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 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식품 업계가 조심스레 소비자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습니다. 중동 정세 불안이 지속되면서 국제 유가는 내릴 줄 모르고,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500원대로 올라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식품사들은 원자재 가격 부담이 이만저만 한 것이 아니었지만, 정부의 강력한 물가 통제 탓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동결해왔습니다. 하지만 선거가 막을 내리자 정부의 입김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고 소비자 가격 인상을 고려해보는 것입니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커피 프랜차이즈 회사 메가MGC는 오는 19일부터 '할메가커피' 시리즈 3개 커피 가격을 200원씩 올릴 예정입니다. 종전 가격이 2100원이었던 할메가커피는 9.5% 오른 2300원, 왕할메가커피는 종전 가격(3200원) 대비 6.3% 오른 3400원에 판매할 예정입니다. 또 다른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 더벤티는 지난 29일부터 주요 메뉴 가격을 100~500원 정도 올렸습니다. 기본 음료로 분류되는 아메리카노를 제외한 음료의 통상적인 가격은 이제 3000원대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편의점에 주로 납품하는 가공식품 가격도 지방선거 직전인 1일부터 가격을 올린 경우가 많습니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주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일부 가공식품류 가격이 10%가량 인상됐습니다. 사조대림의 '매콤함에 꼬치다'와 '한입에 꼬치다'는 종전까지 2700원이었는데 18.5% 올린 320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제과류에서는 프링글스 오리지날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이 약 5% 올랐습니다.
치킨업계에서는 굽네치킨이 가격을 사실상 가격을 올렸습니다. 닭다리 순살 제품 중량을 800그램에서 700그램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셈입니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롯데리아도 단품 버거류 22개 종류의 가격을 2.8%로 올렸습니다.
이는 장기화되는 중동 정세 불안 때문입니다. 이란 전쟁 장기화와 호르무즈 해협 차질로 글로벌 석유 시장의 '최후 안전판' 역할을 하던 미국의 재고가 22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3일(현지 시각)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를 인용해 지난주 미국 원유· 석유 제품 재고가 전주보다 1060만배럴 감소한 15억7000만배럴을 기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2004년 이후 최저 수준입니다. 일각에서는 중동 정세 불안이 계속될 경우 일시적으로 올 여름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박미성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식량경제연구본부장은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은 물류비와 제조 에너지 비용, 포장재 가격, 원재료 가격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구조"라고 했습니다.
옆나라 일본의 경우는 이미 식료품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일본 산케이 신문이 데이터 분석 회사 데코쿠 데이터뱅크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일본에서 이달 가격 인상을 발표한 식료품은 1078개 품목이고, 7월 가격 인상을 예고한 식료품은 2269개 품목입니다. 모두 국제 유가 에 따른 원재료 가격 부담 때문에 내린 경영 판단입니다.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정부의 강도 높은 민생 물가 안정 기조나 전방위적 압박이 이제 벅차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가격 인상이 사실상 금기시되다시피 한 상황인데 이제는 선거도 끝났으니 잠시 풀어주길 기대하는 것도 큽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난 2~3월에 정부가 설탕과 밀가루 가격 담합 적발을 세게 지적하면서 강력한 물가 안정 정책을 추진해왔다"면서 "당분간 선거가 없으니 추진력이 덜할 것 같아서 더 버틸 수 없는 품목 중심으로 가격을 소폭 올릴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 가공식품업계 관계자는 "재고관리단위(SKU·Stock-Keeping Unit)를 줄여서 비용을 보전해 견뎌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가격을 동결할 수 없다. 원재료 가격 상승 만큼은 올려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간 누르고 눌러왔던 소비자 가격이 이제는 다시 오를지 귀추가 주목됩니다.