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 전문 매체 조선비즈가 1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제14회 유통산업포럼을 개최했다. 올해 포럼은 'AI 시대, 선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주제로 열렸다. 유통·소비재·커머스 업계 관계자들은 인공지능(AI)이 상품 탐색과 구매, 브랜드 경험을 바꾸는 흐름을 진단하고 히트 상품의 새로운 조건을 논의했다. 이날 행사에는 업계 관계자 등 약 320명이 참석했다.

제임스 장 ㈜지마켓 대표이사가 1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6 조선비즈 유통산업포럼'에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사에서 "과거에는 소비자가 상품을 찾았다면 이제는 AI와 플랫폼이 소비자에게 새로운 선택을 제안하는 시대가 됐다"며 "AI는 선택을 돕는 도구일 수 있지만,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것은 사람과 브랜드의 진정성"이라고 말했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AI 시대의 유통 전략과 케이(K)브랜드의 글로벌 경쟁력이 결합해야 대한민국 유통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영상 축사에서 "AI 시대에도 선택받는 것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치와 매력, 진정성"이라고 강조했다.

1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4회 유통산업포럼'에서 맹지선 아마존웹서비스(AWS) 엔터프라이즈 수석사업개발 담당이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

◇ "AI가 대신 고르고 사는 시대"

첫 기조 강연을 맡은 제임스 장 ㈜지마켓 대표이사는 AI 쇼핑 에이전트가 이커머스(전자상거래)의 질서를 바꿀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오프라인 시대 소비자는 매대에 놓인 수십 개 상품 중 하나를 골랐고, 디지털 시대에는 수천·수만 개 상품을 직접 비교해야 했다"며 "AI 쇼핑 에이전트 시대에는 선택지가 다시 대폭 압축되고, 에이전트가 구매까지 대신하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장 대표는 AI가 상품 탐색과 비교, 추천을 넘어 구매 과정까지 대행하게 되면 브랜드와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방식도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에이전트는 감성적인 요소에 반응하지 않는다"며 "상품의 객관적 장점과 리뷰의 일관성, 소비자 취향과의 적합성 등을 바탕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는 검색 엔진 최적화(SEO)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AI 최적화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맹지선 아마존웹서비스(AWS) 엔터프라이즈 수석사업개발 담당은 에이전틱 AI(Agentic AI)를 유통 경쟁 구도 변화의 핵심으로 꼽았다. 에이전틱 AI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생성형 AI를 넘어 고객의 의도를 파악하고 상품 탐색, 비교, 추천, 구매 등 실제 행동까지 수행하는 AI를 말한다.

맹 담당은 "유통과 소비재 기업의 본질을 이해하면서 여기에 에이전틱 AI를 적용해 경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며 "사람이 하는 일은 검토하는 일로 바뀌고, AI에게 일을 조금씩 더 맡겨 업무를 분절하고 자동화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 유통의 경쟁 구도는 소비자의 눈길을 끌던 어텐션 이코노미에서 소비자의 구매 의도를 이해하는 인텐션 이코노미로 전환되고 있다"며 "국내 기업도 AI 네이티브에 도전하고 직원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여명랑 전 롯데웰푸드 푸드사업부 대표가 1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6 유통산업포럼'에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

여명랑 전 롯데웰푸드 푸드사업부 대표는 소비자의 숨은 결핍을 찾아내는 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 전 대표는 "대한민국 소비자는 이제 '우리'보다 '나'를 위해 소비한다"며 "기업은 소비자의 숨겨진 결핍을 데이터로 찾아내고, 이를 통찰로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가족, 엄마라는 키워드가 2023년 이후 '나'로 바뀌고 있다"며 "대한민국 소비자는 실제 가족 구성 형태와 관계없이 1인 가구적 사고방식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식품 사업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는 구매 내역과 소셜미디어(SNS) 데이터, 결제 단말기 데이터, 설문 데이터"라며 "데이터가 쌓여야 소비자가 행복을 어디서 추구하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송수진 고려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대학 융합경영학부 교수가 1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4회 유통산업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조선비즈

◇ "소비자는 제품보다 경험 산다"

AI가 선택지를 좁혀주는 시대에도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경험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송수진 고려대 글로벌비즈니스대학 융합경영학부 교수는 "오늘날 소비자는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경험을 수집해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경험 수집가'"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AI 시대 소비자는 감정과 시간, 관심의 낭비를 싫어한다"며 "기술이 불편함과 시행착오를 줄여주면서 소비자들은 남는 시간과 관심을 오히려 기억에 남는 경험을 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소비자가 수집하는 경험의 핵심 요소로 의미, 재미, 진정성을 꼽고 "제품 자체보다 의미와 재미, 진정성을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동훈 CJ ENM 커머스부문 플랫폼 본부장이 1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6 조선비즈 유통산업포럼'에서 '발견형 쇼핑, 콘텐츠 커머스로 잡는다'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조선비즈

성동훈 CJ ENM 커머스부문 플랫폼 본부장은 콘텐츠 커머스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성 본부장은 "콘텐츠가 매장이 돼야 한다"며 "콘텐츠에서 바로 구매가 일어나는 전체 퍼널(Funnel·소비자가 브랜드를 인지한 뒤 탐색·비교를 거쳐 구매에 이르는 과정)의 혁신이 필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검색창에 상품명을 입력해 구매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콘텐츠를 보다가 상품을 발견하고 구매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정표 GS리테일 마케팅부문장·상무는 AI가 소비자의 선택을 도울 수는 있지만 최종 결정은 브랜드와 경험이 만든다고 강조했다. 이 상무는 "AI는 평균을 추천한다"며 "다양한 취향을 커버하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했다. 그는 편의점 GS25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셰프 지식재산권(IP) 협업 상품을 통해 한 끼 식사를 단순한 상품이 아닌 경험 소비로 확장한 사례도 소개했다.

1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4회 유통산업포럼'에서 이정표 GS리테일 마케팅부문장이 'AI 시대에 선택받는 한 끼의 조건'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조선비즈

◇ K브랜드, 콘텐츠·크리에이터·외부 세일즈 설계해야

박상협 틱톡코리아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이커머스 클라이언트 파트너는 틱톡샵을 단순 판매 채널이 아니라 외부 세일즈를 만드는 구조로 봐야 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틱톡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외부 세일즈"라며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우리 브랜드의 영업사원을 만들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틱톡샵에서 한국 브랜드의 총거래액(GMV)은 전년 대비 458% 증가했고, 틱톡샵에 입점한 한국 브랜드 수는 3배 늘었다.

박상협 틱톡코리아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이커머스 클라이언트 파트너가 1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4회 유통산업포럼'에서 '선택받는 K-브랜드의 조건, 틱톡샵이 만든 성장 구조'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조선비즈

박 파트너는 틱톡샵 성공의 핵심으로 '어필리에이트 크리에이터' 운영을 꼽았다. 그는 "어필리에이트 크리에이터를 통해 수많은 영업부대를 만들어야 틱톡샵이 굴러간다"며 "입점 업체는 제품을 어떻게 잘 팔라고 교육시킬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틱톡샵만 보면 적자가 커질 수 있다"며 "바이럴이 아마존 매출과 오프라인 유통 입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왼쪽부터) 신지혜 에스티에스개발㈜ 상무, 김종석 쿠움파트너스 대표, 박상현 존앤마크 대표, 오정현 시너지타워 부대표가 1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4회 유통산업포럼에서 토론하고 있다. /조선비즈

신지혜 에스티에스(STS)개발(주) 상무는 "예전에는 서울 명동이나 신촌처럼 교통이 편리한 입지가 상권을 결정했다면, 지금은 동네에 누가 들어와 있는지, 어떤 브랜드와 콘텐츠가 있는지가 중요해졌다"며 "공간 자체가 아니라 공간을 채우는 플레이어가 핫플레이스를 만드는 시대"라고 말했다.

강연에 이어진 패널 토의에서는 김종석 쿠움파트너스 대표, 박상현 존앤마트 대표, 오정현 시니저타워 부대표가 핫플레이스 핵심 경쟁력으로 지역 고유의 정체성과 콘텐츠를 꼽았다. 오정현 시너지타워 부대표는 "상권 개발은 결국 사람을 모을 이유를 만드는 작업"이라며 "낙후된 지역이라도 적절한 콘텐츠와 브랜드를 갖추면 새로운 상권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연사들은 AI가 소비자의 선택 방식을 바꾸고 있지만, 선택받는 상품의 본질은 여전히 소비자 이해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AI가 상품을 추천하고, 콘텐츠가 매장이 되며, 크리에이터가 영업사원이 되는 시대에도 결국 기업이 답해야 할 질문은 같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왜 이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지, 그 선택이 어떤 경험과 정체성으로 이어지는지를 설계하는 기업이 AI 시대의 히트 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