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지난 5월 15일 이후 34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이어가며 외환위기 이후 최장 기간을 기록하고 있다. 고환율이 지속되며 수입 먹거리의 원가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대형마트들은 기존 주력 산지를 벗어나 값이 싼 대체 산지를 발굴하고 결제 통화까지 바꿔가며 '밥상 물가'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동안 고등어·소고기에 집중됐던 산지 다변화 대상에 최근 연어와 치즈까지 새로 이름을 올렸다.
◇결제통화 바꾸고, 대량 매입까지
이마트는 노르웨이산에 의존해 온 연어의 대체 산지로 칠레를 낙점했다. 냉장 연어 수입 가격이 5월 기준 1㎏당 1만7463원으로 1년 전보다 32% 뛰자, 지난해 12월 한정 물량으로 칠레산 연어를 시험 판매한 뒤 올해 1월부터 '아쿠아 생연어회'(250g)를 정식으로 내놨다. 정상가 기준 100g당 가격은 칠레산이 5992원으로 노르웨이산(6980원)보다 약 14% 싸다. 냉동으로 들여오는 노르웨이산 연어는 지난해 말 협력업체와 협의해 결제 통화를 달러에서 현지 통화인 크로네로 바꿔 환율 상승 부담을 덜었다.
트레이더스 T-카페의 치즈도 산지를 갈아탔다. 피자·스파게티 토핑에 쓰는 모짜렐라 치즈는 그동안 원가 경쟁력이 있던 뉴질랜드산을 써왔지만, 현지 우윳값이 오르면서 대안 찾기에 나선 것이다. 이마트는 수출용 물량이 늘어난 미국산 치즈가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을 현지법인을 통해 확인하고, 5월 말부터 뉴질랜드산보다 원가가 10% 이상 싼 미국산으로 교체했다.
롯데마트도 대체 산지 발굴과 사전 계약으로 맞서고 있다. 고환율로 미국산 소고기 시세가 1년 전보다 10~15% 오르자, 미국산보다 시세가 10%가량 싼 호주산 소고기 물량을 전년보다 10% 늘려 운영 중이다. 연어에서는 지난해 7월 국내 유통업계 중 처음으로 칠레 현지에 지정 양식장을 두고 사전 계약 방식으로 원물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약 1000t 규모의 칠레산 연어를 국제 시세보다 최대 15% 싼값에 들여온다. 시세가 1년 새 10%가량 오른 노르웨이산 연어회는 현지에서 손질한 원물을 중간 유통 단계 없이 항공으로 직수입해 가격 인상 폭을 최소화하고 있다.
사전 대량 확보로 환율 파고를 넘는 사례는 활랍스터에서도 나타난다. 롯데마트는 캐나다 현지 파트너사와 사전 계약을 맺어 약 15만마리를 미리 확보한 뒤 5~6월 판매했다. 전년보다 20%가량 늘어난 물량으로, 대량 매입을 통해 현지 시세보다 10%가량 싸게 들여왔다. 고환율에 항공 운임 상승, 현지 공급량 감소까지 겹치며 활랍스터 시세는 올해 12%가량 뛴 상태다.
이미 대체 산지를 확보한 품목들도 매대에서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대표 격이 고등어다. '고등어(수입산·염장·1손)' 소매 가격은 지난 1일 기준 평균 1만1054원으로 작년(8616원)보다 28.3% 올랐다. 이마트는 노르웨이산의 절반 수준으로 값이 싼 칠레산 참고등어를 지난달 25일부터 본격 판매하기 시작했다. 국산과 같은 참고등어 어종인 데다 국내 수요가 많은 중대형(마리당 600~800g) 위주로 선별해 판매 중량이 국산보다 20%가량 많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수입 고등어 물량의 20~30%까지 칠레산으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소고기는 미국·호주산 일색이던 냉동 우육에 아일랜드산을 더했다. 시세보다 30%가량 싼 아일랜드산은 이달부터 무관세로 바뀌면서 호주산보다도 5~6% 저렴해진다고 한다. 이마트 수입 과일 중 판매량 상위 5위권인 망고 역시 미국 달러 대신 호주 달러로 결제할 수 있는 호주산 칼립소 망고 물량을 지난해 12월 기존의 3배로 늘려, 전체 망고 중 비중을 10%까지 끌어올렸다.
◇"달러플레이션이 뉴노멀"
마트들은 환율 변동에 덜 흔들리는 상품군도 키우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냉동 과일이 대표적이다. 중동 전쟁으로 유가·운송비가 뛴 2월 말 이후 현재까지 이마트 냉동 과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5% 늘었다. 이마트는 장기 보관이 가능한 냉동 과일 5종 이상을 올해 새로 개발해 매출을 전년 대비 20% 늘린다는 목표다.
다만 이런 방어책에도 소비자 부담은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형마트나 쿠팡처럼 저렴한 가격을 앞세우는 등 가격 비교의 대상이 되는 곳들은 대체 산지 발굴, 달러 결제 회피 등으로 가격 방어에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도 "'달러플레이션(달러 강세로 인한 물가 상승)'이 뉴노멀이 된 만큼 수입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물가 부담은 장기적으로 불가피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