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입지가 상권이 만들어지고, 핫플레이스가 생겨나는 공식이었다면 지금은 플레이어가 중심입니다."

신지혜 에스티에스(STS)개발(주) 상무는 1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에서 열린 조선비즈 유통산업포럼에서 '줄 서는 가게를 만드는 공식'을 주제로 진행한 강연에서 최근 소비 트렌드와 상권 변화의 핵심 키워드로 '플레이어'를 꼽았다.

신지혜 에스티에스개발㈜ 상무가 1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에서 열린 조선비즈 유통산업포럼에서 '줄 서는 가게를 만드는 공식'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조선비즈

신 상무는 "예전에는 서울 명동이나 신촌처럼 교통이 편리한 입지가 상권을 결정했다면, 지금은 동네에 누가 들어와 있는지, 어떤 브랜드와 콘텐츠가 있는지가 중요해졌다"며 "공간 자체가 아니라 공간을 채우는 플레이어가 핫플레이스를 만드는 시대"라고 말했다.

대표 사례로는 핫플레이스를 넘어 새 '업무지구(SBD·Seongsu Business District)'로 불리는 성수동을 들었다. 성수동은 2015년 대림창고, 어니언 등 감각적인 카페와 문화 공간이 생겨나면서 젊은 인구가 몰리기 시작했고, 이후 유사한 브랜드가 연이어 입점하며 상권이 형성됐다.

신 상무는 핫플레이스가 되는 과정을 네 단계로 정리했다. 기존 상권과 차별화된 '의외성 있는 공간'이 등장하고, 이후 이를 따라온 후발 주자들이 클러스터를 형성한다. 그다음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입소문이 확산되며 대중적 인지도를 얻고, 마지막으로 대기업과 자본이 유입되며 상권이 확대되는 식이다.

다만 그는 유명 브랜드만으로는 상권이 만들어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핫플레이스 필수 조건 세 가지로는 ▲교통 접근성 ▲집객 시설 혹은 헤리티지 ▲배후 인구(주거 혹은 오피스 상주)가 제시됐다.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평지 위주 지형, 범용성 등 추가 조건도 필요하다.

성수동의 경우 성수역과 서울숲역, 뚝섬역 등 접근성을 갖춘 데다 공장 지대 기반의 차별화된 헤리티지가 존재한다는 게 신 상무의 설명이다. 지식산업센터를 중심으로 젊은 직장인들이 유입되면서 충분한 배후 수요도 뒷받침됐다. 대부분 준공업 지역으로 대규모 개발이 가능했고, 필지도 커 기업 본사나 대형 복합 시설이 들어설 수 있었다.

그는 최근 주목받는 상권으로는 신당동, 용산 은행나무길, 서울역 인근 만리재로, 인천 개항로, 광주 첨단지구, 동묘 등을 소개했다. 신당동은 '주신당' 등 개성 있는 공간이 생겨나며 떡볶이 골목 중심의 오랜 상권에서 젊은 세대가 찾는 핫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신 상무는 "오늘날의 핫플레이스는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들의 기획과 투자, 콘텐츠가 결합해 탄생한다"며 "길을 걷다가 아무것도 없던 곳에 감각적인 공간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한다면 그곳이 미래의 핫플레이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연에 이어진 패널 토의에서는 연희동, 동묘, 광주 첨단지구 등의 현장 플레이어들이 상권 성장 경험을 공유했다. 김종석 쿠움파트너스 대표, 박상현 존앤마트 대표, 오정현 시니저타워 부대표는 핫플레이스 핵심 경쟁력으로 지역 고유의 정체성과 콘텐츠를 꼽았다.

김종석 대표는 "연희동은 문화예술인이 많고 사람 사는 동네의 온기가 남아 있는 곳이었다"고 말했다. 동묘에서 막걸리와 전을 파는 가게 '존앤마크'를 운영하는 박상현 대표는 "동묘가 지금처럼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며 "젊은 세대가 빈티지와 추억이 담긴 공간의 가치를 발견하면서 상권이 성장했다"고 말했다.

오정현 시너지타워 부대표는 "상권 개발은 결국 사람을 모을 이유를 만드는 작업"이라며 "어떤 카페와 뷰티 브랜드가 들어가야 특정 소비층이 찾을지를 고민하며 공간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는 "낙후된 지역이라도 적절한 콘텐츠와 브랜드를 갖추면 새로운 상권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광주 첨단지구 모델은 다른 지역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