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코리아가 '5·18 마케팅' 논란 이후 선불카드 잔액 100% 환불 정책을 한시적으로 시행하면서 모바일 상품권 환불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다른 브랜드도 100% 환불이 가능해야 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개별 브랜드의 의지보다 모바일 상품권 발행사와 얽힌 이해관계가 영향을 미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일 오후 4시 기준 카카오톡 선물하기 상품권(왼쪽)과 카페 카테고리 순위. /카카오톡 캡처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1일부터 2주간 충전 금액 사용 비율 조건과 관계없이 고객이 요청할 경우 전액 환불하고 있다. 기존에는 충전 잔액의 60% 이상을 사용해야만 나머지 잔액을 환불받을 수 있었다. 지난달 18일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이 불거지면서 일부 고객들 사이에서 리워드 회원 탈퇴와 스타벅스 카드 잔액 환불 요구가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대부분의 커피 프랜차이즈와 외식 브랜드는 모바일 상품권을 직접 발행하지 않는다. 카카오, KT알파, 갤럭시아머니트리 등 전문 발행사가 상품권을 제작·판매하고 사용 실적에 따라 브랜드에 정산하는 구조다. 소비자는 브랜드 상품권으로 인식하지만 실제 발행과 판매, 정산, 환불 정책 운영 권한은 상당 부분 발행사가 갖고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스타벅스 등 일부 업체를 제외하면 대부분 브랜드는 상품권을 직접 발행하지 않는다"며 "브랜드는 사용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고 환불 정책 역시 발행사의 운영 기준을 따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반면 스타벅스는 애플리케이션과 선불카드 체계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환불 정책을 비교적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었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스타벅스는 선불 충전금 규모가 크고 자체 플랫폼 비중도 높아 정책 변경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며 "대부분 브랜드는 외부 발행사와 계약 구조가 얽혀 있어 단독으로 환불 기준을 바꾸기 쉽지 않다"고 했다.

현재 모바일 상품권 환불 기준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에 따라 운영된다. 액면가의 60% 이상(1만원 이하 상품권은 80% 이상)을 사용하면 남은 잔액을 환불받을 수 있다. 다만 사용 전 전액 환불이나 잔액 100% 환불은 의무 사항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더욱 자유로운 환불 권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업계는 상품권이 사실상 현금 대체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환불 규정이 크게 완화될 경우 상품권이 선물 수단보다 현금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모바일 상품권 시장이 발행사와 플랫폼, 브랜드가 복잡하게 연결된 구조인 만큼 단순히 개별 브랜드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00% 환불이 일반화되면 상품권을 구매한 뒤 바로 현금화하거나 중고 거래 등의 방식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상품권의 본래 취지인 선물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타벅스가 100% 환불을 진행한다고 밝힌 이후 당근마켓·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스타벅스 e카드 구매합니다' 등의 게시물이 늘기도 했다. 이에 스타벅스코리아는 10만원 e카드 교환권 판매를 모든 채널에서 중단했다. 신규 무기명 실물카드 판매도 중단했고, e카드 교환권을 무기명 스타벅스 카드로 교환하는 것도 일시 중단했다.

그래픽=정서희

◇ 소비자 권리 보호 어디까지?... 국가별로 규정 달라

해외 주요국도 상품권 환불을 무제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연방 차원에서 환불 의무 규정이 없고 일부 주에서만 소액 잔액 환불을 허용하고 있다. 일본 역시 원칙적으로 환불 의무는 없으며 사업자가 서비스를 종료하는 경우 등에 한해 환급 절차를 진행한다. 반면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는 소비자 재산권 보호 관점에서 상품권을 재산으로 보고 보유자의 권리를 상대적으로 폭넓게 인정하는 편이다. 국가마다 제도 차이가 있지만 한국처럼 사용률(60%)을 기준으로 잔액 환불 여부를 정하는 구조는 드물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관련 제도 개선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모바일 상품권 환불 기준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환불 기준을 지나치게 낮추면 현금화 목적으로 악용하거나 내수 진작 측면에서도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 60% 이상 사용 기준이 과하다고 느낄 수 있다. 다만 상권 활성화를 위한 부분이나 현금화를 통해 악용될 수 있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론화해 정부 부처와 업계가 환불 기준에 대해 의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