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사업자의 관광진흥개발기금 부담률 상한을 현행 10%에서 15%로 높이는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카지노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매년 수백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2030년 개장하는 일본 오사카 복합리조트와의 경쟁을 위한 설비·마케팅 투자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카지노 관광진흥개발기금은 관광 사업 발전과 관광을 통한 외화 수입 증대를 목적으로 1994년 조성됐다. 회사의 영업이익이 아닌 매출을 기준으로 부과돼 추가 부담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증권가에서는 제도가 정부 원안대로 시행되면 주요 카지노 업체의 영업이익이 기존 전망치보다 20~30%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내 카지노 사업자의 관광진흥개발기금 최고 부담률을 15%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행 관광진흥법은 카지노 사업자가 총매출액의 10% 범위에서 기금을 내도록 규정한다.
시행령상 ▲연간 매출 10억원 이하는 매출의 1% ▲10억원 초과 100억원 이하는 기본 1000만원에 10억원 초과분의 5% ▲100억원 초과는 기본 4억6000만원에 100억원 초과분의 10%를 더해 납부한다. 일정 규모를 넘어선 대부분의 대형 카지노에는 사실상 최고 구간이 적용된다.
문체부는 30년 넘게 유지된 부담 구간이 산업 성장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대부분 사업장이 최고 구간에 들어가 누진제 기능이 약해진 만큼 고매출 사업장을 위한 새 구간을 만들고, 카지노 수익 일부를 관광 인프라와 인력 양성에 환원하겠다는 취지다.
업계는 기금이 영업이익이 아닌 매출을 기준으로 부과된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고 우려한다. 카지노는 고객 유치를 위해 항공료와 숙박비, 식음료, 게임머니 등을 제공하는 '콤프' 비용을 지출하고 인건비와 시설 운영비도 부담한다. 적자를 내더라도 일정 수준의 매출이 발생하면 기금을 내야 하고, 일반 업종처럼 가격을 올려 비용을 전가하기도 어렵다.
◇매출 늘어도 이익은 출렁… 기금 인상 땐 수익성 직격
카지노 업체들은 고객 수와 게임 이용액이 늘어도 홀드율(카지노 측이 게임에 승리해 회수한 금액 비율)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변동하는 특징이 있다. IM증권에 따르면, 파라다이스(034230)의 올해 2분기 드롭액(고객이 카지노에서 칩으로 바꾼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하며 처음으로 2조원을 넘었다. 그러나 6월 홀드율 하락과 콤프 비용·인건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5%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금 부담률이 5%포인트 상향되면 수익성은 크게 악화한다. 파라다이스는 지난해 카지노 매출 9005억원을 기록하고 기금으로 888억원을 납부했다. 최고 부담률이 15%로 늘어나면 기금은 1351억원으로 약 463억원 증가한다.
롯데관광개발(032350)의 제주 드림타워는 지난해 카지노 매출 4766억원, 기금 515억원을 기록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별도 법 적용을 받지만 업계에서는 같은 수준의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 경우 납부 기금은 714억원으로 약 200억원 늘어난다.
GKL(114090)은 지난해 카지노 매출 4253억원에 기금 409억원을 납부했다. 부담률이 15%로 오르면 기금은 638억원으로 늘어나 지난해 영업이익 526억원을 웃돈다.
신한투자증권은 부담률이 5%포인트 높아질 경우 기존 영업이익 전망치보다 파라다이스는 29%, GKL은 37%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관광개발도 같은 수준의 인상을 가정하면 영업이익이 21%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日 오사카는 10조 투자… 국내는 투자 여력 줄어들 판
부담률 인상 논의가 본격화한 시점도 업계에는 부담이다. 아시아 카지노 시장에서는 중국과 일본 VIP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고급 객실과 식음료, 공연·쇼핑 콘텐츠뿐 아니라 항공료와 숙박비를 지원하는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 외국인 카지노 산업은 코로나19 충격에서 최근에야 본격적으로 회복하고 있다. 업계는 시설과 서비스 수준이 고객 선택을 좌우하는 만큼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일본은 2030년 가을 개장을 목표로 오사카 유메시마에 대형 복합리조트를 건설하고 있다. 총사업비는 약 10조원으로, 파라다이스가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조성에 투입한 약 1조5000억원의 6배를 웃돈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카지노는 시설과 서비스 품질이 고객 선택을 좌우하는 럭셔리 소비재 산업인 만큼 지속적인 CAPEX(설비투자) 지출 없이는 경쟁력 확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