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물류센터 화재 등 잇단 악재로 흔들리는 사이 네이버(NAVER(035420))가 커머스(상거래)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배송 서비스는 물론 멤버십과 대규모 할인 행사까지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면서 쿠팡의 빈틈을 공략하는 모습이다.
네이버의 공세에 쿠팡은 물론 11번가와 G마켓 등 오픈마켓 사업자들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쿠팡이 직매입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반면, 네이버는 입점 판매자와 광고·중개 수수료 기반의 플랫폼 구조여서 11번가와 G마켓과 사업 모델이 더 유사하다는 평가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배송 경쟁력을 커머스 부문의 핵심 과제로 삼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컬리와 손잡고 새벽 배송에 이어 당일배송 서비스를 도입했고, 물류업체들과 협업해 N배송(도착일 보장) 적용 상품을 늘리고, 당일과 익일이던 배송 시간대도 새벽, 일요일까지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스토어 입점 판매자를 위한 물류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6일부터는 판매자가 상품을 물류센터에 입고하면 재고 관리부터 출고, 교환·반품, 고객 응대까지 물류 운영 전반을 지원하는 'N배송 바이 네이버'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수도권 내 자체 물류 거점을 확보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네이버는 "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는 단계일 뿐 물류센터 구축이나 직접 배송 도입 여부 등은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네이버가 배송 서비스에 특히 공을 들이는 이유는 쿠팡의 강점으로 꼽히는 로켓배송과 무료반품 등 물류 경쟁력을 따라잡기 위해서다. 네이버는 그동안 판매자와 물류업체를 연결하는 플랫폼형 물류 전략을 고수해 왔지만, 쿠팡 같은 직배송 모델의 효율성이 주목받는 탓이다.
앞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물류 직접 투자 모델을 고려하고 있다"며 "배송단가를 낮추고 물류 데이터도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구조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프로모션 행사 규모도 커지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연중 최대 쇼핑 행사인 '네이버 쇼핑 페스타(네쇼페)'를 '넾다세일'로 개편하며 거래액과 더불어 광고 집행, 멤버십 가입 확대를 노리고 있다. 무료 배송, 할인 쿠폰 혜택을 앞세워 지난해 하반기에는 2주간 행사 누적 판매액이 1조원을 웃돌기도 했다.
공교롭게 네이버의 이 같은 커머스 확장은 쿠팡이 연이은 악재를 맞은 시기와 맞물렸다. 쿠팡은 지난해 11월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성장세가 둔화한 데 이어 최근 60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지난 18일에는 인천 물류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며 상품과 시설 피해 우려도 커졌다.
업계 안팎에선 네이버가 이른바 '탈팡(쿠팡 탈퇴)' 고객 수요를 흡수하는 것은 물론 기존 오픈마켓 영역까지 잠식할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쿠팡은 직매입 상품을 직접 보관·판매하는 비중이 높지만, 네이버와 11번가·G마켓은 입점 판매자가 상품을 판매하고 플랫폼이 중개·광고 수익을 얻는 구조가 중심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직매입 기반이라 11번가나 G마켓과 사업 방식이 다소 차이가 있지만 네이버는 판매자와 광고주, 소비자를 놓고 직접 경쟁하는 구조"라며 "오픈마켓 입장에서는 쿠팡보다 네이버의 성장세가 더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네이버와 쿠팡의 격차는 점차 좁혀지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이 이날 발표한 올해 상반기 월평균 결제 추정 금액 분석 결과, 쿠팡을 100으로 환산했을 때 네이버·네이버페이가 96.5를 기록하며 가장 근접한 리테일(유통) 플랫폼으로 나타났다. G마켓·옥션은 21.8을 기록했다.
네이버는 올해 2분기 광고와 커머스를 앞세워 외형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네이버의 2분기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15.5% 증가한 3조3663억원, 영업이익은 8.5% 증가한 5660억원이다. 인공지능(AI) 인프라와 멤버십 혜택 강화 등 커머스 투자 비용이 늘면서 수익성 개선 폭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