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소비자는 이제 '우리'보다 '나'를 위해 소비한다. 기업은 소비자의 숨겨진 결핍을 데이터로 찾아내고, 이를 통찰로 연결해야 한다."
여명랑 전 롯데웰푸드 푸드사업부 대표는 1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6 유통산업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올해로 14회째 열린 유통산업포럼은 조선비즈가 매년 국내 유통산업의 화두를 던지고 생존과 성장을 모색하는 행사다. 이번 포럼은 'AI시대, 선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주제로 열렸다.
여 전 대표는 "소비자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다"면서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대한민국 소비자는 '우리'보다는 '나'로 관심이 바뀌고 있다"고 했다. 여 전 대표는 "우리, 가족, 엄마라는 키워드가 2023년 이후 '나'로 바뀌고 있다. 대한민국 소비자는 실제 가족 구성 형태와 관계없이 1인 가구적 사고방식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면서 "소비는 행복을 위해 행해지고 그때 행복의 주축은 나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식품 분야에 대한 사업적 직관(인사이트)도 공유했다. 여 전 대표는 "최근 SNS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행복감을 느끼고 자랑에 나설 때 자주 나오는 동사(動詞)는 '먹다'였다"고 말했다. 여 전 대표는 "사람들이 주로 자랑에 나서는 카테고리가 음식과 식사인 것으로 나타났고, 이 분야 종사자는 소비자의 행복을 위해 어떤 아이템을 제시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끼니'에 해당하는 카테고리에 속한다면 '가격'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여 대표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도시락 가격이 5000원을 넘어가는 순간 소비자의 선택이 다른 상품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넘어가는 카테고리는 점보 크기 삼각김밥에 컵라면이었다. 이렇게 하면 5000원 이하로 해결이 가능하다. '떼운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끼니의 영역에 들어서는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고 했다.
가족 구성원 단위에 따라서 다른 접근도 필요하다고 했다. 여 전 대표는 "1인 가구는 건강과 재미를 모두 챙기는 식사를 하고 싶지만 귀찮음이 크기 때문에 귀찮음을 없애주는 지점을 고민해야 하고, 2인 가구는 예쁘게 챙겨 먹겠다는 욕구가 강하지만 힘든 것은 싫어하는 경우가 많아 이 지점을 해결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3인 이상 가구에 대해서는 든든하게 잘 챙겨 먹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에 쟁여두는 식품 아이템과 그 포장 단위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했다.
25년간 식품 마케팅에 몸담으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장에 선보여 성공한 사례도 공유됐다. 여명랑 전 롯데웰푸드 푸드사업부 대표는 대웅제약, CJ제일제당, 롯데칠성음료, 롯데중앙연구소 등을 거친 식음료 및 마케팅 전문가다. 롯데칠성 재직 시절에는 출시 1년 만에 누적 1억병 이상 판매한 제로슈가 소주 새로를 만들었고,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한 콜드브루 베이스의 대용량 커피 제품 칸타타 콘트라베이스 등 메가 히트 상품을 연달아 탄생시킨 바 있다.
여 대표는 "식품사업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는 구매 내역과 SNS 데이터, 결제 단말기 데이터, 설문 데이터였다"면서 "이 데이터는 쌓아놔야 소비자가 행복을 어디서 추구하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데이터가 쌓여야 변화의 찰나를 알 수 있어서다.
여 대표는 "2019년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확찐자'라는 트렌드가 생겨났다"면서 "코로나 시국에는 소비가 경색됐던 시기라서 신제품을 내놓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컸던 때지만, 이 트렌드를 읽고 과감하게 제로 음료를 출시했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 여 대표는 "하이트진로의 '두꺼비(소주제품)'를 잡기 위해 신제품을 고민할 때 데이터를 봤더니 소비자들은 '술은 마시고 싶지만 취하기는 싫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것이 제로소주 '새로'를 내놓은 이유"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여 대표는 "소비자의 숨겨진 결핍을 찾기 위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다음은 반드시 마케터의 통찰로 완성해야 한다"면서 "여기에서 멈추지 말고 실전 마케팅은 오감을 통한 전방위적 마케팅으로 가야 하고, 특히 시각적 마케팅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