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시대 소비자는 매대에 놓인 수십 개 상품 중 하나를 골랐다. 디지털 시대에는 수천·수만 개 상품을 직접 비교해야 했고, 이 선택을 돕기 위해 알고리즘이 등장했다. 다가올 AI 쇼핑 에이전트 시대에는 선택지가 다시 대폭 압축되고, 나아가 에이전트가 구매까지 대신하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 새로운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기업이 기회를 잡을 것이다."

제임스 장 ㈜지마켓 대표이사는 1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6 조선비즈 유통산업포럼'의 'AI 시대 선택의 조건 - AI가 재편하는 소비 기준과 시장 질서의 변화'를 주제로 한 기조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AI가 쇼핑의 탐색과 비교, 추천을 넘어 구매 과정까지 대행하게 되면 소비자와 상품을 연결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임스 장 ㈜지마켓 대표이사가 1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6 조선비즈 유통산업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

장 대표는 AI가 이커머스에 미칠 여러 영향 가운데 'AI 쇼핑 에이전트'에 주목했다. 쇼핑에 특화된 AI 에이전트가 고객 대신 상품을 찾고, 비교하고, 추천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기존 알고리즘은 플랫폼 안에서 축적된 검색어, 클릭, 구매 이력 등을 바탕으로 상품 노출을 돕는 방식이었다"며 "AI 에이전트는 상품 정보와 리뷰, 가격, 판매자 신뢰도, 고객 취향 등 다양한 신호를 종합해 더 적은 수의 선택지를 제시하고, 구매까지 대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브랜드와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방식도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장 대표는 "AI 에이전트는 감성적인 요소에 반응하지 않는다"며 "사람은 상품 페이지, 광고, 리뷰, 인플루언서의 추천에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AI는 상품의 객관적 장점과 리뷰의 일관성, 소비자 취향과의 적합성 등을 바탕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장 대표는 브랜드와 제조사가 AI가 읽을 수 있는 방식으로 상품 정보를 재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품의 차별화된 기능과 가치 제안이 명확해야 하고, 상세 정보와 메타데이터, 리뷰 등도 AI가 인식하기 쉬운 구조로 구축해야 한다"며 "기존에는 검색 엔진 최적화(SEO)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AI 최적화가 더욱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 대표는 AI가 모든 쇼핑 경험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복 구매가 많은 생필품이나 장보기 영역은 AI에 맡기는 속도가 빠를 수 있지만, 패션과 화장품, 식재료처럼 취향과 즐거움이 중요한 영역에서는 사람이 직접 고르는 경험이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쇼핑은 근본적으로 즐거운 것"이라며 "소비자는 관심이 크지 않은 상품은 AI에 맡기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는 더 깊게 파고들 수 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사용자들의 취향을 고민해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AI 기반 쇼핑 확산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걸림돌에 대해서도 밝혔다. AI 쇼핑 에이전트가 기술적으로는 이미 가까이 와 있지만, 소비자가 곧바로 구매 권한과 지갑까지 맡기기에는 심리적 장벽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의 AI는 대부분 정보를 모으고 비교해주는 리서치 도우미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며 "소비자 신뢰가 쌓이려면 믿음이 더 필요하다. 소비자들은 신입 직원에게 일을 맡기듯 AI 쇼핑 에이전트에 대한 믿음이 쌓이는 만큼 더 중요한 구매를 맡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자체의 한계도 짚었다. AI는 상품을 직접 써보거나 체험할 수 없기 때문에 데이터가 부족한 신상품이나 사용 경험이 중요한 상품에서는 추천 정확도에 한계가 생길 수 있다. 또 가짜 리뷰, 거짓 광고, 허위 거래량처럼 잘못된 정보가 입력될 경우 이를 완전히 걸러내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이 같은 한계에도 장 대표는 한국이 AI 커머스 변화가 가장 빠르게 나타날 수 있는 시장이라고 봤다. 그는 "대한민국은 쇼핑뿐 아니라 교통, 서비스, 여행, 행정까지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됐고, 전 연령을 아우르는 데이터가 축적돼 있다"며 "AI가 처음 도입되기에 너무나 좋은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새로운 기술이 나와 패러다임이 바뀔 때마다 기존에 잘하던 회사 외에 새로운 승자가 나타났다"며 "결국 어떤 기업이냐, 어떤 업종이냐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느냐다. AI 시대에는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