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늘면서 서울 명동 상권에 국내외 주요 유통·패션·뷰티 기업들이 다시 모이고 있습니다. 한때 명동에서 철수했던 유니클로가 5년 만에 국내 최대 규모 매장으로 복귀한 데 이어 무신사와 라네즈 등도 대형 매장을 열었습니다. 롯데·신세계백화점은 명동 본점 리뉴얼을 통해 각각 케이(K)패션과 럭셔리 상품군을 강화했습니다.
외국인 소비가 늘고 공실률이 빠르게 낮아지는 등 명동 상권이 회복되면서 유통업계의 출점 경쟁도 다시 달아오르는 모습입니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는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명동에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 명동'을 열었습니다. 유니클로가 명동에 대형 매장을 다시 연 것은 2021년 명동중앙점 영업을 종료한 지 5년 만입니다.
새 매장은 국내 유니클로 매장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조성됐습니다. 코로나19와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여파로 명동을 떠났던 글로벌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가 다시 핵심 매장을 냈다는 점에서 명동 상권 회복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됩니다.
무신사는 지난 1월 국내 패션 브랜드를 한데 모은 '무신사 스토어 명동'을 열었습니다. 입점 브랜드 110여개 가운데 80% 이상을 국내 브랜드로 채워 외국인 관광객이 K패션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올해 1~5월 무신사 스탠다드 명동점 매출 가운데 외국인 비중은 56%에 달했고, 무신사 스토어 명동의 외국인 판매액 비중도 65%를 기록했습니다. 무신사는 올해 3분기 명동에 무신사 스탠다드의 두 번째 매장인 '명동중앙점'을 추가로 열어 명동 일대 매장을 3곳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뷰티 기업들도 명동을 글로벌 고객과 만나는 핵심 거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090430)의 라네즈는 지난 5일 명동에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 '라네즈 서울'을 열었습니다. 전 세계 고객에게 브랜드가 지향하는 뷰티·기술·디자인을 선보이는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CJ올리브영도 지난 3월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대형 매장 '센트럴 명동 타운'을 열었습니다. 기존 명동타운점이 외국인 관광객의 대표적인 K뷰티 쇼핑 코스로 자리 잡은 가운데, 명동에 대형 매장을 추가해 늘어나는 방한 관광객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명동에 본점을 둔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상권 회복에 맞춰 매장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7월 소공동 본점 9층에 약 1800㎡ 규모의 K패션 전문관 '키네틱 그라운드'를 열었습니다. 이곳에는 외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마르디 메크르디와 마뗑킴, 더바넷, 노매뉴얼 등 국내 패션 브랜드 15곳이 입점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의 럭셔리 상품군과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했습니다.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샤넬을 비롯해 까르띠에, 반클리프아펠, 티파니, 롤렉스 등 주요 럭셔리·주얼리·시계 브랜드 매장을 잇달아 새로 단장했습니다. 본점 앞 초대형 전광판 '신세계스퀘어'에서는 K팝 영상과 계절별 미디어 콘텐츠를 선보이며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백화점들의 리뉴얼 효과는 실적으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롯데백화점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3%, 141% 증가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 지역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명동은 여전히 한국 대표 관광지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서울관광재단이 지난 3월 서울 방문 외국인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3.4%가 명동을 방문했다고 답했습니다. 서울 주요 관광지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입니다.
상권 매출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3월 명동 상권의 월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33% 증가했습니다. 홍대(19%), 성수(11%), 강남역(8%) 등 서울 주요 상권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명동의 연간 외국인 방문객은 1427만명으로 홍대(646만명)와 성수(540만명)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한때 절반을 넘었던 명동의 상가 공실도 대부분 해소됐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명동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4분기 50.1%에서 올해 1분기 5.0%까지 떨어졌습니다. 4년 3개월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 것입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동은 교통과 숙박, 면세점, 백화점, 로드숍이 한곳에 모여 있어 쇼핑 목적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여전히 강점이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과 소비가 계속 늘어나는 만큼 명동에 글로벌 대표 매장이나 체험형 매장을 내려는 기업들의 경쟁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