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나란히 흑자 전환에 성공한 국내 면세업체들이 다시 긴장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어렵게 회복한 실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탓이다.

지난 3월 여행객들이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구역을 지나가고 있다. /뉴스1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1원 오른 1524.2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지난 6일 장중 1560원대를 기록하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7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 바 있다. 실적 악화에 시달리던 면세업계는 지난해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주요 업체들은 일제히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1분기 평균 환율은 1450원대 수준이었다. 치솟은 환율이 반영될 경우 실적 회복세가 꺾일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면세점은 상품을 달러 기준으로 매입하고 판매하는 구조다. 환율이 오르면 상품 매입 원가가 상승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 부담도 커진다. 특히 내국인 고객 입장에서는 면세 쇼핑의 가격 메리트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면세점 내국인 구매 고객 수와 매출은 3개월 연속 감소했다. 반면 외국인 구매 고객과 매출은 증가세를 보이며 내국인 수요 감소분을 일부 상쇄했다. 4월 들어 내국인 고객이 소폭 회복했지만 업계는 최근 환율 급등이 장기화할 경우 다시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면세업계는 지난해부터 중국 보따리상(따이궁) 의존도를 줄이고 개별 관광객(FIT)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해 왔다. 송객수수료(면세점이 외래관광객 유치 대가로 여행사·가이드 등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축소하고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정리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선 결과 롯데·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은 올해 1분기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롯데면세점은 1분기 매출 7922억원, 영업이익 32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4%, 영업이익은 111% 늘었다.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 TR부문의 1분기 매출은 8846억원으로 전년 대비 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22억원을 기록해 직전 분기 영업손실 206억원에서 흑자 전환했다. 신세계면세점도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5898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가운데 영업이익 106억원(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 2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현대면세점 역시 전년 동기 대비 53억원 증가한 3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환율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높아지면 면세품 가격도 함께 오를 수밖에 없다"며 "면세점은 기본적으로 달러 베이스로 판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환율 부담이 크다"고 했다. 이어 "다만 최근 환율 상승은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오랜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해 온 상황"이라며 "업황 자체는 여전히 어려운 상태지만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라고 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환율은 양날의 검"이라며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한국 상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는 효과가 있지만, 내국인 고객은 소비를 줄이게 되고 해외여행 수요도 위축될 수 있다. 아직은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판단하기 어려워 계속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코스피가 장 초반 2%대 하락 출발한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 속보가 나오고 있다. /뉴스1

업계는 당장 환율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준환율 인상, 환율 보상 프로모션 등 다양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기준환율은 원화로 매입한 국산 브랜드를 달러 판매가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환율이다. 이를 높이면 달러 표시 가격이 내려간다. 면세업계는 지난해 말 1350원이던 기준환율을 1400원으로 올린 데 이어 올해 3월 1450원까지 높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할인과 환율 보상은 결국 면세점이 이윤을 줄여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식인 탓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 중후반에서 장기간 유지되면 이를 업계가 자체적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면세업계는 지난 4일 재정경제부 주최 간담회에서 특허수수료 부담 완화, 여행객 면세 한도 확대, 면세점 운영 규제 개선 등을 건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