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이 늘고 프리미엄 육아 소비가 확산되면서 영유아·어린이용품 시장이 활기를 보이고 있다. 고가의 수입 브랜드 유모차는 주문 후 수 개월 대기를 해야 할 정도로 수요가 몰리고 있고, 패션 플랫폼이나 백화점 등 유통 채널들은 앞다퉈 키즈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네덜란드 유아용품 브랜드 부가부(Bugaboo)의 인기 모델 '드래곤플라이'는 최근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중동 전쟁 등 여파로 일부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부분의 매장과 사이트에서 재고가 소진됐고, 입고 일정도 불확실한 상태다.

부가부 유모차 이미지. /부가부 홈페이지

업계에선 기존 모델 생산은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는 리뉴얼 후속 모델을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해당 제품은 현재 사전 예약(프리오더)을 받고 있다. 다음 달 초부터 순차 배송이 진행될 예정으로, 색상이나 옵션에 따라 8월 이후로 밀리는 경우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출산율 반등에 따른 수요 증가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겹치면서 인기 모델을 중심으로 품귀 현상이 반복되는 추세다. 부가부는 100만~300만원대 가격에도 높은 인기를 누리며 유모차계 에르메스로 불리는 육아용품 브랜드다. 예비 부모들 사이에선 출산 전부터 제품을 예약해 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

9월 출산을 앞둔 예비 엄마 임모(40)씨는 "유모차와 아기 침대를 구하려고 광주, 부산 등 다른 지역 백화점과 마트까지 싹 다 뒤졌는데 결국 물량을 잡지 못했다"라면서 "한 브랜드로 물품을 통일하면 부품 등이 호환되기 때문에 중요한 물품은 한 곳에서 사고 싶은데, 쉽지 않다"고 했다.

국내 출생아 수는 증가세다.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아 등록 수는 25만8242명으로 전년 대비 6.6% 늘며 2년 연속 증가했다. 연간 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4년 만에 0.8명을 회복했다. 올해 1분기 출생아 수는 7만5013명으로 201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혼인 건수와 30대 초반 인구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출생아 수 증가와 함께 한 자녀에게 소비를 집중하는 'VIB(Very Important Baby)' 트렌드나 '골드키즈' 트렌드도 이어지고 있다. 아이 한 명을 위해 부모 뿐 아니라 조부모, 이모·삼촌, 주변 지인들까지 10명 넘게 지갑을 연다는 뜻의 '텐포켓' 소비 경향 등이 프리미엄 육아용품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삼정KPMG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소비 트렌드가 국내 키즈 산업 고급화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구키즈 서울숲 매장. /29CM 제공

패션·유통업계 곳곳에서는 키즈 시장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1분기 29CM 키즈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37% 이상 증가했고,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전년 대비 4배 넘게 뛰었다. 29CM는 2024년부터 베이비(0~2세)와 키즈(2~7세)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있다.

오프라인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성수동에 문을 연 29CM의 키즈 편집숍 '이구키즈 성수'는 오픈 첫 달 약 2만명이 방문했고, 현재도 월평균 1만5000명 이상이 찾고 있다. 지난달에는 서울숲 인근에 두 번째 매장인 '이구키즈 서울숲'도 문을 열었다.

무신사도 키즈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무신사 키즈 전문관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0% 늘었다. 구매 고객 수는 2022년과 비교해 212% 증가했다. 특히 30대 고객이 199% 증가하며 핵심 소비층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무신사 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의 키즈 온라인 거래액은 83% 이상 증가했고, 오프라인 매출은 6.7배 늘었다.

신세계(004170) 계열 패션 플랫폼 W컨셉도 키즈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W컨셉 키즈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대비 4배 증가했고, 같은 기간 입점 브랜드 수도 2배 이상 늘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 특히 출생 직후부터 24개월 미만 영아를 위한 상품을 선보이는 '베이비' 라인 성장세가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전통 패션 기업 역시 키즈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성인 패션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앞다퉈 패밀리룩을 앞세우며, 키즈 라인을 확대하는 추세다. 프리미엄 키즈웨어 전략을 강화하는 LF(093050) 헤지스의 올해 1분기 키즈 매출은 지난해 4분기 대비 191% 증가했다.

이랜드월드의 키즈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스파오 키즈'는 기존 스파오의 '미니미' 제품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스파오의 키즈 라인 매출은 지난해까지 2년간 약 2배 성장했다. 전체 스파오 상품 가운데 패밀리 상품군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5% 수준에서 지난해 30%까지 증가했다.

백화점에서는 명품과 고가 수입 브랜드를 중심으로 키즈 매출이 늘고 있다. 올해 1분기 롯데백화점의 키즈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고, 이 가운데 명품 키즈 매출은 30% 늘었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수입 아동 브랜드 매출도 각각 21.5%, 31.4%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 데이터 서비스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국내 키즈 산업 규모는 지난해 약 65조원을 기록했다. 2012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성장한 수준이다. 오는 2030년에는 시장 규모가 100조원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