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이 개막한 가운데 유통업계의 월드컵 마케팅 전략도 달라진 모습입니다. 과거 심야 경기 시간대에 맞춰 치킨·맥주 할인 경쟁을 벌이던 방식에서 벗어나 응원 굿즈와 한정판 상품, 스포츠 라이선스 상품 등을 앞세운 '팬덤 마케팅'이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주요 경기가 한국 시간 기준 오전에 열리면서 전통적인 '치맥(치킨+맥주) 특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 데 따른 것입니다.

오현규를 비롯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1일(현지 시각)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를 2대1로 승리 후 환호하고 있다. /뉴스1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 축구대표팀은 전날 2대 1로 역전승을 거둔 체코전(오전 11시, 이하 모두 한국시간 기준)을 시작으로 19일 멕시코전(오전 10시), 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전(오전 10시) 등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오전에 치릅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처럼 야간 응원 수요를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유통업계는 먹거리 중심 프로모션보다 팬심을 자극할 수 있는 굿즈와 체험형 콘텐츠 확대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코카콜라는 월드컵 출전국을 테마로 한 한정판 패키지를 선보였습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뿐만 아니라 브라질, 프랑스,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등 주요 국가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입니다.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응원단 키링과 스트링백, FIFA 공식 매치볼 키트 등을 제공하는 경품 이벤트도 진행합니다.

백화점 업계도 팬덤 소비 공략에 가세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월드컵 공식 후원사 비자(VISA)와 함께 공식 굿즈 증정 행사를 진행합니다. 구매 고객에게 월드컵 공식 축구공과 비치타월 등을 제공하고, 잠실 롯데월드몰에서는 월드컵 포토존과 공식 스트레스볼 증정 이벤트도 운영합니다. 현대백화점은 대한축구협회와 협업해 '팬들의 베이스캠프'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열었습니다. 응원 메시지 작성과 SNS 인증, 대표팀 MD 구매 등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편의점 업계는 단순 할인 행사에서 벗어나 참여형 응원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BGF리테일(282330)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포켓CU를 통해 대표팀 경기마다 응원 이벤트를 열고 커스텀 맥주 제작 프로모션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기 결과에 따라 금액권과 경품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GS리테일(007070)이 운영하는 GS25는 홍대레드로드점에 스포츠 축제 콘셉트 공간을 조성할 예정입니다. 개막일인 지난 11일에는 오프라인 이벤트도 진행했습니다.

패션업계에서는 스포츠 굿즈 판매 확대에 나섰습니다. 무신사는 최근 '스포츠위크'를 열고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공식 MD(기획상품)를 선발매했습니다. 국가대표 유니폼, K리그 굿즈 등을 판매하며 월드컵 수요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월드컵이 오전에 열리긴 하지만 오피스 상권이나 대학가에서는 점심시간 전후로 함께 경기를 시청하는 수요가 여전히 존재한다"며 "먹거리 행사도 준비하고 있지만 시즌성 관심을 끌 수 있는 굿즈와 이벤트, 체험형 콘텐츠를 함께 운영하며 매출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예년처럼 치킨과 맥주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효과는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먹고 마시는 소비보다 보고 즐기고 참여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월드컵 마케팅이 바뀌고 있다"고 했습니다.

무신사는 지난달 28일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스포츠 팬을 겨냥한 '스포츠위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무신사 제공

최근에는 국가대표 응원 문화 자체가 일상형 소비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국가대표 유니폼을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하거나 텀블러, 캐릭터 협업 상품 등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응원 굿즈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실용성과 팬심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상품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관련 소비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패션업계에서는 유니폼을 일상복처럼 활용하는 '블록코어(Blockcore)'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월드컵 관련 상품 수요가 응원용품을 넘어 패션 장르로 확장되는 모습입니다. 과거에는 대회 기간에만 소비되던 유니폼이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으면서 굿즈의 활용 기간도 길어지고 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광장이나 대형 호프집에 모여 단체 응원을 하는 문화는 점차 줄어들고 각자의 공간에서 경기를 즐기는 소비 패턴이 확산하고 있다"며 "경기 결과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이번 월드컵은 시간대 영향도 있어 과거 같은 치맥 중심 소비보다는 팬덤을 겨냥한 굿즈나 체험형 콘텐츠가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단순한 기념품보다는 대회 이후에도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어야 소비자 반응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