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사실상 파산 기로에 서면서 대형마트 시장이 양강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홈플러스 고객 수요가 이동하면서 이마트(139480)와 롯데마트가 단기적으로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양사는 점포 리뉴얼, 배송 서비스, 자체 브랜드(PB)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를 폐지하기로 했다. 홈플러스가 오는 20일까지 운영 자금을 확보해 즉시 항고하지 못하면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이 경우 국내 대형마트 시장은 사실상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양강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5일 서울 송파구 홈플러스 잠실점 모습. /뉴스1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홈플러스 폐점에 따른 고객 이동이 감지됐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기존 104개 점포 가운데 37곳 점포를 폐점했고 현재 67개 점포만 운영 중이다. 이후 폐점 점포 인근 이마트와 롯데마트 매출은 증가세를 보였다. 이마트 서울 창동·묵동점의 5월 10~31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했다. 서울 지역 홈플러스 폐점 점포 인근 롯데마트 매장 매출은 평균 9% 늘었다. 일부 점포는 증가율이 20%를 웃돌았다.

증권가에서는 홈플러스 이탈 수요 덕분에 경쟁사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홈플러스 점포 폐쇄에 따른 수혜가 이마트 기존점 성장률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화투자증권도 홈플러스 회생 폐지 결정으로 경쟁사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실적은 개선되는 흐름이다. 이마트의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4조7152억원, 1463억원으로 각각 전년동기대비 1.9%, 9.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분기 기준 8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 영업이익은 20.2% 증가한 338억원을 기록했다.

양사는 반사이익을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기 위해, 본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마트는 기존 점포 효율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확대, 쓱닷컴(SSG닷컴)과 연계한 신선·배송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이마트 양재, 은평, 검단점 등 최소 6개 이상 점포를 리뉴얼한다는 방침이다.

점포나 지역 단위의 고객 유치 경쟁도 적극적이다. 일부 이마트 점포에서는 종이 할인쿠폰을 담은 우편물을 인근 가정에 발송하는 등 오프라인 마케팅에 나섰다. 디지털 마케팅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직접 우편(DM, Direct Mail)을 활용하는 것은 인근 상권 내 고객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롯데마트는 신선식품 품질 혁신과 PB 상품, 해외 사업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온라인 경쟁력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반기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자동화 물류 시스템을 적용한 온라인 그로서리 전용 물류센터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을 가동하고,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이어 카카오 쇼핑 장보기 서비스를 선보이며 플랫폼 협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홈플러스 공백이 대형마트 업계 전반의 구조적인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형마트 매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식품 소비가 이커머스(전자상거래)와 편의점,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으로 분산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한국신용평가는 홈플러스 이탈이 이마트와 롯데마트에 단기적인 반사 이익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이는 시장점유율 재배분에 따른 효과일 뿐 구조적인 업황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는 홈플러스의 시장 공백 자체보다 시장 재편 과정에서 확보한 고객 기반을 유지하면서 차별화된 성장 전략을 얼마나 성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업체별 실적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며 "업태 전반의 성장 여력이 제한된 만큼 각 업체의 대응 전략과 실행 성과를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