이들의 경영 악화는 국민 밥상물가와 식품 공급망 안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협회는 정부·국회·관계부처와 피해 공익채권자가 참여하는 범정부 긴급협의체 구성, 확인된 공익채권의 50% 이상에 대한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과 저리 융자,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메리츠 등 주요 이해관계자의 책임 있는 변제계획 수립 등 세 가지를 요구했다.
홈플러스 회생은 최근 극적으로 되살아난 상태다. 서울회생법원은 이달 3일 회생계획안의 수행 가능성이 없다며 절차 폐지를 결정했지만, 메리츠금융 계열 3사가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 지원을 의결하자 21일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9월 4일까지 연장했다. 그러나 이 자금이 임금과 점포 재개 비용에 우선 투입되면서 납품 대금 정산은 다시 뒤로 밀릴 수 있다는 것이 협력업체들의 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