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운영자금 고갈에 따른 매장 유지 비용 부족으로 대형마트 영업을 13일부터 임시 중단한 가운데 이날 서울 시내 한 점포에 임시 휴무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기업회생절차가 폐지된 홈플러스 파산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홈플러스는 13일부터 본사를 비롯한 67개 전 점포의 임시 휴업을 선언했다. 운영자금이 고갈된 데다 시설 유지·관리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홈플러스가 즉시항고 마감인 20일까지 운영자금 최소 2000억원을 마련하지 못하면 청산 절차로 넘어간다.

관심은 두 갈래로 옮겨갔다. 파산이 어떤 방식으로 선고되느냐,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은 알짜 점포가 어디로 가느냐다. 국내에 진출한 일부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까지 이 점포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일반 파산 아닌 '견련파산' 무게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일반 파산이 아닌 '견련파산(牽連破産)'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견련파산은 회생절차가 중단된 기업이 방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 회생절차 폐지와 동시에 법원이 직권으로, 또는 기업의 신청을 받아 파산을 선고하는 절차다. 홈플러스는 "이번 주까지 직접 파산을 신청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핵심은 공익채권의 우선순위다. 견련파산에서는 회생 기간에 쌓인 공익채권의 법적 지위가 그대로 유지된다. 반면 항고 기간이 지나 폐지가 확정된 뒤 별도의 일반 파산 절차를 밟으면 채권자들이 다시 채권을 신고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변제 순위가 뒤엉킬 수 있다. 한 채권자 측 관계자는 "일반 파산으로 가면 임직원 체불임금 같은 것까지 순서가 뒤죽박죽돼 오히려 공익채권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그런 대혼란을 막기 위해 견련파산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했다. 앞서 위메프 등 유통기업의 파산 과정에서도 법원이 공익채권자 보호를 위해 견련파산 절차를 진행한 사례가 있다.

홈플러스의 공익채권은 1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상당수는 회생절차 개시 이후 발생한 협력업체 납품 대금과 임직원 체불임금, 퇴직금 등이다. 여기에는 홈플러스 몰에 입점한 점포주들이 파산으로 영업하지 못하게 되면서 입는 손해에 대한 배상 청구액도 포함된다.

◇ 공은 메리츠로… 알짜 점포 누가 사가나

홈플러스 점포 62개는 메리츠금융그룹에 담보신탁으로 잡혀 있다. 메리츠 계열 3사는 2024년 5월 홈플러스에 1조2166억원을 대출하면서 이들 점포를 신탁하고 1순위 우선수익권을 확보했다. 담보신탁 자산은 파산재단의 처분 절차에서 비켜서 있어, 채권자가 언제 얼마에 팔지를 독자적으로 정할 수 있다. 법원이 파산 선고 후 파산관재인을 선임해도 62개 점포만은 메리츠와의 협의로 처리된다는 뜻이다. 이는 자산의 99% 수준이라고 홈플러스 측은 추산한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메리츠가 우량 점포만 골라 파는 '선별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본다. 장사가 되는 알짜 점포는 묶어서 유통업체나 대형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업자)에 넘기고, 팔리지 않는 나머지는 개별 경매로 처분하는 방식이다. 고용 승계 부담이 따르는 영업양수도 대신 우량 자산·부채만 선별 인수하는 자산부채이전(P&A) 형태를 택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점포 부지가 주상복합이나 오피스, 물류센터 등으로 개발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용도 변경과 개발에는 수년이 걸리는 만큼, 원금을 서둘러 회수해야 하는 메리츠가 직접 나서기보다 부지를 사들인 매수자가 개발을 맡는 그림이 유력하다.

◇ 이마트·롯데마트 '고통 분담'?… 알리도 후보?

인수 후보로는 우선 경쟁사가 거론된다. 상권이 겹치지 않는 점포에 한해 이마트·롯데마트가 일부를 나눠 떠안는 '고통 분담' 방식이다. 두 회사는 홈플러스 폐점의 최대 수혜자이기도 하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홈플러스 59개 점포가 문을 닫으면서 휴점 영향권 내 이마트·롯데마트 점포 매출은 10%가량 늘었다. 홈플러스가 완전히 문을 닫을 경우 이마트가 연간 550억원, 롯데마트가 200억원의 영업이익을 추가로 거둘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각각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의 18%, 4%에 해당한다.

물류 거점을 노리는 중국 이커머스도 거론된다. 해외 업체가 한국 유통 시장에 처음부터 진입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이미 자리 잡은 점포망을 사들이는 편이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자주 오르내리는 곳은 알리익스프레스다. 앞서 홈플러스익스프레스의 잠재 인수 후보로도 이름이 거론됐고, 모회사 알리바바가 중국에서 운영하는 신선식품 매장 '허마셴셩(盒馬鮮生)'이 이와 비슷한 구조라는 점이 근거로 꼽힌다. 허마셴셩은 매장이 곧 도심 물류 거점이다.

알리의 약점이 신선식품이라는 점도 맞물린다. 이달 8~10일 진행한 브랜드 특가전에서 거래액 상위 카테고리는 자동차용품·음향기기·아웃도어 순으로 10위권이 모두 공산품이었다. 국내 물류를 CJ대한통운·한진 등 파트너사에 기대고 있는 점도 한계다.

다만 매각이 순조로울지는 미지수다. 장보기 수요가 이미 이커머스로 넘어가면서 대형마트 업태 자체가 축소되고 있는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산업이 부침을 겪는 상황에서, 1·2위 업체가 버티는 시장에 새로 들어오겠다는 유인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