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가 호남 지역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광주 지역 백화점 업계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유치가 현실화할 경우 고소득 전문직 인력이 대거 유입되면서 명품·프리미엄 패션·식음료 소비가 함께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광주에서는 신세계(004170)가 광주 종합버스터미널과 유스퀘어 일대를 재개발하는 '더 그레이트 광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069960)도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부지에 '더현대 광주'를 조성 중이다.

광주신세계가 백화점 인근 종합버스터미널 지역 개발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복합화 시설 '더 그레이트 광주' 조감도. /광주광역시 제공

25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방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방안을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는 별개의 사업으로, 현재 입지로는 호남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은 전날 관훈토론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방 반도체 투자 가능성에 대해 "기업과 부처, 정부 간에 입지를 어떻게 정해야 할 것인가 논의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논의는 거의 후반부에서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또 "용인 등 수도권에 있는 시설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벨트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관련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면 중장기적으로 고소득 전문직과 가족 단위 수요가 늘어 안정적인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입지는 배후 주거단지와 산업단지가 얼마나 탄탄하게 받쳐주느냐가 중요하다"며 "반도체 공장과 협력사 인력이 들어오면 단순 유동 인구가 아니라 구매력을 갖춘 정주 수요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업장이 자리 잡은 경기 남부권 백화점들은 최근 높은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사우스시티 죽전점은 지난달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16.2% 늘었고, 명품 주얼리와 시계 매출은 각각 120%, 60%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도 같은 기간 매출이 44.7% 증가했다. 명품 주얼리·시계와 프리미엄 의류 매출은 각각 56.0%, 31.5% 늘었다. 롯데백화점 동탄점 매출도 30% 증가해 전 점포 평균 증가율을 웃돌았다.

광주는 호남권 소비를 흡수하는 광역 상권 성격이 강하지만, 타 광역시와 비교하면 백화점 경쟁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역 1위 백화점인 광주신세계의 지난해 매출은 약 8200억원으로 전국 백화점 가운데 15위를 기록했다. 롯데백화점도 광주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점포 노후화 등의 영향으로 전국 매출 순위는 최근 몇 년간 40위권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더현대 광주' 복합쇼핑몰 조감도. /광주광역시 제공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광주에 조 단위 금액을 투자해 지역 내 쇼핑 수요를 끌어안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가 추진 중인 '더 그레이트 광주' 프로젝트는 총 3조원을 들여 광주신세계가 위치한 광주 종합버스터미널과 유스퀘어 일대를 복합 개발하는 사업이다.

신세계는 2028년까지 백화점 신관을 신축하고, 2033년까지 터미널과 호텔, 공연장, 업무시설, 주거·의료·교육시설을 포함한 복합시설을 단계적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백화점 신관이 완공되면 영업면적은 기존의 약 3배로 확대된다.

현대백화점도 1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더현대 광주' 프로젝트를 통해 광주 재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1998년 옛 송원백화점 건물을 위탁 경영하는 형태로 광주에 진출했지만, 인근 상권 침체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하자 2013년 7월 위탁 경영 계약 만료와 함께 광주에서 철수했다.

더현대 광주는 광주 북구 임동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부지에 연면적 27만2955㎡, 지하 6층~지상 8층 규모로 조성된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보다 약 1.4배 큰 규모로, 2029년 개점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간 광주에서는 명품이나 프리미엄 브랜드를 찾는 구매력 있는 소비자들이 대전이나 부산, 수도권까지 이동해 쇼핑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백화점들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이런 역외 소비를 지역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라고 했다. 이어 "추후 반도체 클러스터까지 조성되면 고소득 전문직과 협력사 인력, 가족 단위 정주 수요가 더해져 광주 백화점 시장의 성장 여력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