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이어지면서 유통업계가 여름 특수 잡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냉감 의류와 쿨링 화장품, 빙과류 등 관련 상품 판매가 급증하자 생산량을 늘리고 신제품을 확대하는 한편, 프로모션도 강화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폭염이 계절성 변수에서 벗어나 상품 기획과 재고 운영, 마케팅 전략까지 바꾸는 핵심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13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낮 기온은 30∼37도로 예보됐다. 14일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의 최고 체감온도는 33도 안팎까지 오르고, 중부지방과 전북·경북권은 35도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12일에는 경북 경산시와 포항시에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폭염중대경보는 폭염경보로도 경각심을 충분히 줄 수 없는 '극한 더위'를 경고하고자 도입돼 지난달 1일부터 운영되고 있으며 이번이 첫 발령이다.
이에 편의점업계는 음료와 빙과, 얼음을 중심으로 여름 상품 판매 확대에 나섰다. GS리테일(007070)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지난해 말부터 운영 중인 즉석 스무디 제조기를 기존 160개 매장에서 이달 말까지 300개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6월 스무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2.4% 증가했다. 건강을 중시하는 '헬시플레저' 트렌드와 가성비 소비가 맞물리며 여름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지난 6월 1일부터 7월 12일까지 아이스크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6%, 얼음은 27.3%, 데오드란트는 19.2%, 쿨토시는 11.0% 각각 증가했다.
BGF리테일(282330)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에서도 폭염 관련 상품 판매가 크게 늘었다. 올해 1분기 기준 얼음 매출은 전년 대비 31.5%, 아이스크림은 26.7%, 음료는 14.6% 증가했다. 편의점 업계가 본격적인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관련 상품 물량도 추가 확보하고 있다.
식품업계도 여름 대표 상품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웰푸드(280360)는 일본에서 인기를 끈 '설레임 쿨리쉬'를 출시하고 미세 얼음 입자를 구현하기 위해 독일산 제빙 설비까지 도입했다. 출시 이후 설레임 라인업의 편의점 매출은 5월 26%, 6월 14% 증가했다. 빙그레(005180)는 원가 부담에도 지난 3월 일부 아이스크림 가격을 인하하고 '더위사냥 저당', '붕어싸만코 저당' 등 신제품을 선보이며 성수기 수요 선점에 나섰다.
패션업계는 냉감 소재와 자외선 차단 상품을 중심으로 대응에 나섰다. LF(093050) 닥스액세서리는 우양산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25% 늘렸고, 헤지스는 우양산 입고 시기를 약 3주 앞당겼다. 질스튜어트뉴욕은 우양산 물량을 전년 대비 5배 확대했으며, 삼성물산(028260) 패션부문 빈폴은 헌터와 협업해 '애니웨더 애니웨어(Any Weather, Anywhere)' 콘셉트의 기후 대응 상품을 선보였다.
LF몰에서는 이달 초 냉감 관련 검색량이 전년 대비 66% 증가했다. 무신사에 따르면 6월 한달간 '살안타템'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81%, 냉감은 68%, 냉감이너는 210%, 자외선차단은 54% 각각 증가했다. 무신사가 지난달 14일부터 24일까지 진행한 무진장 여름 블랙프라이데이에서는 온·오프라인 합산 판매액이 283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뷰티업계 역시 폭염 특수를 누리고 있다.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올해 4~6월 기준 쿨링 케어 제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트러블 케어 제품은 41%, 유분·땀 케어 제품은 29%, 자외선 차단 제품은 27% 각각 늘었다. 단순 미용 목적보다 피부 열감을 낮추고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려는 '생존형 뷰티' 소비가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계절이 아니라 기온을 기준으로 상품을 기획하고 재고를 운영하는 수준까지 변화하고 있다"며 "폭염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냉감 의류와 쿨링 상품, 음료 등 관련 품목 생산과 프로모션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기후변화가 유통업계의 사업 전략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계절별 상품 운용보다 실시간 기온 변화에 맞춘 발주와 생산, 물류 운영이 중요해지면서 여름 상품 출시 시기도 빨라지고 판매 기간도 길어지는 추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여름 성수기가 한두 달에 그쳤다면 이제는 폭염이 길어지면서 관련 상품을 더 일찍 출시하고 더 오래 판매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앞으로는 계절 중심이 아니라 기후 중심의 상품 기획과 마케팅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