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인터내셔날이 올해 들어 실적 반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시장의 관심은 코스메틱 부문 성장에 쏠려 있었지만, 본업인 패션과 럭셔리 부문의 회복도 전체 실적 개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셀린느 빈자리, 더 로우·피비 파일로로 메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2956억원, 영업이익 14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5.7%, 영업이익은 452.6% 각각 증가했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사업 구조 재편과 브랜드 포트폴리오 정비 효과가 올해 들어 실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지난 1분기 기준 신세계인터내셔날 매출 비중은 패션 58.1%, 코스메틱 41.9%다. 코스메틱 부문 매출(별도 기준)은 11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80억원으로 같은 기간 299% 증가했다.
패션 부문 매출(별도 기준)은 12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4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지난 1분기 수입 패션 브랜드 매출 성장률은 37%, 국내 패션 브랜드는 18%로 추산됐다. 업계 관계자는 "고가 수입 브랜드 매출이 늘어나면 동일한 매장과 인력, 물류망을 활용하면서도 매출 규모가 커져 고정비 부담이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패션 사업에서 외형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1996년 신세계백화점에서 분리 설립된 후 해외 패션 브랜드 수입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아르마니, 브루넬로 쿠치넬리, 제이린드버그 등 글로벌 브랜드의 국내 판권을 확보하며 백화점 중심의 고가 패션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2022년 말 핵심 수입 브랜드였던 셀린느가 국내 직진출을 결정하면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수입 패션 포트폴리오에는 공백이 생겼다. 셀린느는 국내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던 알짜 브랜드였고, 계약 종료 이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매출과 수익성은 모두 흔들렸다.
실제 2022년 1조5539억원이었던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연간 매출은 2023년 1조3543억원으로 줄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후 신규 브랜드 도입과 기존 브랜드 효율화에 나섰다. 더 로우, 피비 파일로 등 국내외에서 관심이 높은 브랜드를 들여오고, 에르뎀, 꾸레쥬, CFCL 등 럭셔리·컨템포러리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이들 브랜드는 전통 명품에 비교하면 대중적인 인지도가 압도적으로 높지는 않지만, 패션 고관여층과 젊은 고소득 소비자를 중심으로 충성도 높은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더 로우와 피비 파일로는 '조용한 럭셔리' 흐름과 맞물려 국내에서도 관심이 커진 브랜드다. 로고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소재, 실루엣, 완성도에 무게를 두는 소비 경향이 확산하면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수입 패션 포트폴리오에도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시장 환경도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올해 들어 백화점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해외 유명 브랜드 매출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21.7%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해외유명브랜드 매출은 38.1% 늘어 백화점 주요 상품군 중에서도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도 해외 패션 부문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고가 해외 패션 브랜드 포트폴리오가 탄탄하게 구축돼 있어 5월 해외패션 매출 성장률은 50%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수 소비 회복과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맞물리면서 고가 패션 브랜드 판매가 2분기에도 호조를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자체 패션 브랜드도 리브랜딩
자체 패션 브랜드의 개선도 실적 반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스튜디오 톰보이, 보브, 지컷, 일라일, 맨온더분 등 자체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스튜디오 톰보이는 50년에 가까운 브랜드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방향으로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고, 맨온더분도 기존 3040 남성복 중심의 이미지를 넘어 더 넓은 소비층을 겨냥하는 방식으로 리브랜딩을 추진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는 수입 브랜드보다 단기간에 매출을 크게 끌어올리기는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수익성 안정에 중요한 축이다. 수입 브랜드는 계약 종료나 직진출 리스크가 있는 반면, 자체 브랜드는 회사가 상품 기획과 유통 전략을 주도할 수 있다. 셀린느 계약 종료 이후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자체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업 구조 재편도 실적 개선의 배경으로 꼽힌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1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 사업을 신세계까사에 양도했다. 자주는 생활용품, 침구, 주방용품 등을 판매하는 브랜드로 일정한 매출 규모를 갖추고 있었지만, 패션·뷰티와의 직접적인 시너지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형권훈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소비 업황이 작년 4분기를 기점으로 강세를 유지하고 있고, 관광객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백화점 업황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백화점 채널 중심으로 브랜드를 유통 중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실적도 지속해서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적자를 기록하던 자주를 매각함에 따라 한결 가벼워진 비용 구조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