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담배 가격 정책 검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담뱃값 인상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담뱃세 인상 찬성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에서도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점진적·정기적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담뱃값은 2015년 한 차례 인상된 뒤 11년째 평균 4500원에 머물러 있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정부는 올해 초 발표한 '제6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2026~2030)'에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수준으로 건강증진부담금을 인상해 담뱃값을 올리는 방안을 포함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1일 이재명 정부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19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 장관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전자담배, 가향 담배, 합성 니코틴 등에 대한 대응 필요성을 언급하며 "가격 정책과 비가격 정책을 모두 동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담배 가격이 여전히 낮은 부분도 있다"고 했다.

정 장관은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는 건강증진부담금 인상 검토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정책으로 검토하지는 못한 상황"이라며 "가격 정책은 국민 부담 증가와도 연결되는 만큼 국민 의견과 사회적 의견을 충분히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담뱃값은 2015년 한 갑당 평균 2500원에서 평균 4500원으로 인상된 후 11년째 동결돼 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는 약 20% 상승하면서 담배의 실질 가격은 낮아졌다. 반면 2023년 기준 OECD 평균 담뱃값은 9869원 수준으로, 국내 가격의 두 배를 웃돈다.

정부가 지난 3월 확정한 제6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도 담뱃값 인상 관련 내용이 담기면서 현재 4500원인 담뱃값이 중장기적으로 OECD 평균인 1만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래픽=정서희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인상안을 마련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지난 14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담뱃값 인상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필요시 관련 전문가 및 사회적 의견 수렴을 거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격 인상이 국민 부담과 직결되는 만큼 여론 수렴과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국민 여론은 담뱃값 인상에 비교적 우호적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5월 31일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실시한 대국민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인 63%가 담뱃세 인상에 찬성했다. 응답자의 79%는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정책으로 담배 가격 인상을 꼽았고, 66%는 담뱃세 인상이 실제 흡연율 하락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담배 한 갑 가격을 OECD 평균 수준인 1만원까지 올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국민의 절반 이상인 53%가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6000원 수준으로 우선 인상한 뒤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식'을 선호했다. 무조건적인 가격 동결보다는 점진적인 가격 조정을 통해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그래픽=챗GPT DALL·E

담뱃값 인상론이 다시 힘을 얻는 배경에는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 증가도 있다. 질병관리청의 '흡연 기인 사망 및 사회·경제적 부담 산출 연구'에 따르면 직접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2019년 12조1913억원에서 2023년 14조9517억원으로 5년 연속 늘었다. 사회경제적 비용은 흡연 관련 질병으로 발생하는 의료비·교통비 등 직접비와 조기 사망, 의료 이용에 따른 생산성 손실 등 간접비를 합산한 수치다.

학계에서도 담뱃값 인상 논의를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허원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1일 한국지방세학회 세미나에서 "현재 담뱃값은 2015년 인상된 4500원에 10년 넘게 머물러 있다"며 "그간의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담배 가격은 약 3000원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담뱃세는 흡연으로 발생하는 의료비와 생산성 손실 등 사회적 비용을 가격에 반영해 흡연을 억제하는 교정과세 역할을 하는 만큼, 실질 가격 하락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제언이 나온다. 허 교수는 "담뱃세는 교정과세 효과가 핵심인데 흡연 억제라는 정책 목표 달성도 어려워지고 있다"며 "1~2년 단위의 정기적 정액 인상을 통해 실질 가격 하락을 방어하고 교정과세 본연의 목적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