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K)뷰티의 인기가 단기적인 유행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전 세계 소비재 시장이 양극화되고 있고, 한국 인디 브랜드들은 압도적인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이트랩도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고 문제를 해결해 주며 성장해 왔고, 앞으로도 이러한 방식으로 글로벌 헤어케어 브랜드 1위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국내 뷰티·커머스 업계에서 외부 투자 없이 자체 브랜드 사업만으로 연매출 수백억원대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는 흔치 않다. 그중 한 사례가 '바이트랩(Bitelab)'이다. 2020년 설립된 바이트랩은 지난해 자회사 포함 연매출 600억원을 달성했다. 바이트랩은 헤어케어 브랜드 '릴리이브(lilyeve)', 스킨케어 브랜드 '색동서울(Saekdong Seoul)',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바르너(Baruner)' 등을 운영하고 있다.

조용훈 바이트랩 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바이트랩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바이트랩 제공

바이트랩은 설립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와 CJ올리브영으로부터 100억원대 투자를 유치했다. CJ올리브영이 인디 헤어케어 브랜드에 투자를 한 것은 바이트랩이 최초다. 조용훈 바이트랩 대표는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바이트랩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투자를 받는 것은 결국 시간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K뷰티의 관심도가 높아진 지금이 속도를 낼 적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시점에선 글로벌 헤어케어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기 위해 속도전이 중요하다"라며 "한국에서는 K뷰티가 해외에 이미 많이 알려졌다고 느끼지만, 미국 등 해외 지표를 보면 아직 K뷰티의 침투율이 낮다.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한국 화장품은 앞으로도 충분히 성장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부터 뷰티 브랜드를 만든 것은 아니었다. 조 대표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문화 변화에 주목해 반려동물 영양제 사업으로 첫 성과를 냈다. 이후 화장품 사업에 여러 차례 도전했지만 시행착오를 겪었다. 어떻게 하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좋아 보이는 브랜드보다 고객이 문제라고 느끼는 지점을 공략하자고 판단했다. 그렇게 찾아낸 제품이 릴리이브의 두피 케어 라인 '그로우턴'이다.

릴리이브는 그로우턴을 중심으로 리브랜딩을 하고 작년 2월 CJ올리브영에 입점하며 시장에 안착했다. 머리를 감은 뒤 두피에 영양을 직접 공급하는 고단가의 '후 케어(After-care)' 시장을 뾰족하게 파고든 전략이 적중했다. 현재 릴리이브는 바이트랩 전체 매출의 과반을 차지하는 핵심 주력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미국 아마존 헤어케어 카테고리에서 1위를 기록했고 지난 3월 미국 울타뷰티 600개 매장에 입점하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

조 대표는 바이트랩의 빠른 성장 배경으로 실행 중심의 조직문화를 꼽았다. 그는 "가설을 세운 뒤 빠르게 실행해 결과를 확인하고, 곧바로 회고하는 방식으로 일한다"며 "구성원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많이 위임한 것이 성장 속도를 높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조 대표와의 일문일답.

릴리이브 제품 사진./바이트랩 제공

ㅡ첫 사업 아이템은 반려동물 영양제였다.

"소비재 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가 어디에서 일어날지 고민했다. 저는 반려동물 시장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강아지를 베란다에 두고 키우는 집도 많았고, 반려동물이라는 단어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반려동물이 가족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시장을 조사해 보니 아직 관련 제품이 많지 않았다. 반려동물이 가족이 되는 과정이라면 가장 먼저 신경 쓰게 되는 것은 건강이라고 봤다. 그래서 반려동물 영양제를 시작했다. 첫해 35억원, 이듬해 100억원 정도의 매출을 냈다. 변화에 올라탔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ㅡ화장품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언젠가는 화장품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계속 있었다. 화장품을 좋아했고 사업적으로도 화장품은 매력적인 카테고리라고 봤다. 다만 화장품은 좋은 사업이라는 걸 누구나 알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고, 초기 브랜드를 대중들에게 알리려면 투자가 많이 필요다. 그래서 반려동물 영양제 사업을 먼저 시작했다. 이 사업으로 수익을 내고 2021년부터 화장품 사업을 계속 시도했다. 여러 브랜드를 만들었지만 잘 안됐다. 그러다 생각을 바꿨다. 좋아 보이는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지 말고, 일단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해보기로 했다.

예컨대 보습처럼 본질적인 영역은 중요하지만 대다수의 브랜드가 집중하는 분야기 때문에 초기 브랜드가 고객을 설득하기는 어렵다. 반면 여드름, 주름, 셀룰라이트처럼 고객이 문제라고 강하게 느끼는 영역은 문제를 해결해주면 고객을 설득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그로우턴이라는 제품을 만들게 됐고, 빠르게 성장했다. 작년 1월 헤어케어를 릴리이브 브랜드로 리브랜딩했다."

ㅡ헤어케어 시장에서 릴리이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릴리이브는 '샤워 후 두피 케어'에 집중했다. 헤어케어는 씻는 것과 영양을 채워주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얼굴은 세안 후 스킨케어를 하면서 왜 두피에는 아무것도 바르지 않을까 하는 질문에서 기회를 봤다. 두피도 피부다. 두피에 바르는 애프터샤워 제품에 집중했고, 그 시장을 키웠다. 고객이 '두피도 케어해야 하는구나'라고 느끼도록 설득한 것이다. 이후 제품군을 샴푸, 트리트먼트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ㅡ최근 첫 외부 투자를 받았다. 왜 지금이었나.

"투자는 시간을 사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속도가 중요한 일이 많지 않았다. 많이 벌면 많이 번 대로, 적게 벌면 적게 번 대로 운영해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글로벌 헤어케어 시장은 빨리 선점해야 한다고 봤다. K헤어케어를 누가 제일 잘하느냐 하는 성적표가 1~2년 안에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이럴 때 빨리 시장을 선점해야 효과가 있고, 바이럴도 더 잘 탄다. 비용 대비 효율이 커지는 구간이라고 본다."

ㅡ투자금은 어디에 가장 많이 쓸 계획인가.

"채용이 가장 중요하다. 좋은 사람을 채용하면 그 사람이 조직에 영향을 미치고, 브랜드 성장 속도를 높인다. 제품, 마케팅, 안전 재고 확보에도 함께 힘쓸 계획이다."

ㅡ여러 브랜드를 운영하지만, 바이트랩을 관통하는 공통 철학이 있다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도 중요하지만, 추상적인 부분에 힘쓰기보다는 현실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 고객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해 주는 브랜드를 선택한다. 브랜드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다."

ㅡ빠른 성장의 배경으로 조직문화를 꼽았다. 바이트랩은 어떻게 일하는 회사인가.

"실행을 중시한다. 가설을 세우고 빠르게 실행해서 결과를 보고, 그다음 회고한다.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논의를 오래 하기보다 실행 중심으로 움직인다. 실행을 빠르게 하려면 의사결정 권한이 아래로 많이 내려가 있어야 한다. 바이트랩은 구성원 단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위임이 잘 돼 있고, 자유도가 높다. 이유가 있다면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문화다.

또 높은 기준을 추구한다. 무언가를 달성하면 잘했다고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다음에 가야 할 곳을 묻는다. '지난 분기에 무엇을 했으니 이번 분기에는 무엇을 하자'가 아니라, '우리는 1등을 해야 하니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묻는 식이다. 조직 간 협업도 잘 이뤄지는 편이다. 이를 위해 전체 전략을 많이 공유하고 소통의 자리도 정기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ㅡ올해 또는 중장기 목표는 무엇인가.

"올해는 매출 1000억원 돌파가 목표다. 앞으로 2~3년 안에는 3000억~5000억원 규모의 브랜드 기업이 되고 싶다. 단순히 재무적인 수치를 달성하고 싶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구성원들이 '우리는 정말 잘하는 회사'라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글로벌 시장에서 두피·탈모 케어 1등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