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보위)가 지난 11일 쿠팡에 역대 최대 규모인 62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뉴욕 증시에 상장된 모회사 쿠팡Inc 주가에도 다시 먹구름이 끼고 있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처음 불거진 지난해 11월 이후 쿠팡 주가는 40%가량 하락한 상태다.

쿠팡 주가는 과징금 발표 이후 장중 급락했다가 반등했지만, 여전히 52주 최고가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1분기 보상 쿠폰과 이용자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적자를 기록한 쿠팡은 2분기에도 과징금 반영에 따른 영업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래픽=손민균

한국시간 12일 새벽 마감한 11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에서 쿠팡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4.25% 오른 17.2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쿠팡 주가는 장중 15.18달러까지 밀렸지만 이후 낙폭을 회복하며 17달러대로 올라섰다. 다만 52주 최고가인 34.08달러와 비교하면 여전히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쿠팡 주가는 지난해 11월 말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공개되기 직전인 28달러 안팎과 비교해도 40%가량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쿠팡은 지난해 11월 29일 약 3370만개 고객 계정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공시했다. 이후 첫 거래일인 12월 1일 주가는 5%대 급락했고, 이후 장기간 약세 흐름을 이어왔다.

이번 개보위 제재는 하락한 주가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개보위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고 쿠팡에 총 6246억8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개인정보 유출 관련 과징금 4236억원, 이용자 온라인 활동기록 무단 수집 관련 과징금 2011억원이 포함된 수치다. 개보위는 쿠팡의 개인정보 관리·보호 체계가 사업 규모에 비해 미흡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과징금은 개보위 출범 후 역대 최대 규모다.

쿠팡은 이미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촉발한 실적 부담을 겪고 있다. 쿠팡은 올해 1분기 2억4200만달러(약 354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21년 4분기 이후 약 4년 3개월 만의 최대 분기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85억400만달러(약 12조4597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8% 늘었다. 외형 성장은 이어졌지만, 증가율은 2021년 뉴욕 증시 상장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에 그쳤다. 기존 최저 분기 매출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14%였다.

쿠팡의 핵심 사업인 프로덕트 커머스 활성 고객 수는 올해 1분기 239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늘었지만, 직전 분기 2460만명과 비교하면 70만명 줄었다. 프로덕트 커머스 매출 증가율도 4%에 그치며 둔화했다. 쿠팡은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데이터 사고의 영향이 활성 고객 지표에 시차를 두고 반영됐다"고 밝혔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뉴스1

특히 개인정보 유출 피해 고객에게 지급한 보상 쿠폰이 매출과 이익을 동시에 압박했다. 쿠팡은 올해 1월 15일부터 4월 15일까지 개인정보가 유출된 고객 3370만명을 대상으로 약 1조6850억원 규모의 구매 이용권을 지급하는 보상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해당 보상 쿠폰은 회계상 매출에서 차감되는 방식으로 실적에 반영됐다.

이번 6000억원대 과징금은 2분기 실적의 추가 부담으로 반영될 전망이다. 회계 원칙상 정부나 규제 기관의 과징금은 부과 결정이 내려지거나 공시된 시점이 속한 분기의 비용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 경우 쿠팡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쿠팡은 과거에도 과징금 선반영으로 분기 적자를 낸 전례가 있다. 쿠팡은 2024년 2분기 PB(자체 브랜드) 상품 검색 순위 조작 행위와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추정치 약 1630억원을 판매관리비에 반영했고, 당시 8개 분기 만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번 개보위 과징금은 이보다 4배 가까이 큰 규모다. 지난해 쿠팡Inc의 연간 영업이익인 4억7300만달러(약 6790억원)와도 비슷한 수준이다. 해당 금액이 2분기 손익에 반영될 경우, 적자 폭은 1분기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의 한 쿠팡 물류센터에서 대기하는 배송 트럭 모습. /연합뉴스

한편, 최근 외부 앱 이용 지표에서는 쿠팡 이용자 수가 소폭 회복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5월 쿠팡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3368만7349명으로 전달 대비 0.9% 늘었다. 지난 4월 전월 대비 0.2% 줄었다가 한 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다만 와이즈앱 MAU는 한 달 동안 쿠팡 앱을 이용한 사람을 패널 기반으로 추정한 지표로, 쿠팡 측이 매 분기 집계해 발표하는 프로덕트 커머스 활성 고객 수와는 차이가 있다. 프로덕트 커머스 활성 고객 수는 해당 분기 중 쿠팡의 상품 커머스 서비스에서 실제 주문한 고객을 집계한 수치다. 두 지표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앱 이용자 수는 소비자 접점과 트래픽 변화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실제 구매 고객 수나 매출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보조 지표로 활용된다.

쿠팡은 개보위 결정에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대형 로펌을 선임하는 등 대응 채비에도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Inc는 11일(현지 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수시보고서에서 "한국 개보위의 규제 판단과 제재 조치는 사법적 심사 대상이라며 서울행정법원을 통한 법적 구제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쿠팡 관계자는 "이번 과징금은 2분기 회계에 반영될 예정"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를 거쳐 과징금 규모가 조정될 경우 그에 따라 회계 처리도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