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유료 구독 서비스인 '와우멤버십'이 단순한 멤버십을 넘어 소비자를 자사 생태계에 묶어두고 쇼핑 시장에서 확보한 영향력을 배달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인접 시장으로 확장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국회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관련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구조를 플랫폼 경쟁 질서의 주요 쟁점으로 짚으며 제도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2일 '쿠팡 사례를 통해 본 플랫폼 시장 거래 질서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결합형 멤버십이 소비자에게는 가격 절감과 편의성을 제공하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이용자를 특정 플랫폼 생태계에 머무르게 하는 '락인(Lock-in)'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쿠팡의 와우멤버십은 로켓배송 혜택뿐 아니라 쿠팡이츠 무료 배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 이용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의 구독 상품으로 제공하는 구조다.
쇼핑을 위해 가입한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배달과 콘텐츠 서비스까지 이용하게 되면서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할 유인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쇼핑 시장에서 확보한 이용자 기반이 인접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결합 상품을 통한 서비스 확장은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측면이 있지만 플랫폼 경쟁 질서 측면에서는 시장 영향력 전이 가능성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플랫폼이 중개자이면서 동시에 판매자와 콘텐츠 사업자 역할까지 수행하는 복합 사업 모델이 기존 공정거래 규율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경쟁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와우멤버십 외에도 쿠팡의 자체브랜드(PB) 상품 우대 의혹, 검색 알고리즘을 통한 자사 상품 노출 논란, 쿠팡이츠 최혜대우(MFN) 요구 의혹 등을 함께 거론했다. 이들 사례 모두 플랫폼 운영 권한과 사업자의 이해관계가 결합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라는 설명이다.
국내 다른 플랫폼들도 멤버십을 통해 이용자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쇼핑 적립과 디지털 콘텐츠 혜택을 결합해 운영되고 있다. 다만 국회입법조사처는 쿠팡처럼 쇼핑에 더해 배달과 OTT까지 하나의 구독 서비스로 묶인 구조가 국내 플랫폼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은 별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문제는 주요 규제 대상이 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 플랫폼의 핵심 서비스와 인접 서비스를 결합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으며, 메타가 페이스북 이용자를 자사 마켓플레이스에 유리하게 연결한 행위 등에 대해서도 경쟁법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해 왔다. 미국에서도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사법 당국이 아마존 프라임 등 대형 플랫폼의 번들 전략과 생태계 확장이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지 여부를 꾸준히 검토하고 있다.
다만 통합 멤버십 자체를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여러 서비스를 하나의 구독으로 제공함으로써 소비자 후생과 편익을 높일 수 있는 덕이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러 서비스를 하나의 구독으로 이용할 수 있어 편의성과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고 보고 있다"며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도 이해하고,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어려운 부분도 이해하지만, 한편으로는 통합 멤버십이 시장 자체를 키우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서비스 결합 자체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이를 활용해 경쟁 사업자의 진입을 어렵게 하거나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와우멤버십과 같은 결합상품은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할인과 편의성이라는 혜택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경쟁을 저해할 가능성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며 "표면적으로는 소비자 혜택처럼 보이더라도 시장이 독점된 이후에는 가격 인상이나 선택권 축소 등 그 부담이 다시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끼워팔기 등 시장 경쟁을 왜곡할 우려가 있는 행위에 대해서는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기준을 마련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에서도 네이버 등 여러 플랫폼이 다양한 서비스를 결합한 멤버십 전략을 활용하고 있는 만큼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플랫폼 산업 전반의 경쟁 질서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